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아침을 열며/한국일보 2018.11.17]
해외에서는 모빌리티(교통수단) 혁명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최근 연설에서 자신의 회사가 라이드셰어링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세계 4대 업체인 우버, 디디, 올라, 그랩의 대주주가 되었다고 보고했다. 이 네 업체는 전 세계 라이드셰어링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대형 업체들로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도 이들에 투자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2000년 제러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예견한 대로 사람들이 더는 자동차를 배타적으로 소유하기 보다는 시간과 체험의 상품화를 통해 자동차를 서로 공유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교통에서도 혁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쏘카와 같은 차량 공유 렌털서비스는 기존 렌터카 사업모델을 공유모델로 변화시켰다. 카카오T 등 교통앱을 통해서 사람들은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택시를 편하게 부를 수 있으며, 심지어 택시가 현재 어디쯤 와 있는지를 앱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스마트함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시민들이 무거운 짐을 갖고 근거리를 이동하려 해도, 장거리 손님에 관심 있는 일부 기사들이 전혀 응답을 하지 않는 것이다. 손님의 행선지를 기사가 보면서 골라잡을 수 있는 스마트기술이, 예전 길가에서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던 때보다 오히려 택시의 근거리 이용 접근성을 떨어트렸다는 비판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려서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 공유전동킥보드나 공유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따릉이’ 같은 서비스를 통해 걷기도 차를 타기도 애매한 거리를 편안히 자전거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증가일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유자전거나 공유전동킥보드는 아직 초기단계다. 이러한 서비스가 중국이나 미국, 유럽에서는 성숙 내지 포화단계에 들어섰다. 공유자전거가 보편화된 해외의 대도시 거주자 중 일부는 아무 데나 팽개쳐져 있는 공유자전거를 혐오하기 시작했다. 왜 남의 집이나 가게 앞에 자전거를 팽개쳐두고 가느냐는 것이다.
이런 모빌리티 혁신의 결정판은 아마도 무인자동차의 보급이 될 것 같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산하 ‘웨이모’라는 회사는 다음 달부터 무인차량을 이용한 택시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한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등장이다. 최근 한 연구는 ‘바퀴 달린 밀실’이 될 무인자동차에서는 인간의 카섹스가 증가할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무인자동차에서 사람들은 영화를 볼 수도 있고, 독서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깥을 구경하며 공부하는 이동 독서실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방해받지 않는 사적인 공간의 목록에 이제는 자동차도 등재될 날이 머지않았다.
캐나다의 한 신문에 의하면, 이런 큰 변화는 오래전에도 있었다. 지난 1900년, 미국 뉴욕 거리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은 마차였다. 그해, 말이 끄는 교통수단 사고로 숨진 사람은 대략 200명이었다. 2015년, 같은 도시에서 1년에 자동차사고로 숨진 사람은 242명이었다. 오늘날 뉴욕은 자동차에서 나오는 공해로 고통스러워하지만, 120년 전의 뉴욕에는 엄청난 수의 말이 배설하는 똥과 오줌이 큰 두통거리였다. 이렇듯 말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로의 전환에도 수많은 논란과 걱정거리가 있었다. 이제 유인자동차 다음 단계인 무인자동차로의 대전환에서 우리는 무슨 걱정을 하게 될까?
거리에 있는 ‘유인' 자동차를 보면서, 그들이 이끌어온 시대를 생각한다. 탑승자를 안전하고 쾌적하게 수송해 온 그들의 기여가 뚜렷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의 변화는 앞으로 몇 년의 변화에 비하면 정말 작은 것일 수 있다. 이제 엄청난 변화의 파도를 맞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 변화의 파도는 피하기도, 도망가기도 어려울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