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계획표를 접고, 다시 펴는 날

하루하루의 의미-1월

by 장하늘

1월 7일: 계획표를 접고, 다시 펴는 날

– 오늘의 기록 프로젝트 7/365


ChatGPT Image 2026년 1월 7일 오후 10_45_06.png

수요일은 애매하다.
주초의 기세는 이미 빠졌는데, 주말의 여유는 아직 멀다.
거기에 오늘은 수영장까지 쉬는 날이라…
내 계획표는 갑자기 “오늘이야말로 생산성 대폭발!”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늘의 주인공은 나가 아니라 대기표였다.


수영 대신 병원

아침에 일어나 샐러드를 먹고, 엄마와 병원에 다녀왔다.
신경정신과.

엄마랑 있는 날은 마음이 조용히 따라와주면 참 좋은데,
병원에 도착했는데 숨도, 마음도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발작처럼' 확 올라오는 순간은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데, 엄마가 보시게 됐다.

의사선생님께 증상을 다시 이야기 하고
약도 조금 조정해주신다고 하셨다.

은행은 ‘통장 개설’이 아니라 ‘기다림 개설’이더라

오후엔 아들이랑 슬리버 자회사 ‘슬리버랩스’ 통장 개설하러 은행에 갔다.

근데 은행은 늘 그렇다.
내가 “준비 다 했지!” 하고 가면,
은행이 “좋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딱 한 장만 더요.” 한다.

기다리고- 너무 길다. 법인은 특히 긴 시간.

서류 보완하고 - 집으로 가려다가 인근 pc방이라도 찾아 나섰다. 그런데 프린트가 안된다고..

핸드폰으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데 베터리 방전. 다시 어떻게든 충전하면서 기다리면서 어찌어찌 처리

그런데 4시 반이라. 안된다고. 헐.................결국 오늘은 못했다

통장 개설이 아니라, 인내심 개설을 하고 나온 느낌.
그래서 나머지는 내일 아들이 마저 하기로 했다.

이런 날도 있다.
(그리고 이런 날이… 생각보다 자주 있다.)


오늘은 돈도 마음도 “자꾸 확인” 버튼이 눌리는 날

그리고 오늘은 또 은행 대출이 나가는 날이었는데,

오빠가 생활비를 안 줘서 전화를 했더니
통장이 막혔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압류가 들어온 건지 확인해본다고.

하… 인생은 왜 가끔씩 첩첩산중을 세트로 주는지.
고마해라. 마이 무으따.~

어쨌든 나는 또 보내야 하니까
아들에게 100만 원을 빌려서 보냈다.

미안함이 올라오는데, 염치가 자꾸 없어진다.


그래도 오늘 내가 한 것들

15분 루틴 오전, 오후 스트레칭, 책읽기 완료

집에 와서 밥 먹고, 바로 설거지했다.
약 먹었다.
좀 쉬었다.
할 일들은 다음날과 다음 주로 미뤘다.


1월 7일

1월 7일은 이렇게 정의해보기로 한다.

“계획표를 접고, 다시 펴는 날.”

계획대로 못 간 하루는 실패가 아니라
재배치다.
오늘은 미완투성이지만, 내일 할건 내일하고 다음주 할건 다음주 하면 된다. 아자아자.


역사 속 1월 7일의 한 장면들

서로 다른 사건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멀거나, 보이지 않던 것이 ‘확인’되거나 ‘연결’되던 날”이었다는 것.


1610년 1월 7일 — 갈릴레이, 목성의 달을 관측하다
처음엔 별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달”이었다.
세상은 가끔 이렇게 말한다.
“그건 네가 생각한 것보다 더 가까운 ‘위성’일 수도 있어.”


1785년 1월 7일 — 최초의 열기구 영국 해협 횡단
도버에서 칼레까지.
하늘을 건넌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 내가 건넌 건 해협이 아니라… 은행 창구 앞 줄이었지만,
원리는 비슷하다. 중요한 건 ‘건너가려는 마음’.


1927년 1월 7일 — 최초의 공식 대서양 횡단 전화 통화
바다를 사이에 두고도 목소리가 닿기 시작했다.
연결은 늘 기술로만 생기지 않는다.
오늘 내가 아들과 같이 은행에 간 것도,
그 자체로는 작은 연결이었다.


1972년 1월 7일 — 최초의 블랙홀 존재가 확인되다(백조자리 X-1)
보이지 않는데, 분명히 ‘영향’은 있었다.
가끔 내 마음도 그렇다.
설명은 어렵지만, 오늘은 영향이 꽤 컸다.
그래도 “확인”이 되면, 그 다음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1968년 1월 7일 — 달 탐사선 서베이어 7호 발사
발사했다고 바로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데이터를 모으고 기록한다.
오늘 나의 기록도 그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업데이트는 내일.”


2003년 1월 7일 — 이집트, 콥트 정교회의 성탄절을 국경일로 기념
어떤 날은 누군가에게 ‘그냥 평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 기념일이 된다.
오늘 내겐 수영장 휴무일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따뜻한 축일이었겠지.


1999년 1월 7일 — 미국 상원, 클린턴 탄핵 재판 시작
세상은 감정으로만 굴러가지 않고,
절차와 규칙이 일을 “시작”시키기도 한다.
오늘 은행에서 느꼈다.
절차는… 감정보다 느리지만, 어쨌든 굴러간다. (언젠가는)



오늘의 문장

“오늘은 척척척이 아니라, 접었다가 다시 펴는 날이었다. 그래도 나는 ‘제자리’에 머무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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