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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안녕 Sep 06. 2024

나만 빼고 퇴사해9

중소기업 지역 청년 연쇄 퇴사 소설

윤혁이 수국대학교가 자진 폐교 절차 밟는다는 기사를 보냈다. 수국대학교는 수국 농장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농장 주인이 대학설립준칙주의 시행 후 1997년도에 설립한 학교였으며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총장 명의로 돌린 단체 문자를 통해 자진 폐교 절차를 밟았다.

“수국대학교가 폐교한다는데?”


 인오가 하진에게 말했다.


 “수국대학교?”


 “가창에 있는 학교인데 몰라?”


 “아… 생각나… 폐교를 한다고?”


 “교수랑 직원 월급도 밀려있다고 나오네…”


 인오가 기사를 보면서 말했다.


 “원래 부실 대학교 아니었어?”


 “내 친구가 이 학교 졸업해서 일도 여기서 하고 있었는데.”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글쎄…”


 “그 학교를 시작으로 대구에 있는 대학교는 하나, 둘… 문 닫겠다.”


 


원규       헉. 우리 학교 진짜 없어졌네.


인오       월급은?


윤혁       학교에서 일방 통보를 내린 거라서 지금 사태 파악 중…


원규       내가 나온 학교이지만 정말 학교 꼬라지 하고는ㅜㅜ


인오       시간 나면 셋이서 얼굴보고 얘기하자.


 


 인오는 오랜만에 윤혁, 원규와 만났다. 시간이 흐르자 술병이 제법 비워졌고 세 사람은 취기가 오른 얼굴이었다.


 “학교도 없어졌겠다. 나도 그만둘까?”


 원규가 말했다.


 “넌 왜? 모교가 없어져서 상심이 커?”


 “갑자기는 아니고. 우리 회사 알잖아. 아무리 의류 무역회사라지만 평생 옷 보 따리나 짊어지고 나르고 분류하고 포장하다가 내 인생이 끝나나 싶기도 해서… 사람들도 금방 들어왔다가 금방 나가거든. 회사도 망해가는 분위기이고.”


 “망한다고?”


 윤혁이 물었다.


 “원래 있던 사장은 인테리어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그쪽으로 가고 자기 친구를 사장으로 앉혔거든. 새로운 사장은 패션 안목이 없어. 그리고 새로운 사장은 또 자기가 아는 사람을 과장으로 데려오고 과장은 또 자기가 아는 사람을 대리로 앉히고. 자기들 아는 사람은 오자마자 주임 달고 시작하는데 5년 넘게 일해도 직함을 못 다는 사람들도 있어. 아니 직함을 안 준다는 말이 정확하지.”


 “거기도 낙하산이네?”


 인오가 말했다.


 “그렇지. 그런 애들이 일은 하지도 못하면서 연봉은 높아. 걔들은 매번 기초적인 것도 몰라서 사장한테 매일같이 혼나는데 정말 이 회사는 뭐하는 곳인가 싶다. 직원들이 나가니까 이제는 아르바이트생만 뽑아. 한심하지 않냐?”


 “우리 회사의 앞날인가?”


 인오가 말했다.


 “그럴지도.”


 원규가 말을 받으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옛날에 할머니가 살던 그런 집에서 살고 싶다.”


 윤혁이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말을 꺼냈다.


 “그 집 지금은 없어?”


 인오가 물었다.


 “몇 년 전에 팔렸지.”


 “어! 그거 좋다.”


 원규가 소리를 쳤다.


 “깜짝이야.”


 “뭔데?”


 “우리 할머니가 살았던 곳이 고령이거든. 지금은 그냥 방치되어 있는데 거기서 같이 살래?”


 “뭐 심을만한 곳은 있어?”


 윤혁이 물었다.


 “앞마당, 뒷마당 다 있어. 그러지 말고 직접 가보자. 주말에.”


 “그래. 가서 한번 보자.”


 “너도 갈 거지?”


 원규가 인오에게 물었다.


 “같이 가자. 그런데 너 정말 회사 나올 거야? 네가 그만두고 싶다고 그렇게 할 수 있어?”


 “일단 집에 얘기해봐야지.”


 “저지르고 보는 거야?”


 “솔직히 내가 고등학생도 아니고 서른을 넘긴 성인인데 꼭 허락을 받아야 할까?”


 “생각해보니 그렇네. 허락받고 퇴사를 한다니… 그것도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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