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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의 글로벌 인기비결

[나의 글/삶과 문화/한국일보 2012.9.27.] 

한 때 일부 가수가 '월드스타'라고 불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인기는 제한적인 지역에서 잠시 반짝했던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싸이는 다르다. 애플에서 운영하는 아이튠즈의 랭킹을 보면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등 수십개 국가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유튜브의 2억번이 넘는 조회수와 기네스북 기록을 깨버린 "좋아요" 횟수도 이런 인기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과연 유례없는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첫번째로 콘텐츠 요인을 들 수 있겠다. 일단 강남스타일은 댄스곡이므로 가사를 모두 알아들을 필요가 없다. 반복되는 후렴구 '예- 섹시 레이디'나 '오빤 강남 스타일' 정도만 따라할 수 있으면 된다. 로스 델 리오의 오리지날 '라 마카레나'에서 '헤이- 마카레나' 만 흥얼거려도 족했듯이.


댄스음악은 비주얼도 중요하다. 따라하기 쉬운 단순한 동작으로 사람들에게 '나도 따라해볼까'라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모던 테크노 음악의 고난도 댄스에 압도되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말타기를 연상케하는 싸이의 춤은 모처럼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도 부여했다. 그리고 이런 자신감은 군중들에게 쉽게 전염되어 집단화되기 마련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수십편의 플래시 몹 영상이 이런 측면을 잘 보여준다.

또한 싸이의 뮤직비디오에는 사람들이 주목하고 매력을 느끼는 대상이 다 녹아있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여인과 춤잘추는 꼬마와 거기에 대비되는 우스꽝스런 몸짓의 남자. 흔히 광고이론에서 얘기하는 세가지 매력요인 3B(미인 Beauty, 아이 Baby, 야수 Beast)가 모두 들어있는 셈이다. 이런 매력은 단시간에 사람들의 몰입도를 극대화시킨다.


메시지의 소구 기제를 기준으로 본다면 유머와 성적 소구를 들 수 있겠다. 유머 측면에서는 '미스터 빈'의 무표정이 전세계인의 웃음보를 터뜨렸던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싸이의 곱게 벗어넘긴 머리와 검정색 정장, 그리고 선글라스는 그를 둘러싼 매력 만점의 사람들과 언뜻 조화를 이루는 것 같지만 갑자기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한심한' 동작으로 어필하는데 누가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싸이의 춤과 음악은 사람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성적 소구 부분은 양면성이 있다. 강남스타일이 여성의 동작과 몸매를 집중적으로 노출시키고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통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미국 팝음악과 뮤직 비디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정도의 성적 소구는 '귀여운' 수준이다. 유머와 교묘히 배합된 성적 소구를 통해 싸이의 비디오는 사람들이 눈을 잠시도 떼지 못하게 한다.

두번째 요인은 확산 과정에서 누가 어떤 매체로 개입했느냐이다. CNN을 통해 해외로 노출된 것은 좋은 출발이었고 다른 주요 매체의 시선을 끄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싸이 열풍에 본격적으로 불을 당긴 계기는 서구 음악의 리더들이 줄줄이 싸이의 비디오를 소셜미디어 상에서 링크하고 소개했을 때였다. 그의 춤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 미국 청소년의 우상 저스틴 비버와 매니지먼트 업체 대표 스쿠터 브라운, 유명 랩퍼 티페인, 심지어 엄숙하고 차분한 음악을 부르는 조쉬 그로반까지 이루 말할 수없이 많은 서구 셀레브리티들의 추천은 사람들에게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강한 동기를 부여했다. 외국 음악에 폐쇄적인 미국시장에서 싸이의 성공은 그들의 지원없이는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콘텐츠 요인과 확산 네트워크만 갖춰지면 모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성 싶다. 이런 요인들을 두루 겸비하는 것도 좋겠지만 오히려 어떻게 반죽하고 섞어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리라 본다. 싸이는 예전에 '새'를 부를 때부터 강한 풍자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하는 음악과 춤을 특화시켜 왔다. 거기에 앞뒤 안가리고 몸을 던지는 싸이만의 캐릭터를 잘 구축해 왔기에 훌륭한 스타성이 갖추어졌다. 싸이는 '글로벌 스타'에의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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