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PC 통신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3개의 커뮤니티가 활기를 띠게 되었다. 당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각 회사별로 온라인 공간에서 여러 모임을 활성화시켰다. 1997년도에《접속》이란 영화가 개봉됐다. 영화를 통해 PC 통신을 알게 된 사람들도 많았다. 남자 주인공 한석규와 여자 주인공 전도연의 풋풋하고 아련한 만남을 영화 《접속》은 잘 그려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리메이크 작으로 발전한 것이 영화 《접속》이다. 대내외적으로 잘 평가받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영화 《접속》은 흥행에만 성공한 게 아니다. 대종상과 청룡영화제에 수상하면서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영화 《접속》을 보면 그 시대 PC 통신의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다. 당시 PC 통신 가상의 공간에는 일천구백구십칠 년의 낭만과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했었다.
요즘의 인터넷 공간은 21세기의 '빠름 빠름'의 흐름으로 많은 변화를 맞았다. 현재 인터넷 공간은 거짓과 참을 구분해야 하는 변별력이 필요하다. 네티즌 수사대의 날카롭고 예리한 수사도 필요하다. 가짜 뉴스와 여론 조장, 언론 플레이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상에서 일부 사람들은 폭력성과 잔인함을 드러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깔려 죽듯이 무심코 자행되는 폭력도 많아졌다. 단순한 댓글이라고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 인터넷 공간에서도 법적인 처벌과 책임이 따르게 되었다.
90년대 말 대한민국은 빠른 발전으로 샴페인을 터트리듯 사회 곳곳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헌신적으로 일만 하던 사람들은 자신을 가꾸는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취미나 즐길 거리를 찾고 있었다. 놀 곳이 한정적이던 사람들에게 PC 통신이라는 새로운 놀이터는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사람들은 신세계에 매료됐다. PC 통신 안에는 손 편지지의 감성과 미래적 판타지가 함께 공존했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은 거리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새로운 커뮤니티의 탄생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사람들도 있다. 일대일 채팅이 활성화됐고, 수많은 모임들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PC 통신 안에서 인연을 만들어가게 되었다.
PC 통신을 할 때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었다. 온라인 상태이기에 익명성으로 훼손되기 쉬운 예의와 상호 간의 존중을 강조하는 규칙이었다. 나이가 적건 많건 서로에게 존칭을 사용했다. 온, 오프모임 언제나 상호 간에 존칭을 사용했으며 닉네임 뒤에 '00님'이라고 부르며 존댓말을 사용했다. 온라인상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존칭이 기본 예의였다. 금전적인 요구나 거래를 금하는 규칙이 있기도 했다.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모두 전화선을 연결해서 PC 통신에 접속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동시간대 접속하는 불특정 다수인과 채팅을 하며 대화할 수 있었다. 각 개인이 채팅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능이 확장되었다. 취미나 특기를 공유할 수 있는 동호회가 만들어졌다. 등산, 시, 독서, 게임, 공부, 음악, 운동 등 많은 종류의 온라인 모임이 계속 생성됐다. 대부분의 동호회는 온라인 상태에서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모임을 함께 진행했다. 상당한 규모로 커져가는 동호회가 많아졌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관심사는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순하게 '놀 거리'와 '놀 사람'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고독해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세상은 계속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많은 것들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도와주고 있다. 90년대 가능했던 게 지금 불가능하다는 건 그저 <생각의 장벽> 일 수 있다. 당시엔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해서 거짓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익명성으로 인해 현실보다 솔직해지기도 했다. 사람 인 한자 모양처럼 서로 기대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란 동물'이 놀 사람과 놀 거리를 편안하고, 즐겁고, 안전하게 잘 찾아가길 바란다.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게 된다고 들었어요.' 영화 《접속》의 대사처럼 어떤 매체 건 상관없을지 모른다. 우연한 만남은 어쩌면 누군가에겐 [운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96년 PC 통신은 나에겐 채팅이란 놀 거리를 줬다. 그리고 등산이란 취미를 영유하게 했으며, 포켓볼도 배우게 해 주었다. 나의 이십 대 초반은 유니텔로 놀 거리, 배울 거리로 가득했다. 90년대는 PC 통신이 있었고 그 시절의 낭만이 있었다. 23년은 다양한 SNS로 인연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현재의 낭만이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연으로 시작된 인연이
앞으로 어떤 운명이 될지 모를 일이다.
브런치와 별별챌린지는 글을 쓰면서 사람들과의 인연을 만들어준다. 글과 관련된 사람들이 늘어난다. 책을 읽는 독서모임으로부터 시작된 나의 특별한 인연은 현재 나의 가장 설레고 재밌는 놀이터(낭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