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유니폼, 무려 앙드레 김

셸 위 댄스-인생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by 장하늘

47화




카모밀:데이지 (꽃말:겸손과 아름다움, 순수한 마음, 명랑, 미인, 순진, 천진난만함, 평화, 희망)



유니폼, 무려 앙드레 김


첫 직장 생활이 시작됐을 때 직장인에 맞는 정장을 챙겨 입기 위해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했다. 정장 한 벌 가격도 꽤 높은 편이었고 투피스 정장 한 벌만 사는 게 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장에 맞는 셔츠에 구두까지 맞춰 입으려면 꽤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뿐인가 계절별로 몇 벌씩의 정장과 그에 맞는 셔츠를 사려면 무리가 되기 마련이었다. 겨울에는 겉옷까지 필요해서 겨울철엔 여타 계절에 비해 옷값이 많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사회 초년생은 갖춰진 게 전무하기 때문에 몇 년 동안 옷을 두세 개씩 꾸준하게 사도 여전히 입을 옷이 없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다행히 첫 직장에서는 충분한 돈이 없을 여직원들을 위해 간혹 상품권이 나왔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당시 직원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옷과 신발을 살 수 있도록 지급되었다.


지금은 인터넷이며 아웃렛이며 옷을 살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졌다. 덕분에 최종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옷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유통 마진을 줄인 결과 가격이 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물가는 20여 년 전에 비교하면 엄청 많이 오른 게 사실이다. 부동산, 주식, 먹거리 등 모든 물가가 많이도 올랐다. 그런데 옷이나 몇몇 가지들은 가격 변동이 별로 없다. 상품의 질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다. 기술이 발전되고 유통 마진이 줄면서 옷은 오히려 가격이 저렴해진 편이다. 물론 소위 메이커라고 불리는 상품이나 명품으로 분류되는 상품은 예외가 된다.

86년도까지는 중. 고등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할 때 만화 검정 고무신에 나오는 검은색 교복을 입었다. 87년부터 92년도까지 자유의 물결이 퍼지면서 교복 자율화가 전면적으로 확대하며 교복을 탈피했다. 그런 변화로 인해 출생연도가 70,71,72년생은 거의 대부분이 단 한 번도 교복을 입지 않은 세대다. 그리고 새롭게 다시 93년부터 중. 고등학교에서 현재의 교복의 원조 벌인 세일러복 같은 교복을 입게 되었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기 바로 전에 다시금 교복 세대가 열리면서 이후 고등학교 때까지 교복을 입었다. 중고등학생 때 교복을 입는 건 돌이켜 보면 간단하고 편안한 부분과 귀찮은 부분이 공존했었다.


당시 교복은 다림질을 해서 입어야 뽀대가 났었고 다림질을 안 하고 입으면 후줄근해 보였다. 부모님들이 자녀를 위해 바지런을 떨거나 자녀 스스로 옷을 다림질해서 챙겨 입어야 했다. 중학생 때는 우리 집에서 나만 교복을 입었다. 작은언니는 중학교 때는 교복을 입지 않았고 학교마저도 나와 달랐다. 중학교 교복은 1학년부터 3년만 입은 옷이라 깔끔했다. 고등학생 때는 작은 언니와 같은 학교에 가게 되었다. 집안 형편상 3년만 입을 교복에 따로 돈을 쓸 필요가 없었다. 당연한 수순처럼 작은 언니 교복을 물려 입었다. 이미 3년 동안 교복은 세월을 보내며 옷이 낡아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물려받은 교복을 입자 후줄근해 보였다. 그리고 작은언니와 체격이 비슷하지만 다른 체형 때문인지 옷 태가 예쁘지 않았다. 친구들에 비하면 낡아진 옷을 깔끔하게 입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복은 개성 있고 잘 입었을 때 돋보일 수 있다. 반면 교복을 입는 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다. 그 시절 교복이 없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학창 시절은 교복 덕분에 옷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중. 고등학교 학창 시절엔 교복과 체육복이면 만사 OK였다. 그 밖에 필요한 옷이 거의 없었다. 교복을 입으면서 신경 쓸 것이라고는 깨끗이 빨아 입기만 하면 됐다. 셔츠는 두 개를 번갈아 입었기 때문에 매일 빨고 조끼와 치마는 보통 주말에 빨았다. 하복과 춘추복 두벌로 3년을 보냈다. 동복은 춘추복에 재킷만 하나 더해지면 끝이다. 중. 고등학교 각 3년 동안 교복은 그 역할을 아주 잘하는 똘똘하고 고마운 옷이었다.


직장인이 되니 옷에 많은 신경이 쓰였다. 매일 다른 옷을 입고 싶었지만 옷 값이 엄두가 안 났다. 단벌로 다니 자니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이 쓰였다. 두세 벌로 간신히 돌려 입으며 다녔다. 그러던 중 때마침 97년에 회사에서 희소식이 전해졌다. 회사 유니폼이 생긴다는 공고가 난 것이다. 여러 가지 디자인이 예시로 나와 있었다. 무려 디자이너가 앙드레김이었다. 사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몇 개의 디자인이 예시로 개시되어 있었다. 며칠 후 여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유니폼이 정해졌다. 안 그래도 직장 생활하면서 차라리 학생 때처럼 교복 입을 때가 좋았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교복의 간편함을 알기에 회사 유니폼이 생긴다니 반가운 마음이 컸다. 한 달 지출이 큰 편인데 정장 값이 절약이 된다니 마음도 가벼워졌다.


드디어 나온 유니폼을 입어봤다. 깔끔하면서도 개성 있고 포인트가 있어서 예뻤다. 36.22.34. 정도의 콜라병 몸매는 아닐지라도 사이즈를 맞춰 입은 유니폼은 내가 봐도 제법 잘 어울렸다. 직장인으로서 옷을 잘 입을 형편이 아닌 입장에 유니폼을 입으니 좋았다. 특히 비슷한 또래 여직원들끼리 옷 센스로 비교가 안된다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회사에서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매달 나가는 지출도 적어졌다.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늘 고마웠고 소중히 다루며 입었다.


지금도 교복이나 유니폼이 있으면 좋겠다. 매일 옷 따로 챙겨 입는 거 참으로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