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이던 찬형은 철수와 존슨의 ‘지원동기’를 틀어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자기소개서롤 입력하고 있었다.
돈 벌라고 돈 벌라고 돈 때문이라고
대체 뭘 바라는 건데
돈 때문이란 걸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잖아
지원동기란에 다다르자 찬형은 ‘돈’이라는 글자를 쓰고 복사 붙여넣기를 해서 1,000자를 채웠다가 지웠다. 다시 ‘돈 때문에’라고 적은 뒤에 다시 지우고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쓰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또 다시 글자를 지운 뒤에 ‘오래 전부터 그림을 그리면서…’라는 전형적인 문구를 입력하기 시작하는 자신을 알아차렸다.
찬형은 문득 모든 회사에 1,000자에 해당하는 채용 동기는 왜 존재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기업에서도 해당 글자 수에 알맞게 채용 동기와 포부 등을 제시하고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커피 쿠폰에 도장을 10번 찍으면 커피 한잔을 무료로 주는 것처럼 이력서를 10통 정도 넣어야 1번의 면접 기회가 주어졌다.
찬형은 조그마한 공장 형태의 옥외광고회사에서 면접을 봤다. 적응하기 어려운 회사의 환경에 찬형은 눈앞이 까마득해졌다.
“저기 보이죠?”
사장이 가리키는 곳에는 간판을 제작하고 있는 부장과 과장이 보였다.
“길을 지나다니다 보면 매일 같이 마주하는 간판, 현수막을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에요.”
“네.”
“토요일은 격주로 나와야 하고…”
“채용공고에는 주5일이라고 적혔던데요.”
“아, 토요일은 격주로 나오니까. 주5일이 맞지.”
“네?”
찬형은 어리둥절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근무를 안하면 고마워 해야지. 요즘 사람들이 그렇게 일을 안하려고 하니까 나름 배려를 해주는 건데. 그리고 매주 5일제로 하면 내가 월급을 주는 입장에서 손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