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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이 진짜 목소리를 내는 법

by 김장호

1.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첫 벽

"넵, 이 부분은 말씀 주신 대로 수정해서 진행하겠습니다."

기획 리뷰 회의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하던 말이었다. 사실 리뷰를 하다 보면 기능 자체에 대한 이견이 잘 없는 반면, UI 설계에 대해서는 항상 다양한 의견이 충돌한다. 1년 차 PM인 내가 고연차 디자이너나 개발자와 UI/UX에 대해 논쟁을 벌이기엔 스스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내 의견을 고수하기보다는 수용하려고 많이 했던 것 같다.


"이 부분은 디자이너가 더 잘 알지 않을까?", "이렇게 세부적인 컴포넌트까지 내가 의견을 내는 것은 월권일까?", "이런 의견 충돌 때문에 리뷰 기간이 길어져 스펙 일정에 영향을 주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이 계속 됐다.


하지만 결국 기능의 필요성을 정의하고, 사용자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결정하는 것에는 분명히 내 몫이있다. 부족한 경험과 지식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팀 내에서 내 의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고민 끝에 깨달은 것은 결국 '왜 이 기능이 필요한지'라는 본질에 다시금 집중하는 것이었다. 나는 팀원들의 각자 전문 영역은 존중하면서도 사용자에게 전달될 가치 중심으로 대화를 이끌기로 생각해 봤다.



2. 내가 시도한 세 가지 방법

1. 현장에서 질문으로 길 열기

먼저 시도한 건 회의 중에 적절한 질문으로 방향을 바로잡는 것이었다.

"잠깐만요, 실제 사용자는 이 기능을 통해 A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사용자가 이 인터렉션을 통해 실제로 A가치를 얻을 수 있을까요?"

"기존에 우리가 제공했던 기능과 비교했을 때 유저 플로우가 유사할까요?”

이런 질문들은 단순 UI 자체에 머물던 논쟁을 사용자 가치와 실제 사용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도록 이끌 수 있었다. 회의 도중 주기적으로 사용자의 페인 포인트를 강조하면서 기능과 가치 중심으로 논의가 될 수 있게 계속해서 방향을 바로잡으려고 했다.


2. 듣고, 요약하고, 연결하기

두 번째로 시도한 건 듣고, 요약하고, 연결하기 이 세 가지 키워드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아무 의견을 내지 않은 실무자에게 "A님은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먼저 물어보고 의견 듣기

논의 중간중간 "지금 A님은 이런 포인트를 말씀하신 거죠?"라고 대화의 내용을 요약하여 공유하기

개발자가 꺼내는 기술적 고민과 디자이너의 UX 관점을 모두 듣고, "그러면 이렇게 조율해 보면 어떨까요?" 식으로 연결 고리가 되어보기

처음에는 실무자들 논의 속에 끼어들거나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어려웠지만, 몇 차례 경험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타이밍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3. UI/UX 학습으로 지식 채우기

마지막으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시작했다. UI/UX 관련 중요 키워드를 정하여 관련 아티클을 읽고 블로그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실제로 프로젝트에 적용해 보고 피드백을 확인하는 과정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한 지식이지만, 이런 학습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설득의 근거를 갖게 되는 것 같다. 일례로, "이 패턴은 사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요"라고 말할 때 팀원분들이 내 말에 귀 기울여 주시는 순간이 점차 늘어났던 것 같다.



3. 작은 변화가 모여 자신감으로

처음엔 "이 부분은 내가 잘 모르니까..."라며 의견을 내기 주저했던 내가, 어느새 "이 UI는 ~~ 한 근거와 ~~ 을 위해 이렇게 개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배울 것이 많지만...)

나아가 사용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팀원들의 전문성을 존중하면서도 프로덕트의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 진짜 PM의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UI/UX에 대한 이견은 아마 계속 나올 것이다. 왜냐하면 각자의 전문적인 영역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안에서 사용자의 관점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역할이 바로 내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이런 경험들이 모여 나를 조금씩 성장시키고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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