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상처 대면하기 - 바라보기

셸 위 댄스 -상처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

by 장하늘

9화




상처 대면하기ㅡ바라보기


"아파요. 다쳤어요."


다치면 치료를 해야 한다. 작은 상처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기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작은 상처더라도 자국이나 모양으로 그 존재를 남기기 마련이다. 거울 속 얼굴을 들여다봤다. 잡티가 보인다. 작은 상처가 잡티가 되어 남아 있다. 몸에도 혹시 하고 찾아보니 상처들이 여럿 있다. 손, 팔, 다리, 무릎, 발, 살면서 내게 생겼던 '다침'은 옅은 흔적이나 혹은 분명한 흔적으로 남아 있다.


얼굴에 난 상처를 치료하려고 피부과를 가 본 적 있다. 20대 때 생겼던 상처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가 서른 중반 정도 됐을 때 병원을 찾았다. 피부가 안 좋다고 의사가 추천한 게 프락셀이란 시술이었다. 어떤 시술이냐면? 레이저로 간단하게 타닥타닥 한 차례 쏘고 미세한 바늘로 이루어진 롤러로 마구마구 얼굴에 굴려 상처를 내게 하는 시술이다. 그거 진짜 겁나 아프다. 마취크림은 기본이고 진통제 주사 맞으며 시술받아도 미춰버리게 아파서 비명이 절로 나온다. 끄윽~ 끄억~ 억! , 으억. 윽~~~~


얼굴에 무슨 상처가 있었냐면? 바야흐로 20세기말 (ㅋㅋ) 21살에, 무려 21살에 나는 수두를 앓았다. 수두는 우리 나이 때는 어릴 때 예방접종만 맞으면 됐었기에 내 또래에 수두로 고생한 사람은 몇 없다. 당시 열이 너무 많이 나서 병원을 갔더니 수두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증상이 너무 심한데요? 예방접종 안 받았았어요?"라고 물었다. 집에 와서 엄마에게 물었다니 역시 우리 조여사님, 대수롭지 않게 "넌 안 맞았나?" 한다. 의사 선생님은 덧붙이는 말로 성인은 아이보다 수두 증상을 심하게 앓는다고 말해줬다. 그는 마치 원숭이 보듯 힐끗 쳐다보더니 2주 진단을 내렸다.


심하게 앓았고 하루도 쉬지 못하고 출근하며 수두 자국은 얼굴에 선명하게 남았다. 일곱 개는 이마와 볼 등에 콩만 한 자국으로, 네 개는 팥보다 작은 크기로 움푹 파였다. 꽃다운 나이에는 상처치료는 생각지 못하고 살았다. 한 달 한 달 생활하는 게 굽이 굽이 넘는 끊임없이 이어진 고갯길 같았다. 20대, 피지도 못한 꽃은 어서 빨리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길 바랐다. 방치됐던 상처자국은 이미 피부로 정착됐고 망가진 얼굴을 서른 중반이 넘어서 치료하기로 마음먹고 병원에 갔다.


피부과에서 프락셀치료를 받은 효과는 참말이지 좋았다. 울퉁불퉁 한 피부결에 미세한 상처를 내서 피부를 밭갈이하듯이 평평하게 재생시키는 효과를 냈다. 시술 후 다음날부터 까맣게 아주 작은 딱지들이 생기고 3일 이후부터 딱지가 떨어지고 일주일정도 지나면 깨끗해지는 마술을 경험한다. 덕분에 수두 자국으로 움푹움푹 파여서 마치 곰보자국 같았던 얼굴결이 꽤 정리가 되었다. 치료 시에 고통이 심해서 받으러 갈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가야 하지만 효과가 좋아서 대여섯 번 치료를 몇 년에 걸쳐 받았다. 그래서 지금은 거울 속 얼굴에 수두로 인한 상처를 찾으려면 자세히 봐야 볼 수 있다. 상처자국을 없애는 건 비명 소리가 절로 나게 고통스럽지만 가치 있는 일이었다.


작은 상처도 흔적을 남기는데 큰 상처는 오죽할까? 그리고 어떤 도구에 상처가 난 것인지에 따라 작은 상처도 위험해질 수 있다. 녹슨 칼이나 못에 상처를 입으면 파상풍이 될 수 있고 심해지면 패혈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니까 상처가 나면 그걸 방치하면 안 된다. 바로 병원에 가거나, 약이라도 먹거나 치료에 게으름을 피우면 더 큰 대가가 요구된다. 때를 놓쳐 이미 자국을 남겨버린 상처를 치료하려면 적어도 밭 갈기 정도의 치료가 필요하다. 곪아버린 상처는 크게 잘못될 수 있어서 끝내 잘라버려야 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얼굴에 상처가 생기고 몸에 상처가 생길 때 고통을 느끼듯 마음에 상처가 생길 때가 있다. 눈으로 확인되지 않기에 마음먹고 감추려면 감출 수 있는 상처라서 방치하기 쉽고 치명상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있다. 거울을 보며 상처를 살피듯 마음의 상처도 마주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것이 마음 치료에 첫 번째 단계다.


프락셀로 얼굴상처를 옅게 만든 것처럼 내게 남겨진 주홍글씨를 치료하려고 그것을 마주 볼 용기를 내본다. 당신도 만약 상처 치료가 필요하시다면

위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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