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첫 계, 그리고 전세자금 대출

셸 위 댄스-인생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by 장하늘

88화

(라라크루 5기 -10일 차)




글라리오사 (꽃말: 광영, 영광)



첫 계, 그리고 전세자금 대출


<500만 원!!!> 처음에 들어온 말은 그것 하나였다. 500만 원이면 월세방을 구할 수 있는 돈이었다. 그의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집을 알아보러 다닌 적이 있었다. 부동산에 문의해 보니 월셋집을 구하더라도 보증금이 최소 3백만 원에서 5백만 원은 필요하다고 했다. 수중에 돈 한 푼도 없었던 나는 그걸 남자친구에게 물어봤었다. 그런데 그 또한 가진 돈이 전무하다고 했다.


배는 불러오고 출산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를 낳기 위해 함께 있을 장소로 선택된 것이 그의 집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의 집에서 나는 3주 동안 있으면서 <서서히 질식>되는 것을 경험했다. 그곳에서 나는 먹는 것, 말 한마다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공기 속에 만연하게 깔려있는 '불편'이란 입자들이 숨조자 쉬기 힘들게 만들었다. 질식할 것 같았던 공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된 건 시간이 한참 지나서였다. 어릴 때부터 막내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발달된 눈치로 몸이 먼저 알았을 수 있다. 인간의 몸을 머물게 하는 집, 공간이 얼마나 큰 가치인지 절실하게 느낀 때였다.


500만 원의 희망을 찾아 큰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500만 원짜리 계 두 개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큰언니가 이야기해 주었다. 보통 계는 확실한 사람들끼리만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한 번도 계에 참여한 사람이 아니라서 큰언니가 나도 낄 수 있는지 알아봐 준다고 했다. 큰언니에게 내가 첫 계를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 큰언니가 연락을 주었다. 중간에 받는 경우나 끝에 받는 건 괜찮지만 첫 계를 받으려면 큰언니의 보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큰언니가 나의 형편을 고려해서 보증을 서주기로 했다. 곧 첫 계로 나에게 500만 원이 생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곗돈을 받는 날짜를 확인하고 바로 그 길로 부동산을 찾아갔다. 부동산 사장님이 월세방을 이곳저곳 보여주셨다. 월세도 최소 30만 원이 넘었다. 계산기를 돌려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지출은 돈이 많아서 계속 이 집 저 집을 더 알아봤다. 조금 더 괜찮은 집을 알아보려고 하면 월세가 터무니없이 올라가곤 했다. 그러다가 <전세, 전세자금 대출>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전셋집은 그나마 매달 나가는 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부동산 사장님이 전세자금 대출을 못 받을 상황인지 나에게 물어봐서 그게 무엇인지 듣게 되었다. 전세는 매달 나가는 월세금이 없는 대신 더 많은 보증금이 필요했다.


부동산 사장님께 설명을 듣고 그날은 집으로 돌아왔다. 인터넷을 조회하고 더 자세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무주택자는 전세보증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대출한도는 보증금의 70%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 같은 경우 500만 원이 있으니 전세보증금 1500만 원의 전셋집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음날 부동산에 미리 전화를 하고 전셋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임신으로 몸이 무거웠지만 불평을 할 처지가 못됐다. 앞으로도 그의 방에 있을 생각을 하면 그만한 고생은 아무것도 아닌 거라고 느껴졌다.


아이를 낳고 키우려면 엄마네 집 근처가 좋을 것 같아서 장소는 부천지역만 알아봤다. 그런데 알아볼수록 부천은 집값이 꽤 비싼 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도 장소를 벗어나는 건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이를 낳고 직장 생활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엄마의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 같았다. 돈에 맞춘 집 상태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는 건 쉽지 않겠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살고 싶은 집이 아니라 <마음 편안하게 숨 쉬고 살 수만 있는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돈에 맞는 집을 구하기 위해 며칠 동안 발품을 팔아야 했다. 많은 집을 봤는데 그나마 딱 한집이 화장실이 포함된 집이었다. 다세대 단칸방에 쪽방이었지만 화장실을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집이었다. 제일 중요한 건 그 집은 전세자금 대출도 가능한 집이었다. 드디어 살 수 있는 집을 찾았다.


집을 정하고 계약금은 100만 원만 넣고 계약을 진행했다. 계약서를 가지고 은행으로 가서 전세자금 대출 신청서를 접수했다. 잔금일에 맞춰서 이사를 나올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오롯이 혼자 다녔다. 당시 작은언니가 둘째를 낳았는데 아기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가족들 누구도 나와 함께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서 나 혼자 다녔다. 그의 집에 한 달 반정도 있었는데 그 시간이 마치 몇 년을 보낸 듯 길게 느껴졌다. 짧은 기간 동안 느낀 고단함 치고는 지리하고 무거운 느낌이었다. 그곳을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모든 것이 괜찮은 기분이었다.


첫 계가 시작됐고 500만 원을 받는 첫 달에 25만 원을 제외하고 475만 원이 나왔다. 그 돈 중 450만 원이 1500만 원의 30%였다. 나머지는 잔금일에 대출금이 은행에서 나왔다. 얼마의 선취수수료 등이 공제하고 대출이 나와서 돈이 조금 부족했다. 다행히 마지막 달 회사를 다닌 월급은 엄마에게 안 드리고 내가 가지고 있었다. 부족한 돈을 채우면서 잔금을 치렀다. 그리고 부동산 수수료 등 별도로 나가는 돈을 지불했다. 이런저런 돈이 우습게 추가되는 걸 경험했다. 그래도 가지고 있던 돈으로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드디어 나는 그의 방에서 나의 전셋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와 함께 아이를 낳고 키울 장소가 마련되었다. 그와 나의 이사는 이사 차도 없이 봇짐을 싸서 옮기는 것으로 간단하게 진행됐다. 내 보금자리라서 단칸방이었지만 너무 좋았다. 나의 첫 집은 다세대 2층 집이었다. 원래 주인세대가 사용하던 방에 끝방 하나를 문을 막고 세를 주는 방이었다. 그래서 단칸방인데 문이 두 개였다. 주인세대와 연결된 문은 살림을 들여놓은 후에 장롱으로 막아야 했다. 부엌과 화장실은 건물이 최초 지어질 때 지어놓은 게 아니었다. 부엌과 화장실을 나중에 증축하면서 개별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한 집이었다. 부엌과 화장실에 난방이 안된 건 임시방편으로 증축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내가 이사한 건 겨울이 지난, 2001년 4월 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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