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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Jul 31. 2022

The Thing Around Your Neck

아프리카 사람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단편적인 이야기의 위험성에 대해

The Thing Around Your Neck의 저자 Chimamanda Ngozi Adichie는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났다. 우리는 사실 나이지리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대개 우리에게 나이지리아, 콩고, 탄자니아, 앙골라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들 국가 자체로 이해되기보다는 아프리카라는 하나의 대륙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를 한국이 아닌 중국, 일본과 구분되지 않는 아시아로만 구분할 때 우리가 느끼는 답답함처럼 저자도 나이지리아가 아닌 아프리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구분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이야기한다. 심지어 그 정체성이 가난, 내전, 야만, 비문명과 같이 부정적인 것들로만 가득 차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고정관념으로 이해되는 일은 더욱 불합리한 것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나이지리아 사람인 저자가 느끼고, 체험한 불합리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부패한 국가, 종교 갈등으로 인한 내전, 서구 문명과 백인 남성의 우월주의, 흑인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선, 그 외 수많은 부조리함을 10페이지에서 20페이지 남짓의 짧은 이야기로 보여주고 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가지는 주제도 무겁고, 이야기가 짧은 만큼 그 주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모든 이야기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책을 읽다 보면 군부와 얽힌 정부의 부정부패, 남녀차별, 서양 문명에 대한 태도 등이 과거의 한국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민주화를 이루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군부의 부정부패에 희생되었다. 여성이 권리 문제는 아직 진행형이지만 지금은 적어도 불평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못하니 책에서 그리는 모습은 지금보다는 과거와 같다. 서구 문명에 대한 태도도 지금이야 우리 것이 좋다는 생각도 많이 가지지만 미제를 추종하던 과거에는 책이 그리는 모습과 사뭇 다르지 않았다. 이 책은 2000년대 전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민주국가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듯 이 책이 그리는 모습과 한국이 1970년대 즈음은 사회의 모습 면에서 비슷한 점을 꽤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국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발전을 이뤘는지,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문화나 정신적인 면에서도 얼마나 많은 발전을 이뤄냈는지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Adichie는 TED 강연도 했었는데, 거기서 'Single story', 그러니깐 단편적인 이야기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우리는 잘 모르는 사람, 잘 모르는 것들일수록 어디선가 들은 단편적인 이야기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단편적인 이야기는 무엇인가의 한 가지 측면밖에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고정관념을 만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는 고정관념으로 이어지고, 우리가 그것을 다양한 가능성이 섞여 있는 것,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든다. Adichie가 나이지리아 사람, 혹은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불합리함도 여기서 온다. 우리는 나이지리아를 모른다. 아프리카도 모른다. 그들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자연을 가지고,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저 아프리카에 대해서 들은 몇 가지 단편적인 이야기만을 가지고 만들어 낸 아프리카 전체의 고정관념으로 그들을 이해한다. 흑인, 가난, 대자연, 더위, 내전과 같은 자극적이면서 단편적인 몇 가지의 이야기가 그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지배한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은 그들의 일반적인 측면, 자극적이지 않은 측면을 모두 무시하게 만든다. 그들도 우리처럼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삼시세끼 밥을 지어먹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고, 문화생활을 하고, 멋진 건축물도 만들고 살아간다. 모든 인간은 서로 다른 면보다는 같은 면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편적인 이야기, 그것이 만들어내는 고정관념은 그들을 우리와 다른 인간인 것처럼 만들어버린다.


재밌는 점은 The Thing Around Your Neck도 사실 단편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10~20페이지 정도의 짧은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를 구성한다. 다만, 이 책이 저자가 경고하는 단편적인 이야기와 다른 점은 여러 단편적인 이야기가 모여서 하나의 책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쭉 읽어나가면서 나이지리아가 가진, 아프리카가 가진 단점도 보고, 장점도 보고, 그들에게 서구 문명이 미친 부정적인 영향도 보고, 긍정적인 영향도 볼 수 있다. 어떤 이야기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것이 좋다. 너무 장황하고 긴 이야기는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뭔가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단편적인 이야기를 택한다. Adichie는 분명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에 단편적인 이야기를 선택했지만, 반대로 단편적인 이야기가 가지는 위험성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단편적인 이야기의 묶음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굳이 먼 나라에 빗대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봐도 충분하다. 우리 삶은 너무나 다양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하루에 겪는 일, 생각만 해도 하나의 측면만 가지고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리가 보기에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그의 역사를, 그의 인생을 알고 바라보면 이해할 수 있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그의 인생을 알아야 하는데, 한 나라나 하나의 대륙을 이해하고 싶다면 적어도 그들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도 아마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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