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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안녕 Aug 29. 2024

나만 빼고 퇴사해3

중소기업 지역 청년 연쇄 퇴사 소설

불과 한 달 전이었다.

윤 대리는 인오와 하진을 고깃집으로 불렀다.


 “갑자기요?”


 “정말 퇴사를 하신다고요?”


 하지만 윤 대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덤덤하게 고기를 뒤집었다.


 “일단 먹자고.”


 전혀 그럴 기분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억지로 젓가락을 들었다.


 “왜 그러시는 거예요? 무슨 일 있어요?”


 하진이 물었다.


 “꼭 무슨 일이 있어야 해?”


 “그만 두시면 뭐하실 거예요?”


 이번에는 인오가 말했다.


 “혹시 복권에 당첨이라도?”


 “그럴 수도 있겠다.”


 두 사람은 거의 확신에 가득찬 소리로 말했다.


 “그런 것 아니야. 복권 당첨은 무슨. 당첨되면 얼마나 좋을까.”


 윤 대리는 고개를 젓더니 행복한 상상을 했다.


 “윤 대리님 없으면 회사가 어떻게 굴러가요?”


 하진이 물었다.


 “두 사람이 있잖아.”


 “막막하다.”


 인오는 말을 하며 낮은 한숨을 쉬었다.


 “잘할 거면서 왜 그래?”


 “그럼 퇴사하고 나서 뭐하시는데요?”


 하진이 물었다.


 “쉴 거야.”


 “그게 말이 돼요? 애들이…”


 인오가 말을 잇지 못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들이 셋이 있지만 그럼에도 잠깐 내려놓고 살려고.”


 “허락은 받으셨어요?”


 “응.”


 하진의 물음에 윤 대리가 대답했다.


 “혹시 사업이라도 하시려고?”


 “지금까지는 아무 계획이 없어. 마누라가 하고 있는 보험 일이나 배워볼까 생각중이기도 하고.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어.”


 윤 대리의 대답을 들은 인오는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었다.


 “투자 하는 것 있으세요?”


 하진이 물었다.


 “음… 주식?”


 “대박이라도 나셨죠?”


 인오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대박까지는…”


 윤 대리가 머리를 긁적였다.


 “진짜예요? 어디에 투자하셨어요?


 하진은 엄청 놀란 얼굴이었다.


 “뭐… 초한소프트라고…”


 “대박!”


 “그거 이번에 10배 올랐던데.”


 인오와 하진의 말이 동시에 나왔다.


 윤 대리는 긍정의 의미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난 거의 10년 정도 들고 있었거든.”


 그 말을 듣고 두 사람은 거의 놀랄 노자였다.


 “다 팔았어요?”


 “운이 좋게도 내가 팔고 나니까 하락을 시작하더라고.”


 그 말을 들은 인오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걸로 노후생활이 가능한 정도인거죠?”


 “그 정도는 아닌데 애들 대학교 공부는 시킬 수 있는 정도지. 주식이 대박 나서 천기를 탈출하는 게 인생 목표였는데 이런 날이 다 오네.”


 “저는 판타스틱솔루션이 제발 그렇게 올랐으면 좋겠어요.”


 하진이 간절하게 말했다.


 윤 대리는 지갑에서 부적처럼 보이는 노란색 종이를 꺼냈다.


 “주식 대박 천기 탈출?”


 인오가 빨간 글자를 읽었다.


 “그냥 나만의 부적처럼 만들어 다녔어.”


 “이거 엄청나다. 저 주시면 안 돼요?”


 하진이 말했다.


 “그래, 얼마든지 가져. 좋은 날 올 거야.”


 윤 대리는 오원식품에 입사를 하였다. 후에 천기식품으로부터 인수를 당하였지만 고용 승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천기식품 출신이 아니면 승진의 기회도 없었다. 텃세에 못 이겨 직원들이 여럿 떠났지만 제일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은 윤 대리였다. 그에게는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들 셋이 있었고 이직은 쉽지 않았기에 어쩔 수없이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인오와 하진의 차는 어느덧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공장 앞에는 천영우의 반려견인 천기가 살고 있는 개집이 보였다.


 “들어가도 분명 한소리 듣는다.”


 하진이 말을 꺼냈다.


 “곤 부장은 나갔나봐. 차가 안 보이네.”


 인오가 주차장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이 시간에 또 어딜 나간 거야?”


 두 사람은 곤 부장이 퇴근 시간에 임박해 돌아올까 봐 걱정이었다.


 “야, 너희들 왔으면 빨리 거들어야 할 것 아니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기풍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공장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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