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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안녕 Sep 12. 2024

나만 빼고 퇴사해13

중소기업 지역 청년 연쇄 퇴사 소설

 

취업 준비를 하던 시기에 인오는 대봉동 주택에서 살았고 온통 불합격 통지서만 받았다.  


 ‘천기식품 최종 합격을 축하합니다’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가운데 천기식품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천기식품이면 자기자랑만 하던 그 이상한 아저씨? 왜 이런 곳에서는 합격 통보가…”


 그리고 그날. 엄마는 이사를 가야 한다고 했다.


 “전세금을 올리겠다는데 별수가 없지.”


 “어디로 가려고?”


 “이천동에. 이참에 집을 사야지. 전세금에 대출을 보태야 하지 싶은데…”


 “얼마나 필요한대?”


 “한 6천? 인서가 직장에 다니니까 알아보고 있는데 대출을 받아도 이자를 생각하면 걱정이다.”


 엄마의 말을 들으면서 인오는 조금 전에 날아온 천기식품의 문자를 한번 더 보고 있었다.


 


 인오와 하진은 점심 시간을 앞두고 면접을 위한 회의실 정리를 마쳤다.


 “면접 보면서 내가 여기는 입사를 안 하겠다고 못을 박았는데…”


 “그러니까. 불러준 곳이 여기뿐이라서 왔지.”


 “그건 나도. 나 오후에 현산식품에 가봐야 하거든.”


 “이번엔 뭐 만들어?”


 “흑임자 식혜.”


 “곤 부장이 기획안을 받아보고 안 된다고 했던 것 아냐?”


 “역시 곤 부장의 안목은 탁월하잖아. 우리 회사가 놓친 대박 상품들이 한두 가지야?”


 “허니버터칩, 과일 소주, 미역국라면…”


 “윤 대리님이 들려줬을 때 얼마나 웃기던지.”


 


 퇴근을 한 인오는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구직 사이트를 들여다봤다.


 “연봉은 내부 규정에 따라? 장난하나? 아직도 주6일 근무가 있네. 우리 회사도 뭐 격주잖아. 복리후생에 4대보험 가입? 냉장고, 정수기 구비… 우리 회사랑 똑같네. 주5일이면 오전 9시 출근에 저녁 7시 퇴근이거나 오전 8시 출근에 저녁 6시 퇴근.”


 이후에 여러 회사의 채용 공고를 확인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그 시간, 엄마는 거실에서 홈쇼핑의 인테리어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겨우 마련하였기에 인테리어는 꿈을 꿀 수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방송이나 잡지를 통해 대리만족을 자주 실현했다.


 “아직도 퇴근을 안 하면 어쩌겠다는 거지?”


 자기 방에서 나온 인오가 거실의 시계를 보며 말했다.


 “일을 많이 해야 돈을 벌지.”


 “엄마는 인서가 야근만 하다가 혹시라도…”


 인오는 등짝을 두드려 맞았다.


 “뭔 소리고? 그런 말은 꺼내지도 마라. 누나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걱정이 돼서 안 그러나. 직업을 바꾸던가 해야지.”


 “시각 디자인 공부해서 디자이너로 먹고 살면 됐지. 뭐 다른 직업은 야근이 없나?”


 “아침에도 얼굴 보니 사람 얼굴이 아니더라.”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


 엄마는 아까전보다 더 세게 인오의 등짝을 때렸다.


 


 인오는 오랜만에 예주를 만났다. 그녀는 인오와 마찬가지로 관광학 전공을 살리지 않고 영상 편집 회사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단기 일자리로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눌러 앉아버렸다. 예주의 회사는 교육 영상에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의 자막을 입히는 일을 주로 했다. 회사 대표나 직원 모두를 포함해 해당 외국어 전공자는 아무도 없었지만 한국어 대본을 보고 그저 문맥상에 맞춰 아니 느낌으로 영상에 자막을 달면 그만이었다. 예주는 맨 처음에 일을 시작했을 때 이래도 되는가 싶어 의문이 가득했는데 정말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마냥 놀라울 따름이었다.


 “뭘 한다고?”


 “책방을 열거야. 아니다. 책방 겸 꽃집이지.”


 “어디서?”


 “향촌 청년시장. 이번에 청년 상인을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했거든.”


 “생각해보니까 넌 책방이랑 정말 잘 어울린다.”


 “원래는 글 쓰면서 책도 내고 싶었는데… 생계도 그렇고 현실적으로 어렵잖아. 회사는 계속 다니기 싫고 그러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찾은 대안이야.”


 “지금은 가게 준비한다고 바쁘겠네?”


 “정신이 없어. 내가 이걸 왜 선택했는지를 하루에도 수십 번은 생각하고…”


 “뭐든 쉽지는 않지.”


 “오빠는 계속 회사에 다닐 거야?”


 “생각은 많은데… ”


 “꼭 서두를 필요는 없어. 참, 개업하면 공연을 해볼까 싶기도 하거든.”


 “공연?”


 “그냥 조그맣게.”


 “계획하고 있는 거야?”


 “구체적이지는 않은데 이제는 다시 노래를 불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인오는 그 말을 듣고 여러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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