2022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백수, 백조? 가 되었다. 일주일 내내 집밖으로 나가지 않기도 했다. 드라마 몰아보기를 하니 시간이 삭제되었다. 넷플릭스는 좋은 플랫폼으로 백조에게 큰 놀거리를 제공해 줬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 곳곳에 한류가 성공한 건 요행도, 우연도 아닌 듯싶었다.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상이 얼마나 재밌는지 밤새는 줄 모르고 빠져서 몰입해서 보게 되었다. 실컷 보다가 졸음이 쏟아지면 그제야 낮이건 밤이건 가리지 않고 잠이 들었다.백수가 돼서 처음 넷플릭스 드라마로 선택한 건 <괴물>이었다. 신하균의 연기와 작가의 스토리, 감독의 연출은 완전 미친 수준이었다.
2.3.4십대를 워커홀릭? 아니다 이건 너무 고급진 표현이다. 그렇게 있어 보이는 단어보다는 '머슴'이라 명명하는 게 더 어울린다. 월급의 노예, 일을 하며 관계되는 사람들 속에서 '을'로 살았다. 을로 산다는 건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의 숙명이니 특별할 것도 없다. 어린 시절엔 내가 쓰는 돈은 극히 적었지만 기본적인 고정지출이 너무 많았다. 하던 일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벌이가 줄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는 투잡이나 쓰리잡을 했다. 그랬던 내가 여유로운 은퇴자가 되자 일하면서 늘 부족했던 것들을 허기진 거지처럼 폭식했다. 하루종일 잠자기, TV 보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 등을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일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잠을 줄였던 날들은 아득한 옛날일이 되었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늘어지게 잠을 자니 허리가 아픈 날도 있었다. 며칠 동안 문 밖으로 나가지 않기도 했다. 그동안 세수를 안 했는지 얼굴에 피지기 낀 날도 있었다. 샤워와 양치는 하는데 세수를 안 하는 날도 있었다. 원 없이 못해봤던걸 실컷 해보니 백조의 생활에서도 지켜야 하는 것이 있겠다는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결심한 건 크게 세 가지였다. 몸 건강, 얼굴 관리, 마음 건강.
나는 MBTI유형에서 ENFJ다. 통칭 <정의로운 사회운동가>라 하며 전 세계적으로 2% 정도에 해당하고, 우리나라는 1% 정도로 흔하지 않은 유형이라고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다는 게 그들의 특징 중 하나다. 당부드리고 싶은 게 있다. MBTI 유형중 만약 ENFJ를 만난다면 관계를 잘 유지하길 바란다. 이들은 곁에 있는 사람들을 잘 챙기고 밝고 환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엔프제의 또 다른 별칭은 <호구>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착각하지 마시길 바란다. 그들은 타인이 자신을 이용하는 걸 모르는 게 아니라 <허용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그러니 혹시라도 곁에 있다면 너무 큰 상처는 주지 않기를 바란다. 진짜루 유익한 존재들이다.
계획을 좋아하는 엔프제 특성상 백수 생활에서도 계획을 짰다. 첫째 몸 건강은 운동을 해야 하는데 재밌게 할 수 있는 테니스를 하기로 했다. 둘째 얼굴 관리는 아침, 저녁으로 매일 두 번씩 세수를 하고 일주일에 두 번은 수분팩을 하기로 했다. 셋째 마음 건강을 위해 꾸준히 독서모임을 이어가며 책을 가까이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족들, 특히 엄마에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전화를 걸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