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장 허전한 틈

그리운 것들의 (시)

by 장지연 작가

가장 허전한 틈


늙은 집도 무너진

아, 그곳


새집 또한 늙어

새 한 마리 품지 못하는

그곳


젖냄새가 사라져 가는


이름만 남아

메아리를 기다리는

아, 그곳




[ 행간의 온도]

사람이 머물지 않는 집, 방도 홀로 늙는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고향 집.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머무는 동안 그 집은 결코 늙거나 낡지 않았다. 늘 온기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고향을 떠나 빈집이 된 후, 집은 기다렸다는 듯 급격히 늙어 주저앉고 말았다.

집은 사람의 온기로 숨을 쉬는 모양이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먼지가 아니라, 차마 다 데려가지 못한 그리움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고층 아파트에 모여 살지만, 엄마는 점점 야위어간다. 노환으로 병원에 자리를 잡으시니 엄마가 머물던 방도 쓸쓸히 늙어 힘이 없어 보인다. 머지않아 엄마의 품에서 나던 그리운 젖냄새도 더는 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늙고 낡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람도 마음도 결국 어느 순간 그리운 '그곳'이 되어, 오직 기억 속에만 머물게 된다는 당연하고도 서글픈 현실을 조용히 되뇌어 본다.


당신에게도 사람이 떠나간 뒤 홀로 늙어버린 마음의 빈집이 있는가. 빈집은 가장 허전한 틈이다.

오늘은 그곳의 안부를 묻고 싶다. 사라져 가는 젖냄새처럼, 우리가 놓치고 있는 소중한 온기들은 무엇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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