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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라면 기꺼이 갈꺼야

[나의 글/삶과 문화/2012.7.5.]

에디 아이카우는 하와이 호놀룰루시가 섬 북쪽 해변에서 파도를 타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한 인명구조원이었다. 그는 탁월한 실력을 가진 서퍼이기도 했다. 그는 남을 돕는 일이라면 항상 앞장섰고, 인명구조원으로 일하는 동안 단 한 명의 사망자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1970년대 후반, '폴리네시아 항해학회'는 고대 폴리네시아인들이 어떻게 4,000㎞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해서 타히티섬까지 다다를 수 있었는지 규명하기 위해 직접 전래되는 방식대로 배를 만들어 항해해 보기로 했다. 에디의 인품과 실력을 믿은 학회 측은 그의 참여를 요청했고, 그는 기꺼이 탐사대에 합류했다. 하지만 78년 3월 16일 많은 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시작된 항해는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배의 한 켠에 물이 들어와 배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다.


에디는 가장 가까운 섬을 찾아 구조대를 데려오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서핑 보드를 물에 띄우고 그 위에 배를 깔고 누운 채로 헤엄쳐 인근의 '라나이'섬까지 도달하려 한 것이다. 평소 그의 성품을 알았던 탐사대는 그를 막지 못했다. 에디는 양 팔을 젓는데 불편하다는 이유로 구명조끼까지 벗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했고, 남은 탐사대원들은 미국 해안경비대에 의해 구조되었다.

'에디라면 기꺼이 갈꺼야'라는 말은 하와이 사람들이 그의 살신성인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만들어낸 말이다. 하와이 사람들은 최고의 서퍼이자 인명구조원이었고, 자신의 탐사대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몸을 던져 실종된 그를 추모하면서 많은 행사를 기획하고 예술작품을 만들고 있다. 심지어 자동차 범퍼에 '에디라면 기꺼이 갈꺼야'라는 글귀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기도 한다. 많은 하와이인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을 돕기 위한 에디의 용기를 되새기며 그를 닮고자 한다. 하와이 전통의 '알로하 정신'을 실천한 인물로서 그를 기억하는 것이다.


한국이 배출한 '에디'는 어디에 있을까? 11년 전, 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고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 이수현씨가 떠오른다. 26세의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던 그는 눈앞에서 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위해 몸을 던졌다. 그의 선행은 많은 이들의 영혼을 감동시켰고, 한국과 일본 양 국에서 그의 선행을 기억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 마음 속에 다른 이들을 위한 공간을 조금만 더 허락한다면 사회는 크게 변하리라 믿는다. 제임스 파울러라는 학자의 연구를 보면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 또한 관계의 첫 단계에서는 달랐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비슷한 태도를 갖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사회전체적인 변화는 급속도로, 그리고 대규모로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기르기 위해선 교육부터 달라져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의 콘텐츠는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다면 남을 위한 배려와 도움의 정신이 아닐까 한다. 남을 돕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필요하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때, 우리는 남을 돌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남을 자신의 비교 상대로만 인식하거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어찌 그들을 도울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에디'를 기르기 위해서는 학업성취와 인격적 성숙을 두루 고려하는 교육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본다. 남이 결코 자신과 무관할 수 없고, 사회 속의 수많은 '남'들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고 있다는 사실. 이 단순한 사실만 인식시킬 수 있어도 많은 사회문제와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지 모른다. 구체적으로는,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공동의 과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법을 체득할 수 있는 그룹형 문제해결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기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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