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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안녕 Sep 05. 2024

나만 빼고 퇴사해8

중소기업 지역 청년 연쇄 퇴사 소설

하진은 오후에 거래처인 현산식품을 찾았다. 거래처 사장은 단호박 식혜를 건넸다.

“잘 나왔어요. 제가 요청한 배합인데 괜찮네요.”


 하진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럼 잘해줘야지. 당장 팔아도 되겠는데.”


 “제가 판매를 하려면 절차가 아직 좀 남았어요. 제품 디자인도 이제 시작 단계이고… 보통 일이 아니네요, 사장님.”


 “누구나 시작은 다 그렇게 하는 거야.”


 “제가 요청한 건 계좌로 보냈어요.”


 “알고 있어. 그런데…”


 “저희 회사 대금이요?”


 “곤 부장한테 직접적으로 얘기는 하지 말고.”


 “저도 정말 결재 서류가 잘 보이게 신경 쓰고 별짓을 다하고 있어요.”


 하진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초창기부터 자기네 회사의 결제는 깔끔하게 알아서 하니까 내 입에서 결제를 요청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순간 거래는 끊기는 거라고 말을 하더라고…


 현산식품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대신 죄송해지네요.”


 


 그 시간 곤 부장은 세남저축은행 지점장실을 찾았다. 친구는 골프채를 휘두르며 연습 삼매경에 빠졌고 곤 부장은 제자리마냥 안마기에 누웠다.


 “저번 것 보다 확실히 좋다.”


 “비싼 값을 하지.”


 “야~ 진짜 마음에 든다. 매일매일 놀러올게.”


 “너희 사무실에도 하나 들여놔.”


 “내가 한가하게 회사에만 있는 사람이야?”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 줄 아냐? 25살이 건물을 사겠다고 대출을 내러 왔는데…”


 “뭐? 금수저야?”


 “코인 투자로 대박이 나서 건물주가 되려고 하는 거지.”


 “큰일이다. 큰일이야. 젊은 사람들이 투자로 대박날 생각 아니면 건물주나 꿈꾸고…”


 “젊은 사람들이 일을 안하면 소는 누가 키워?”


 “말세다. 말세.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그러니까 . 참, 너 진석이 회사에 가봤냐?”


 “성주로 옮겼다며?”


 “간다, 간다 말만 하고 시간이 안 나네.”


 “말 나온 김에 오늘 가보자.”


 “오늘?”


 “오후에. 크게 안 바쁘면 갔다 오자. 일은 직원이 하는 것 아니냐? 성주면 근처니까 맑은 공기도 좀 쐬고 오면 좋잖아.”


 “그래, 그러자.”


 


 일주일은 빨리도 지나간다. 인오와 하진은 샛별 아파트에서 열리는 장터를 찾았다.


 “저녁마다 찾아보고 있다고?”


 인오가 이직 얘기를 먼저 꺼내가 하진이 되물었다.


 “얼른 여기를 떠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으니까… 다른 대안이 없잖아. 넌 뭐하는 것 있어?”


 “사업자 냈어.”


 하진은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사업자? 사업 한다고?”


 “인터넷으로 판매를 할까 싶어서.”


 “뭘 판매하는데?”


 “아직은 아무것도 안 했어. 현산식품에 OEM 맡겨서 해보려고 하고 있거든. 너도 거래처에서 납품 받아서 팔아보던가 해보면 어때?”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하냐?”


 “처음에는 막막하지.”


 “그러니까. 넌 어떻게 시작했냐?”


 “나도 뭐 엄두가 안 났지만 그런데 여기를 떠나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거지. 전부 다 처음부터 배워야 해. 쇼핑몰 설립이랑 운영부터 제품 개발이며…”


 “대단하네. 난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는데…”


 “다른 회사 알아보고 있다며?”


 “그래봐야 평생 남의 밑에서 있는 건데… 나갈 때 나가더라도 혼자 나가면 안 된다. 알았지?”


 “꼭 얘기할게. 한 번 동기는 영원한 동기다. 퇴사도 같이.”


 “당연하지.”


 


 같은 시간 곤 부장은 세금 문제 때문에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아파트 하나를 아들 앞으로 돌리면 좀 괜찮을까요? 대학생이죠. 참, 아들이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인오와 하진은 거래처 식당을 찾아 가격표가 적힌 현수막을 붙였다. 현수막의 하단에는 천기 막걸리, 소주, 만두, 된장, 고추장 등의 식품 이름과 사진이 있어 광고의 성격으로 하는 서비스 활동이었다. 두 사람은 현수막 게시를 끝내고 천기 식품의 제품 포스터를 식당 곳곳에 붙였다.


 인오가 식당에서 나오자 단체대화방 수신음이 들렸다.


 


윤혁       우리 학교 폐교했다. 난 이제 백수야.


인오       폐교라니? 무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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