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ㅡ이젠 보낼 수 없는 편지
언제였더라?
내가 고등학생때였나?
아닌가? 아버지 돌아기신 후였나?
기억이 잘 안난다.
삼성빌라 거기서 불난적있잖아?
그때 난 불난줄도 모르고 잤었어.
기억해?
불이나도 깨지않았었는데...
요즘엔 새벽에 자주깨.
깨서 잠시 뒤척이다가
잘때도있는데
지금처럼 잠을 못들때도있어.
내 머리속은
온통 언니생각으로 가득해.
언니는 내생각을 했을까?
원망.
미움.
그런생각만 했을까?
왜?
그랬을까?
내가 정말 언니를 미워한다고생각했어?
내가 정말로 언니가 죽기를 바란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동생 말대로 죽어버리자 싶었어?
어떤상태면 그런생각을 할수있어?
어떤마음이면 오롯이
그마음으로
정말로 죽을수가있어?
말이 안되잖아.
평행이론.
다중우주설.
낮에 계속 그런영상을 찾아봤어.
나의 선택, 언니의 선택이
다른 어떤 우주에서는
다르게 작용하길 바라면서.
내 생이 꿈이라면?
상상이라면?
난 왜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는걸까?
악몽보다
끔찍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새벽에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면서,
머리가 잘리거나 갈려서
이런 생각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나.
끔찍하게
죽어버린 언니는
결국 나도
죽일거야?
그러려고
그렇게 한거야?
결국 나를 죽이기위해?
그런데 언니
차라리 그럼
물리적으로 날 해치지 그랬어?
날 찌르거나
날 때리거나
물리적으로 죽이지그랬어?
난
나를 해치지 않아.
난 내가 소중하고
날 사랑하는 사람들이
소중해.
적어도 난 나를 해치지 않아.
마음이 힘들어도,
죽을것같이 괴로워도
그래도
난 나를 아낄거야.
그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할수있는 나의 배려, 사랑이니까.
언니는 언니만
죽인것같아?
절대 아니야.
언니는 엄마, 큰언니, 오빠, 나, 언니의 반쪽인 형부, 그리고 언니의 아들, 딸도
죽였어.
우린 모두 어딘가
죽었어.
아니 어쩌면
매순간 죽고있어.
끊임없이 계속.
어떡해하면 그렇게
잔인할수 있어?
새벽에 깨서
이렇게 멀뚱멀뚱.
울거나, 그저 지치거나.
그러다 잠들면좋고
아님 말고..
피곤하다 언니.
제발, 언니
울 언니, 내 언니
미영언니좀 살려줘.
우리모두를
제발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