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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안녕 Sep 04. 2024

나만 빼고 퇴사해7

중소기업 지역 청년 연쇄 퇴사 소설

 회사를 향해 걷던 인오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표정은 비장해지기 시작했다. 인오는 영화 <박하사탕>의 명장면처럼 양팔을 벌렸다.

‘나 돌아갈래~ 천기식품에 입사하기 전으로 돌아갈래~’


 하진이 인오의 옆으로 오더니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뭐 하냐?”


 인오는 그제야 정신이 들며 상상에서 깨어났다.


 “들어가기 싫어서 이러고 있지.”


 “정말…”


 인오의 눈에 곤 부장의 차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빨리 들어가자.”


 하진도 곤 부장의 차를 발견하고 뛰기 시작했다.


 


 ‘자원 절약 환경 보호 비용 절감 효율 증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는 탕비실에서 인오는 사물함을 열어 가방에서 휴지와 물티슈 등을 꺼내 정리를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다른 아파트 이름의 홍보 휴지와 비닐장갑 등이 이미 가득차서 억지로 욱여넣었다.


 “이제 회의하러 들어가자.”


 탁자 앞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던 하진이 말했다.


 “지금 시작하면 언제 끝나냐?”


 하진은 대답 대신에 고개를 저었다.


 


 탕비실과 마찬가지로 한쪽 벽에 ‘자원 절약 환경 보호 비용 절감 효율 증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는 회의실에서 곤 부장은 인오가 찍어온 채용설명회 동영상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의 주력 상품만 얘기하고 끝이네?”


 곤 부장의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다 설명하면 시간이 없어요.”


 “채용설명회의 목적이 뭐야? 우리가 진짜로 채용을 하려고 하는 거야?”


 곤 부장은 멈칫거렸다.


 “물론 채용은 하지. 이게 다 홍보야, 홍보! 다음 학교는 어디야?”


 “명덕대학교가 끝이었는데요.”


 인오가 말했다.


 “그러면 다음 채용설명회에… 그건 그렇고. 두 사람이 있던 기수부터 자꾸만 근무 중 퇴사가 발생해서 보통 골치가 아니거든. 참나. 예전에는 하루이틀 다니다가 퇴사를 했는데 요즘에는 근무 첫날부터 퇴사를 하니 이거 어떡해야 돼? 좀 더 획기적으로 ‘근무 중 퇴사 방지 방안’에 대해서 연구를 해보라고. 인터넷에서 손쉽게 찾을 생각은 하지 마. 요즘 젊은 사람들 인터넷에만 의존해서 본인 생각은 할 줄 모르는 것도 문제야, 문제. 근무 중 퇴사 방지 방안! 1인당 3가지씩. 나주임은 오늘부터 신입사원 채용 공고 올려놓고.”


 


 인오와 하진은 각자의 자리에서 근무 중 퇴사 방지 방안을 검색하고 그 결과를 단체대화방을 통해 공유했다.


 


인오       직장인 94.5%, 근무 중 퇴사 충동


하진       ㅋㅋㅋㅋㅋ 나도 봤어.


인오       그런데 왜 100%가 아니지?


하진       그렇네. 아~ 백두혈통들ㅋㅋㅋ


인오       맞네, 그들이 있었지.


하진       나 오랜만에 한명아 과장님 영상 보고 있었는데ㅋㅋㅋ


인오       아직도 돌아다녀?


하진       모자이크에 음성 변조 입혀서 여전히 나와~


 


 그날도 곤 부장은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바둑을 두고 있었다. 일문고등학교 36기 동기회 단체대화방에 ‘대구의 모 중소식품의 채용설명회’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곤 부장은 아무런 의심 없이 동영상을 재생하였다. 모자이크에 음성 변조를 입힌 한 과장이 등장하는 채용설명회의 현장이 나왔다. 곤 부장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보다가 명아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이거 혹시? 한 과장~~~”


 곤 부장은 사무실이 떠나가라 외쳤다.


 그의 절규를 듣고 한 과장과 윤 대리는 부장실에 들어왔다. 세 사람은 탁자 앞으로 모여 모자이크에 음성 변조를 한 과장의 동영상을 시청했다.


 “딱 봐도 한 과장이지?”


 “글쎄요…”


 윤 대리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사자인 한 과장은 오히려 덤덤한 표정이었다.


 “한 과장, 여태까지 채용설명회를 이따위로 진행했어?”


 “그날이 처음이었는데요.”


 “윤 대리는 한 과장이 이러는 것 진짜 몰랐어?”


 “네, 저는 정말 알 수가 없죠.”


 “한 과장, 어떻게 책임질 거야?”


 “퇴사를 할게요. 책임지고 물러나겠습니다.”


 명아가 비장하게 말하자 곤 부장은 기가 막히기만 했다.


 “계속 회사를 다니면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채용설명회를 진행할 수밖에 없겠다는…”


 “한 과장!”


 곤 부장은 명아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래 퇴사한다고 쳐. 마흔을 바라보는 노처녀가 회사를 그만두면 어디서 받아줘?”


 “저는 회사를 안 다닐 거고요. 제 일을 하려고 합니다. 됐죠? 더 할말이 있으신가요?”


 곤 부장은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는 하던 일을 하러 가보겠습니다.”


 한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렇게 말하고 곤 부장의 방에서 나갔다.


 


인오       난 이때 직관했잖아ㅋㅋㅋ


하진       우리 학교에도 채용설명회 왔는데 그때는 관심이 없었지.


인오       나도 딱히 관심이 있어서 간 건 아니었지만 다니고 있을 줄이야ㅜㅜㅜ


하진       우리 입사하기 전에 퇴사를 하셔서 좀 아쉽긴 해.


인오       나도 입사하니까 안 계셔서 놀랐잖아.


하진       그나저나 정말 왜 이러고 있지? 퇴근이나 하고 싶다ㅠ


인오       진짜 이대로 퇴근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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