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안양 합동

셸 위 댄스 -인생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by 장하늘

42화




흰색 디알리아(꽃말:친절에 감사합니다)



안양 합동


살다 보면 '복'이란 말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새해가 되면 인사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을 나누기도 한다. 돈복, 일복, 남편복, 아내복, 부모복, 자식복, 인복, 초년복, 말년복 등 사주팔자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말들이다. 무언이든 많은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좋은 일에는 '복'자를 붙여 말한다. 그러므로 복이 많다는 건 언제나 좋은 의미로 사용된다. 상반되게 많은 게 안 좋은 의미로 사용할 때는 '복'이란 말이 아닌 '살, 흉, 화' 등의 말로 표현한다.


나의 직장 생활은 대부분 사람이 많고 일이 많은 곳에서 이루어졌다. 첫 직장 생활도 일이 많았지만 익숙해지자 두 번째 발령지는 두 배 이상의 인원이 있어 일도 두 배로 많아졌다. 안양 합동 점포는 대형점포로 구분되어 있었다. 타 점포에 비해 사무실도 두 배로 컸고 매출도 두 배 이상 많았다. 90명이 넘는 외야 사원 중 절반 정도는 항시 출근을 했다. 절반 정도의 대리점 사장님들은 자유롭게 출근했다. 97년 당시는 일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을 때였다. 아직 수기로 영수증을 작성할 때였지만 서서히 외야 사원분들의 전산 작업이 필요해졌다. 매일 출근하는 분들은 계속된 교육 진행으로 잘 따라가고 있었지만 가끔 오시는 분들은 이전 방식대로만 일하려고 했다.


관성의 법칙은 힘이 세다. 모든 사람들은 익숙한 걸 좋아한다. 계속해왔던 방식을 고수하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일 처리 속도도 총무가 기존 서류를 받아서 처리하는 게 오히려 빨랐다. 당장은 그게 나은 방법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절반 정도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가끔 출근하는 분들을 상대로 한 분씩 별도로 교육하는 건 더 속도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한 분씩 컴퓨터에 자리 잡고 일일이 교육했다. 가끔씩 오는 분들일수록 몇 번이고 같은 교육을 반복해서 진행했다. 당시 소장님은 그 점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나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당장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교육하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첫째는 다른 분들과의 형평성 때문이었고, 둘째는 앞으로도 계속 변화를 따라가려면 그때그때를 놓쳐선 안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당시 대형점포인데도 여직원은 나 한 명으로 직책도 총무였다. 그만큼 할 일이 많았다. 어떤 특정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일을 도맡아 해야 했다. 고유 업무 말고도 챙겨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변화를 받아들여서 적용하는 것에 게을리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몇 개월 동안 더 시간을 들여 교육하고 나니 대부분의 분들이 잘 따라와 주었다. 각자 입력할 부분을 입력해 줌으로써 일을 하는 것도 더 정확하게 되었다. 각 개인들을 교육하느라 일이 더 많아졌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훨씬 수월해졌다. 많은 분들이 내 부모님 뻘의 나이였지만 어린 총무의 지침을 잘 따라와 주셨다.


대형점포에 있는 만큼 많은 외야 직원이 사무실에 늘 북적였다. 각 개인이 '대리점 사장님'들 이셨기 때문에 자부심과 자존심이 강한 분들이셨다. 당시에 대리점 사장님의 소득도 꽤 높은 편이었다. 간헐적으로 출퇴근하시는 분들만 들쭉날쭉 소득의 편차가 있었다. 매일 출퇴근하는 분들은 대부분 당시 총무인 내 소득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소득이 많은 분들은 나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들이 여럿 있었다. 내 연봉 이상을 한 달에 버는 능력자들도 있었다. 많은 소득을 벌고 그만큼 당당해 보이는 대리점 사장님들은 멋있어 보였다. 남자 사장님들뿐 아니라 여자 사장님들도 상당한 포스가 있어서 배울 점들이 많았다.


나는 총무의 업무만으로도 늘 일이 많았다. 퇴근 시간이 늦어진 건 당연했다. 점차적으로 변화하는 모든 것들을 잘 따라와 주는 분들도 많으셨다. 출퇴근을 안 하시는 분들은 반복해서 교육하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변화에 적응하시는 분들이 늘어났다. 항상 일이 많은 총무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시는 사장님들이 늘어났다. 간식을 사주시거나 맛있는 특별식을 사주시는 분들도 생겼다. 점심시간이 되면 안양지역 곳곳에 숨은 맛집을 데려가 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당시엔 회도 처음, 참치 회도 처음, 오리백숙도 처음, 신기한 음식들도 먹어보고 좋은 곳을 다니기도 했다.


어린이 절부터 '일복'이 많은 나에게 '인복'도 불어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값진 경험이 겹겹이 쌓이고 있었다. 열심을 다 하는 것에 대한 가치, 사람에 대한 가치, 일에 대한 가치 등등 좋은 경험과 좋은 사람들이 나의 20대를 직장에서도 채워주고 있었다. "대리점 사장님들~ 잘 지내고 계시죠?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늘 기도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벗님들~

매일~ 복된 하루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