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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안녕 Sep 03. 2024

나만 빼고 퇴사해6

중소기업 지역 청년 연쇄 퇴사 소설

 “회사는 그만둔 거야?”

“진작에 나왔지.”


 예주의 물음에 찬형이 답했다.


 “잘했다. 그만 두어야지 생각만 하면서 나오지도 못하는 나보다는 낫네.”


 인오는 부러움을 표했다.


 “계속 다니는 것도 그렇고 그만 두는 것도 그렇고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아니잖아.”


 “어쨌든, 오빠는 대단해.”


 찬형의 말에 예주가 부러움이 섞인 칭찬을 보냈다.


 “네가 이 나라를 떠난다는데 안 믿긴다.”


 “오빠는 실감이 나?”


 “모르겠어, 아직은. 이게 잘하는 짓인지… 우리나라가 솔직히 살아가기에는 정말 편하고 좋은데…”


 찬형은 말을 잇지 못하며 생각에 잠겼다.


 “OECD 국가 가운데 근로 시간은 2위잖아.”


 “나는 그거 보고 뭔가 잘못됐나 싶었는데. 우리나라가 왜 1위가 아닌 거야?”


 “오빠, 멕시코가 있으니까!”


 예주와 인오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나라가 1위가 아니라니 자존심 상하지 않냐?”


 찬형도 두 사람의 말을 받았다.


 “대한민국의 근로 시간 1위를 위해 내가 야근을 더 불태워서 해야겠네.”


 그렇게 말하는 예주의 표정은 자못 비장하였다.


 “그러니까. 멕시코는 이겨야지.”


 인오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모임이 끝난 다음에 예주를 보낸 인오와 찬형은 편의점에 들러 이온음료를 구입하고 공원을 찾았다.


 “우리가 언제 처음 봤는지 기억 나?”


 인오가 먼저 찬형에게 물었다.


 “신입생 때 아니야? 동아리방에서.”


 “그때가 스무 살이다.”


 “너랑 함께한 세월이 10년이 넘는 거네?”


 “징그럽다.”


 인오는 장난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징그럽기만 하냐? 소름이 끼치지.”


 말을 끝낸 두 사람은 한동안 이온음료만 마셨다.


 “저녁마다 채용공고를 보고 있는데…”


 인오가 다시 말을 꺼냈다.


 “넣을 만한 곳이 없지?”


 찬형이 생각에 잠기다가 말을 했다.


 “어떻게 정상적인 곳이 없냐?”


 “그러니까. 이 좋은 대한민국에 멀쩡한 회사는 존재하지 않지.”


 “이 나이 먹고도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왜 이러는지 한심하기도 하고.”


 


 굴러가다 보면 좋은날 오겠지


 내 꿈을 찾아서 내 사랑 찾아서


 나는 자유로운 새처럼 마음껏


 하늘을 날고 싶어


 


찬형은 마시따 밴드의 ‘돌멩이’ 가사를 읊조렸다.


 


 굴러 난 굴러간다


 내 몸이 부서져 한줌의 흙이 돼도


 굴러 난 굴러간다


 내 사랑 찾아서 내 꿈을 찾아서


 


 인오가 이어서 노래를 불렀다.


 그날 밤은 두 사람의 합창으로 무르익어갔다.


 


 인오와 하진은 상인동의 샛별 아파트를 찾았다. 매주 수요일마다 아파트 앞에서는 장터가 열린다. 두 사람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막걸리 시음을 권하고 홍보를 하면서 오후 근무를 이어갔다. 사람들이 뜸해진 사이 인오와 하진은 잠시 휴식을 취했다.


 “또 떨어졌냐?”


  주식 어플을 실행하여 판타스틱 솔루션의 종가를 확인하고 있는 하진을 보며 인오가 말을 꺼냈다.


 “죽는다.”


 하진은 성질을 부렸다.


 이어 전화기에 수신음이 들리자 인오는 단체대화방을 열었다. 찬형이 보낸 공항 사진이 보였다.


 “그래. 갔다와.”


 인오는 하진에게 전화를 하고 오겠다며 허락을 받았다.


 한적한 곳을 찾은 인오는 찬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 수속은 언제 밟는데?


 - 이제 곧 할 거야.


 - 잘 도착해라.


 - 그래, 뭐 별일 생기겠냐?


 - 알았어. 가서 꼭 연락하고.


 - 고맙다. 생존 신고 할게. 끊는다.


 인오는 전화가 끊기고 난 뒤에도 한참을 생각에 잠기다가 하늘을 한번 쳐다봤다. 잠시 후,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시선에 잡혔다. 인오는 멍하니 한동안 비행기의 궤적만 바라보고 있었다.


 


 퇴근을 마치고 돌아온 인오는 평소와 같이 채용 공고를 살펴보다가 인터넷 창을 닫고 바탕화면의 ‘명덕로타리’ 폴더를 열었다. 폴더에는 수많은 동영상으로 가득했다.


 “그 공연이 언제였지?”


 스크롤을 내리던 인오는 파일 ‘명덕 대동제-행운을 빌어요’를 찾았다.


 “이게 맞지 싶다.”


 인오가 동영상을 재생하니 명덕대학교 무대 공연장이 나왔다. 배경에는 ‘명덕 대동제’라는 글자가 있었고 학교에서 열리는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무대에서 예주는 건반, 인오는 드럼을 맡고 있었다. 두 사람이 페퍼톤스의 ‘행운을 빌어요’를 연주하기 시작하면 보컬을 맡은 찬형이 노래를 불렀다. 노래 중간에 인오와 예주가 화음이나 후렴구를 부르는 모습도 나왔다. 세 사람은 무대가 끝나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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