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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무박여정

얹니에게ㅡ 이젠 보낼 수 없는 편지

by 장하늘

7월16일, 새벽 2시 40분 알람소리에 깼어.

양치만하고 집을 나섰어.

금촌에 도착하니 3시20분.

아들은 잠도못자고 컴퓨터를 하고있더라.


엄마방에가서

엄마를 깨웠어.

그런데...

대뜸 서운하다며 말을 이어가려고하더라~

듣기싫어서 그냥 빨리준비하라고

가면서 이야기하라고했어.

첫말 시작이

왠지 가기싫다고 핑계댈것같았거든


주차장에서

언니짐을 옮겨실고

3시 3,40분쯤 우린

출발했어


차에타서 엄마에게 무슨 말인지 물었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큰언니가 울면서 한 이야기에

꽂혀서 기분이 상했다는거야

그런말을 전달한건

윤호고.

아~ 진짜 악마같은것.


이간질하는 사람도

나쁘지만

그말에 기분이 상한다고

말하는 엄마가

싫었어.


언니가,

내 언니가 죽었는데

그런 말따위가 뭐라고

기분이 나쁘다는건지...

난 참 엄마가 힘들어 언니.


신지도로 내려가는 길에

언니가 없다는 걸 시시각각

짐들이 알려줬어.

언니와 함께 차안에 있었던 캐리어와 가방, 그리고 흩어졌던 옷과 짐들.

그것들을 비닐로 꽁꽁 싸맸는데도 스멀스멀

냄새가 올라오면서 언니의 부재를 일깨웠어.


멀쩡한듯 싶다가

한번씩 감정이 올라오면

막~눈물이 나.

긴 시간 운전길에도

그런 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어.


이른출발덕분에

신지도에

일찍 도착했어.

마당에 나와계신

치매걸린 언니의 시어머니

그리고 언니의 반쪽 형부.

우린, 서로 반갑게가 아닌

고개만 끄덕거리는 인사를 했어.


마당에서

언니의 짐을 태웠어.

캐리어에 가득가득 담긴

짐들을,

그 냄새 지독한

짐들을

형부가 꺼내고 꺼내서

태웠어.


점심은 동태찌개를 먹었어.

그리고

수퍼에서 언니가

좋아하는 콘칩을 고르고

형부는 육포랑 안주거리를 샀어.

명사십리.

형부가 언니의 가루를 뿌렸다는 그곳에 갔어.

난...그저 그곳의 파도를

보다가 술을 뿌렸어.

술도 별로 안좋아하는 언니에게.


파주에서

땅끝마을을지나 완도, 거기서

더 들어간 신지도.

대한민국을 횡단하는 길.

그 길을 당일로 다녀오려니

발길을 서둘러야했어.


형부가 작은방을 봤냐고해서

들어갔어.

그 곳에

언니를 위한 밥상이 있더라.

언니의 사진과

언니가 좋아하는 반찬이 예쁘게 담긴

한상이.


그곳에 앉아서

언니의 사진을 봤지.

영정사진으로 쓴 전주에갔을 때 찍은 그 사진을.

아~

언닌

진짜

왜, 언니의 남편에게

안간거야?

그냥 신지도로갔어야지.

죽을게 아니라

살러 갔어야지.


형부가 계속해서 다시 쥐어주는 봉투를

받고 나는 파주로 향해서

그 먼길을 운전했어.

오는길은 8시간이 좀 더 걸린것 같아.

왕복 15시간 이상 운전을 마치고

엄마와 아들을 내려주고

집에도착했어.


언니

언니

너무

힘들다.

언니가 없는 신지도의 여정.

언니가 없는 이 세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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