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병원에서 엄마네까지, 그리고 집중

하루하루의 의미

by 장하늘

3월 30일: 병원에서 엄마네까지, 집중
– 하루하루의 의미 프로젝트 30/31, 89/365

월요일.
아침은 느즈막했다.
10시가 넘어서야 일어났고, 조금 더 꾸물거리다가 12시쯤 샐러드를 챙겨 먹었다.

석이는 2시에 점심을 차려주었다.
나는 고구마를 삶고, 물을 끓이고, 설거지를 했다.
크게 대단한 일은 아닌데도
이런 자잘한 일들이 하루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3시에 나가는 석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석이는 자기 길로 가고, 나는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 기다렸다가 약을 타고,
그 길로 엄마네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걸어서 가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지만,
그만큼 마음도 천천히 따라온다.

엄마네에 도착해서는
아들이 원격으로 형부 공인인증서를 복사할 수 있게 했다.
그 일이 끝나고 나니 허기가 져서
닭볶음탕으로 늦은 끼니를 달랬다.
따뜻하고 매운 한 끼는
사람을 잠깐이라도 현실 쪽에 붙잡아 둔다.

다시 집으로 걸어오는데 30분이 훌쩍 넘은 것 같았다.
생각보다 먼 길이었다.
집에 도착해서는 단호박을 삶고,
컴퓨터 앞에 앉아 계속 언니 가족들의 일을 들여다봤다.

아직 더 해야 할 일은 남아 있지만
내가 마무리를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마무리.
그래, 깔끔하게 마무리해줘야지.
그냥 하는 거다.
할 일을 하면서,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낸다.


오늘 해낸 것들
샐러드로 첫 끼 챙기기
고구마 삶기 + 설거지
병원 다녀와 약 타기
엄마네 서류 정리 도움
닭볶음탕으로 허기 달래기
30분 넘게 걸어 집으로 돌아오기
단호박 삶기
언니 가족 일 정리 이어가기


역사 속 3월 30일의 한 장면들

1️⃣ 1842년 3월 30일 — 크로퍼드 롱, 에테르 마취 수술 시행
조지아의 의사 크로퍼드 롱은 이날 에테르를 사용해 젊은 남성의 목 종양을 제거했다. 참아야만 했던 고통이, 조금은 견딜 수 있는 일이 되기 시작한 날이었다.

2️⃣ 1856년 3월 30일 — 파리조약 서명, 크림전쟁 종결
파리조약이 체결되며 크림전쟁이 끝났다. 길고 거친 충돌도 마지막에는 결국 서명과 정리의 형태로 남는다.

3️⃣ 1858년 3월 30일 — 지우개 달린 연필 특허
필라델피아의 하이먼 립먼은 이날 지우개가 붙은 연필로 미국 특허를 받았다. 쓰는 일에는 늘 고치는 일이 함께 따라온다는 걸, 아주 사소한 발명이 먼저 보여준다.

4️⃣ 1867년 3월 30일 — 미국, 알래스카 매입 조약 체결
미국은 이날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에 사들이는 합의를 맺었다. 당장은 조롱을 받았지만, 어떤 선택은 시간이 한참 지나고서야 값이 드러난다.

5️⃣ 1870년 3월 30일 — 미국 수정헌법 15조 효력 공식 선언
수정헌법 15조는 2월에 비준되었고, 3월 30일 그 효력이 공식적으로 선언되었다. 권리는 종이에 적히는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뒤 오래 지켜내야 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6️⃣ 1912년 3월 30일 — 페스 조약 체결, 모로코 프랑스 보호령화
페스 조약으로 모로코는 프랑스 보호령이 되었다. 한 나라의 방향도 때로는 한 번의 서명으로 바뀌고, 그 문장을 이후의 세월이 오래 감당하게 된다.

7️⃣ 1981년 3월 30일 — 로널드 레이건 피격
취임 두 달 남짓 된 미국 대통령 레이건이 워싱턴에서 총격을 받고 중상을 입었다. 단단해 보이는 권력도 어떤 날에는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남긴 사건이었다.

8️⃣ 1987년 3월 30일 — 반 고흐 〈해바라기〉 경매 낙찰
크리스티에 따르면 이날 반 고흐의 〈해바라기〉는 런던 경매에서 24,750,000파운드에 낙찰됐다. 생전에 다 받지 못한 인정이, 훗날 전혀 다른 크기로 돌아오기도 한다.

9️⃣ 2023년 3월 30일 — 첫 국제 제로웨이스트의 날
UNEP는 2023년 3월 30일을 첫 International Day of Zero Waste로 기록한다. 버리지 않고 줄이고 순환시키자는 말은 결국, 남은 것들을 어떻게 정리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늘의 문장
“마무리는 그냥..하자.
결국 나는 오늘도,
내가 할 일을 하며 하루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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