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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안녕 Sep 11. 2024

나만 빼고 퇴사해12

중소기업 지역 청년 연쇄 퇴사 소설

 “오후에 면접 보러 오는 사람들은 확실히 오는 거지?”

곤 부장은 인오에게 물었다.


 “네, 방금 전에도 전화 돌렸습니다.”


 “면접이라도 오면 다행이지. 요즘 젊은 사람들 말이야. 코인에 주식에 NFT에 종류도 많아. 전부 다 투자에만 미쳐가지고… 이래서야 되겠어? 두 사람도 투자하는 것 있지?”


 “아니요.”


 하진은 살짝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 일은 안하고 투자만 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어?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니까 대체 공휴일을 늘리겠다고 나오던데 이것도 보통 큰일이 아니야…”


 곤 부장은 회의를 끝내고 자기 방으로 돌아와 ‘부동산 시세’를 보며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 대학가 상가도 이제는 좋은 시절 다 갔지. 학교는 피했어야 하는 건데… 신남대학교가 문 닫으면 정말 큰일이다. 그 전에 빨리 팔고 나오던가 무슨 수를 써야지. 골치야, 골치. 보통 골치가 아니라니까.


 


 인오와 하진은 회의실에서 책상을 움직이며 면접 대형으로 만드느라 분주하였다.


 “이것도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하진이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내가 내년에는 여기에 없어야지.”


 “그러면 정말 좋겠네.”


 “아, 면접… 우리 같이 면접을 보고 있었잖아.”


 “당시에는 몰랐지. 그 얘기 하니까 그 사람들 생각난다.”


 


 그 시절 회의실에서 두 사람은 면접을 봤다. 곤 부장의 맞은편에 나인오, 박하성, 윤지원, 서민혁, 도하진이 순서대로 앉아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천기식품 부장 곤대일입니다. 남산대학교 86학번 출신이고 전공은 무역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은 황금동…”


 지원자들은 면접도 보기 전에 지쳐갔다.


 ‘이 아저씨는 왜 궁금하지도 않은 자기소개만 하고 있지?’


 ‘도대체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해? 자기소개에서 면접 질문이 나오려나?’


 ‘여기 식품 회사가 아니고 부동산 기획 회사야?’


 인오와 하진을 비롯한 지원자들은 의문을 속으로 삼키고만 있었다.


 “그때 시기를 잘 타서 아파트가 3배까지 올랐어요. 오를 수밖에 없는 집은 무조건 가지고 있어야 해요…”


 자기 할말을 마친 곤 부장이 그제야 이력서를 들쳐봤다.


 “서민혁씨. 동성아파트에서 살고 있네요. 얼마나 살았어요?”


 “15년 됐습니다.”


 “재건축 소식이 있던데 요즘 많이 올랐죠?”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거기서 한 3년 정도 살았거든… 그것도 경매를 공부해서 처음 산 아파트였는데 2배 정도 올랐을 때 팔았어…”


 지원자들은 지루해하다 못해 인내에 한계가 다다른 얼굴로 변했다.


 “박하성씨.”


 “네.”


 “만약에 합격을 해서 출근을 한다면 머리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단정하게 묶고 다니겠습니다.”


 “그게 아니잖아. 묶는 게 아니라 잘라야지.”


 박하성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나머지 지원자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고민이 많아졌다.


 “합격을 시켜준다는데 못 잘라요?”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박하성씨는 내가 여기서 특별히 합격 통보를 할 테니까 첫날에 머리 잘라서 와요.”


 박하성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회사에 다닐 생각이 없습니다. 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자기 할말만 끝내고 박하성은 면접장에서 나갔다.


 ‘나도 따라 나가?’


 ‘지금이라도 일어설까?’


 박하성의 행동에 인오와 하진은 고민에 빠졌다.


 “젊은 사람이 이상한 고집이 있네. 윤지원씨.”


 “네.”


 “평소에 먹는 걸 좋아해요?”


 “제가 원래는 이렇지 않았는데 호르몬 약 때문에 좀 부었습니다.”


 “약을 핑계로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소리잖아요?”


 “그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라…”


 “본인의 의지가 약한 편이라고 생각 안해요?”


 윤지원은 고개만 떨굴 뿐이었고 인오와 하진은 경악을 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나인오씨.”


 “네.”


 “본인이 살아오면서 끈기를 발휘해본 일이 있나요?”


 “끈기요? 자기소개서에도 적었듯이 저는 중학교 때부터 시작하여 대학교에서까지 밴드부 생활을 했습니다.”


 “어떤 악기를 했습니까?”


 “드럼을 쳤습니다.”


 곤 부장은 고개만 끄덕였다.


 “도하진씨.”


 “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끈기를 발휘해본 일은 어떤 게 있습니까?”


 “저는 중학생 때부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였고 수시 모집 전형으로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도 계속 봉사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알겠습니다. 서민혁씨도 끈기나 인내를 발휘해본 적 경험이 있으면 얘기 해보세요.”


 “저는 10년 가까이 연애를 해봤습니다.”


 “연애요? 그럼 지금은…”


 “지금은 헤어졌는데…”


 “헤어진 이유가 뭡니까?”


 “서로 생각이 달라서 헤어졌습니다.”


 “그런 뻔한 얘기는 말고… 혹시 결혼 얘기 때문에 헤어졌어요?”


 “뭐… 여러 가지 이유로요.”


 “10년씩이나 잘 만나다가 결혼은 못하고 헤어졌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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