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덕대학교 시청각실의 객석에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하진은 무대에서 자료를 띄우며 설명을 하고 인오는 행사 현장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았다. 그리고 인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학교 4학년이었던 인오와 찬형, 예주도 지금의 학생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시청각실을 찾은 적이 있다.
“천기식품이라고 난 왜 처음 들어보지?”
설명회 자료 책자를 보고 있던 예주가 말했다.
“나도. 그런데 채용설명회를 할 정도면 큰 회사인가?”
찬형이 거들었다.
“큰 회사이면 유명해야지. 아무도 모르잖아.”
인오가 답했다.
“그래도 괜찮은 회사처럼 보이는데.”
예주가 말을 꺼냈다.
“난 뭔가 별로야. 느낌이 안 좋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놀랍게도 인오는 자신의 앞날을 예측하고 있었다.
무대에 한명아 과장이 등장하자 세 사람은 대화를 멈췄다. 한 과장에게서는 뭔가 당차고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매력을 느끼고 같은 여자가 봐도 부러워하면서 닮고 싶은 그런 인상을 풍겼다.
“지금부터 채용설명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천기식품의 경영지원부 과장 한명아입니다.”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채용설명회를 위해 모교에 방문한지도 올해로 벌써 다섯 번째네요. 항상 올 때마다 후배들을 만나 즐겁고 긍정적인 기운을 얻을 수 있어 기분이 좋아요. 그럼 본격적으로 채용설명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저희 회사 홍보 영상을 보겠습니다.”
동영상 재생을 시작하면 80년대 분위기의 홍보 영상이 나왔다.
“엄청 멋진데 카리스마까지.”
“장난 아니다.”
예주와 찬형이 한 마디씩 했다.
홍보 영상의 재생이 끝나자 한 과장은 다음 화면으로 자료를 넘기며 본격적인 채용설명회를 이어갔다.
“회사의 연혁, 현황은 넘어갑시다. 10년째 다니고 있는 저도 잘 몰라요.”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학생 몇몇은 채용설명회를 동영상으로 찍고 있었다.
“기업 인재상?”
한 과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회사가 이런 인재를 원한다고 하네요. 이런 인재를 뽑지도 않던데… 창의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은 창의적이기만 하면 안 됩니다. 모순이기는 하지만 창의적이면서 복종을 잘해야 합니다. 창의는 자유로움에서 나오는 가치인데도 말이죠. 그리고 친화적인 사람도 우리 회사의 인재상이네요. 상사에게 잘 보이고 줄을 잘 서면 그게 친화적인 사람입니다. 끝으로 열정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열정은 야근까지 하면서 발휘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에서 원하는 창의적인 사람, 친화적인 사람,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인재상에는 이런 뜻이 숨어 있답니다.”
객석에서는 마치 종교 부흥회와 같은 열렬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시간이 흐르고 질의응답의 시간도 끝날 조짐이 보였다.
“질의응답 질문은 끝났나요? 그럼 답변 할게요. 야근이 많은 편인지 그리고 야근이 무엇인지 걱정이 되는 거죠? 야근은 별 것 없어요. 이미 여러분들은 이름만 자율인 야간자율학습을 통해서나 학원에 다니면서 일찍부터 체험했잖아요. 우리나라는 국어, 영어, 수학뿐만 아니라 야근까지 조기 교육을 하는 참 훌륭한 나라예요. 그렇지 않나요? 앞으로 여러분이 하게 될 야근은 대구의 아름다운 야경을 만드는데 많은 기여를 한답니다. 대한민국의 직장인 덕분에 우리나라는 야경이 아름다운 국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