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안녕 Sep 09. 2024

나만 빼고 퇴사해10

중소기업 지역 청년 연쇄 퇴사

인오와 친구들은 원규의 할머니가 살았던 고령의 어느 시골 집을 찾았다. 세 사람은 용달차에서 짐을 꺼내고 윤혁이 사용할 방부터 정리를 했다.  

“넌 이런 데서 안 살고 싶냐?”


 원규가 인오에게 물었다.


 “아까 전에 화장실 보고 기겁했잖아.”


 “퇴비 변기 설치할 거야.”


 “그게 뭔데?”


 “배변 활동으로 나오는 결과물을 모아서 퇴비로 쓰는 거지.”


 윤혁의 설명을 들은 인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냥 두는 게 아니고 왕겨랑 톱밥, 미생물 효소 등을 섞어서 1년간 발효를 하잖아. 그러면 살균도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아주 훌륭한 퇴비로 탄생하거든. 보통 화장실에 비하면 물도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고.”


 “취지는 좋은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처음은 어렵지. 적응하면 좋을 걸?”


 “동의 했냐?”


 인오는 원규에게 물었다.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마당에는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도 심고…”


 “잘 길러서 팔면 되겠다.”


 “그래도 되고 자급자족을 해도 상관없지…”


 “너희 아버지는 어떻게 허락해주셨냐?”


 “그냥 수월했어. 나 혼자서 살겠다고 했으면 허락 안 해줬을 텐데 같이 지낼 사람이 있으니까 허락해주더라.”


 “원예학과 최윤혁. 위 사람은 4년 전액 장학으로 입학하여 이 장학 증서를…”


 인오는 윤혁의 장학 증서를 발견하고 읽었다.


 “그게 왜 거기서 나오냐?”


 “일부러 챙겨왔네.”


 원규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그럼 이게 발이 달려서 온 거야?”


 인오가 말을 꺼내며 약을 올렸다.


 “나도 학교 다니면서 장학금 3번이나 받았는데…”


 원규가 말했다.


 “어디 4년 전액 장학생 앞에서 명함을 내밀어?”


 인오가 원규에게 무안을 주었다.


 “너 이때 고민 엄청 했잖아.”


 “…”


 인오의 질문에 윤혁은 여러 생각에 잠겼다.


 “그냥 점수대로 다른 학교에 갔으면 더 좋았으려나?”


 원규가 말을 꺼냈다.


 “아이고, 부질없다.”


 윤혁이 침묵을 깼다.


 “진짜 당사자보다 주위에서 더 난리였지.”


 그렇게 말하며 인오도 그 시절을 떠올리던 가운데 줄 하나가 끊어진 윤혁의 기타를 발견했다. 윤혁과 원규도 기타를 쳐다봤다. 한동안 세 사람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것도 발이 달려서 온 거냐?”


 인오가 먼저 말을 꺼냈따.


 “혹시나 해서 챙겼어.”


 윤혁이 대답했다.


 “그때 그대로인 거지?”


 원규가 물었다.


 


 어느 정도 정리를 끝내고 세 사람은 방바닥에 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혁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끊어진 기타 줄을 갈기 시작했다. 인오와 원규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 그 모습을 바라봤다.


 “왜 이래?”


 “뭐 설마 연주하려고?”


 인오와 원규가 차례대로 물었다.


 “이사 온 기념으로…”


 윤혁은 기타 줄을 갈고 튜닝을 했다. 인오는 그런 윤혁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지는지 마른세수를 하고 있었다.


 “누가 노래 부를래?”


 윤혁의 말에 인오가 원규에게 눈짓을 보냈다.


 “뭘 부를까?”


 원규의 말에 윤혁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의 전주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전 10화 나만 빼고 퇴사해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