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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안녕 Aug 30. 2024

나만 빼고 퇴사해4

중소기업 지역 청년 연쇄 퇴사 소설

개량한복 차림에 한 덩치를 하는 천기풍이 공장 내부에서 한 손에 효자손을 들고 지시를 했다. 그의 허리에는 무전기가 달려 있었고 작업복 차림의 인오와 하진을 비롯해 3명의 직원이 상자에 막거리를 담고 탑차에 실어 날랐다. 이어 기풍은 호루라기를 불며 조금 더 직원들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호루라기 소리에 직원들의 작업 속도가 올라가면서 인오와 하진의 표정은 거의 울기 직전에 다다랐다.

시간이 흘러 모든 작업이 끝나자 인오와 하진은 사무실로 올라가기 위해 마무리를 했다.


 “올라가거든 현장직 채용 공고 올리고.”


 기풍이 인오에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상석인 천영우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인오와 하진의 책상은 천영우의 자리 바로 밑에서 마주보고 있는 형태였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아무도 없을 때는 자리 좀 지키고 있지.”


 인오가 천영우의 자리를 향해 말했다. 피곤한 기운이 몰려오자 인오는 잠시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그때 책상 위에 있던 무전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인오는 부리나케 무전기를 받았다.


 - 네, 공장장님.


 - 지원자 들어왔냐?


 - 아니요.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인오는 그렇게 답변을 하며 그제야 채용공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 언제 올렸는데 아직 지원자가 아무도 없는 거야? 현장에 매번 사람이 나가서 바쁜 것 알아? 몰라?


 - 네, 항상 상단에 보이게 신경 쓰겠습니다.


 무전기의 신호가 끊겼다.


 “쉴 틈을 안 주냐.”


 인오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5분밖에 안 지났는데 지원자가 있는 게 더 웃기다.”


 하진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지겨워. 지겨워. 매번 사람이 나가고 채용 공고는 또 다시 올려야 하고. 이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뽑으면 뭐해? 자꾸 나가는데… 곤 부장은 또 언제 들어오냐고?”


 


 어느덧 시간은 6시를 향하고 있었다. 인오와 하진은 업무일지 작성에 몰두 중이었고 그 사이에 돌아온 영우는 정리를 하며 퇴근 준비를 했다.


 “난 먼저 가볼게.”


 “네, 수고하셨어요.”


 “안녕히 가세요.”


 영우가 문을 열고 나가면 두 사람은 그 뒷모습을 쳐다봤다.


 “나도 그냥 갈래.”


 “다 집어치우고 가자.”


 인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사무실 문이 열리며 곤 부장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아파트 분양 휴지, 물티슈, 포스트잇 등이 담긴 가방이 들려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인오는 머쓱해졌다.


 “오늘 별일은 없었지? 내가 저녁에 동창회 약속이 있어서 회의는 내일 하자고.”


 곤 부장은 하진에게 가방을 건넸다.


 “탕비실에 정리해놓고.”


 “네.”


 곤 부장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자 두 사람의 얼굴은 활짝 펴지기 시작했다.


 


 지상철 3호선 청라언덕역은 환승역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오도 퇴근을 하는 사람들의 무리 가운데 있었고 운이 좋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맞은편에는 영어 단어장을 손에 쥐고 꾸벅꾸벅 조는 학생이 보였다. 인오의 시선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잠깐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던 인오는 문자 수신음에 생각을 멈췄다.


 


찬형       이번 주 금요일 어때?


예주       좋아.


인오       나도 괜찮아.


예주       그런데 무슨 얘기 하려는 거야?


인오       그러니까 말이야. 좀 알려줘.


찬형       만나서 얘기해. 내가 장소는 정해볼게.


 


 드디어 금요일이 왔다. 인오가 식당에 들어가면 먼저 와서 앉아있던 예주가 손을 흔들며 반겼다.


 “진짜 얼마만이냐.”


 인오는 정말 오랜만이라 더욱 반가운 표정이었다.


 “내가 누군지는 알지?”


 인오가 자리에 앉으면 찬형도 가게로 들어와서 두 사람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반가움을 표현하며 인오는 몸으로 살짝 부딪히고 때리며 장난부터 쳤다. 찬형은 그런 인오의 장난을 잘 받아주었다.


 “오랜만에 만나도 여전하네.”


 예주는 알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예주야, 너도 오랜만이다.”


 찬형의 눈에 그제야 예주가 보였다.


 “됐네요.”


 예주는 뾰로통한 표정을 짓다가 웃는다.


 “그나저나 난 진짜 궁금하다.”


 “그러니까.”


 두 사람이 말을 꺼냈고 모든 집중이 찬형에게 쏠렸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나도. 어떻게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찬형이 뜸을 들였다.


 “혹시 결혼이라도?”


 “아이라도 가진 거야?”


 “이것들이 진짜…”


 찬형은 헛웃음을 지었다.


 주문을 한 안주와 소주 등이 나와 있지만 분위기는 자못 심각해졌다.


 “다음 주 수요일이 뭐야?”


 예주의 목소리에 심각함이 묻어났다.


 “왜 그렇게 갑자기 떠나는 건데?”


 “일정이 그렇게 됐어.”


 찬형도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용접 배우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캐나다로 갈 줄은 꿈에도 몰랐네.”


 “그런 건 어느 정도 얘기는 해줬어야지…”


 “바로 간다고 이민이 가능한 거야?”


 예주와 인오의 질문이 쏟아졌다.


 “시간은 좀 걸리지.”


 “남의 나라로 가는 일이 생각처럼 보통 쉬운 일은 아니잖아.:


 “그렇지.”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한 거야? 평소에 그런 얘기 전혀 없었잖아.”


 “나도 내가 이민을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지. 회사를 다니다 보니까 이렇게 됐으니…”


 찬형은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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