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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안녕 Sep 13. 2024

나만 빼고 퇴사해14

중소기업 지역 청년 연쇄 퇴사 소설

 인오와 찬형, 예주는 학과 생활보다 동아리방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았다.

“디자인과는 이런 것도 만들어야 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는 찬형을 보며 예주가 말했다.  


 “이거 없으면 취직 못하지.”


 “그나저나 우리는?”


 예주는 인오에게 물었다.


 인오는 드럼 앞에 앉아 창밖만 보고 있었다.


 “우리는… 관광학과니까 여행사에 들어가야지. 그나저나 뭘 했다고 벌써 졸업이냐?”


 “그러게. 이대로 졸업하면 억울하지 않을까? 졸업을 해도 대구에 남게 생겼네. 혹시 그거 안 해볼래?”


 세 사람은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우리가 거기를 나간다고?”


 찬형이 말했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겠지만 그래도 추억을 남긴다고 생각하면 어때?”


 예주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 뭐든 해보자. 그런데 기타 치는 사람이 없잖아.”


 “오빠 친구들. 대봉상고 데이터베이스.”


 “걔들? 만나서 얘기는 해볼게.”


 


 인오는 날을 잡아 수국대학교를 찾았다.


 “졸업을 하면 나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농장 노예 생활을 해야지. 뭐.”


 “나는 열정페이로 유명한 업계잖아. Fashion is Passion Pay.”


 “왜 다들 졸업을 해도 앞날이 어둡냐?”


 인오가 말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난 해볼래.”


 “그래. 되든 안 되든 뭐라도 하자.”


 여름 방학. 인오와 윤혁, 원규, 찬형, 예주가 모였다.


 “앞으로 같이 연습하면서 잘 맞춰나가자. 노래는 보컬이 부르고 싶은 걸로 해야 하니까.”


 인오가 말했다.


 “자우림의 일탈. 어때?”


 “오! 좋다.”


 예주의 말에 원규가 과하게 반응을 보였다.


 찬형과 윤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했다.


 “이름도 지어야 하잖아.”


 찬형이 말을 꺼냈다.


 청춘, 아프니까 청춘, 아프니까 아프리카, 파라솔, 망고, 빙수 등의 단어가 쏟아졌다.


 “망고 빙수?”


 “비싸서 먹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망고 빙수가 되는 거야.”


 “망고 빙수. 괜찮네.”


 “그래. 우리 망고 빙수로 가자.”


 


 다섯 사람은 예선전이 열리는 엑스코를 찾았다. 주변에 간단한 요깃거리를 판매하는 행상이 있었고 유난히 날이 더워 음료가 눈에 띄었다.


 “저거 봐!”


 예주의 말에 일동 한 곳을 바라봤다.


 “망고 빙수가 있어. 이거 운명이 아닐까?”


 “진짜 그런가?”


 “좀 재밌네. 우연치고는.”


 “진짜 운명인가?”


 “일단 뭐라도 먹자. 무대에서 쓰러지면 어떡하냐?”


 다섯 사람은 자리를 잡고 망고 빙수를 먹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각기 화장실을 찾기 시작했다. 모두 볼일을 보고 나오면 얼굴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망고에 문제가 있었나봐.”


 찬형의 말에 모두 동의하는 얼굴이었다.


 “이 상태로 무대에 못 올라가.


 “난 왜 속이 안 좋지.”


 “나도.”


 예주가 시계를 보며 시간을 계산했다.


 “최대한 병원에 빨리 갔다오면 어느 정도 예선 시간은 맞출 수 있겠는데.”


 다섯 사람은 병원에서 장염 판정을 받고 급하게 영양 주사를 맞은 다음에 예선 심사가 열리는 간이무대에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망고빙수입니다. 저희가 준비한 무대는 자우림의 일탈입니다.”


 예주의 소개에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건반을 두드리는 찬형과 예주가 신호를 주고 받고 인오의 드럼, 원규의 베이스, 윤혁의 전자기타 연주가 이어졌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지루해 난 하품이나 해


 뭐 화끈한 일


 


 윤혁의 기타 가운데 제일 가는 줄이 끊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인오는 당황을 해서 왼손으로 잡고 있던 스틱을 허공에 날렸다.


 


 뭐 신나는 일 없을까


 우와우와우와우와


 


 설상가상으로 예주의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잠기고 말았다. 심사위원은 난처한 기색을 표하더니 연주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다섯 사람은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어쩔 줄을 모르는 표정만 지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다음에 모두는 엑스코 주변을 배회하였다.


 “나 때문에 망한 거야.”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내가 잘못이지.”


 예주와 인오, 윤혁이 말했다.


 “너까지 또 왜 그래?”


 “안 되겠다. 오늘을 끝으로 훌훌 털어버리자.”


 “우리는 아직 할 일이 많아.”


 “그래. 이깟 일로 무너지지 말자.”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다섯 사람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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