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ㅡ이젠 보낼 수 없는 편지
엄마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들어오는길
커피숍에갔어.
오빤 술한잔을
했고,
옛날일을 꺼냈어.
엄마가 선산을 팔았고
조상님 묘를 모두 화장해버렸다고.
난 놀랐어.
아빠도 동조했다는데.
난 그때문이란 생각이 들었거든
내 삶이 힘든것도
언니가 죽은것도.
무엇하나라도 다른 탓을 하고싶은
마음이 불러낸 생각이겠지.
그것때문에
엄마는 다소 기분이 상했어.
그런엄마가 신경쓰여서 말을 꺼냈어.
풀어주려고.
그런데
난..재주가 없잖아.
큰소리가 나버렸어.
달래려고 시작한 말에
난 내상을 입은 짐승이 되버렸거든
엄마의 표정.
자신은 하나도 잘못이 없다는 억울하다는
말...
그런말들이
난 미칠것같이 힘들어.
어떻게?
왜?
잘못이 없다는건지.
자식이 자살했는데...
자식이 다치더라도 부모는
자기탓을 하는게 인지상정인데.
내 목소리가 커졌고
나의 부족함으로
오빠가 울었어.
제발 그만하라고.
나의 재주없음은
엄마와 오빠에게 아픔만 주었어.
언니..
오빠도
죽을것 같데.
엄마, 오빠, 나, 어쩌면 큰언니까지
우린 다
죽음을 떠올리나봐.
시간이 지나서
각자 우리가 명대로 살게 해줘.
우리 모두를 레테의 강의 배에
태우지 말아줘.
진짜
진짜
언니..
이런걸 바랬어?
너무 아프고
슬픈데
진짜 못됐다.
우린 언제
아픈말이 아닌 따뜻한
말들을 나눌수있을까?
오늘의 언쟁을 가장한 절규.
오늘처럼 소리로
안나오더라도
각자 마음속 자책은 언제쯤 끝날까?
근데.
사실 난 한편으로
다행이란 생각도 들어.
우린 서로 조심하느라
너무 말을 안하고있거든.
마치 시한폭탄을 품에 안고
있는 사람들처럼.
아니다.
이런 언쟁이
또다른 죽음을 부를수있다는
두려움도 있다.
맞아. 언니의 죽음이
언쟁으로 시작됐으니
언쟁은... 무섭네.
오늘도
내가
아주 큰 잘못을 했네.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