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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숙 Jun 18. 2020

100일 동안 목표 100번을 직접 써보았습니다

깃털처럼 가벼운 목표는 아니었네요 


퇴사를 결심하고, 준비하고, 본격적으로 사무실 내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까지 많은 고민과 불안이 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중에서도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만한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 파이프라인 만들기는 퇴사를 한 지금도 계속 현재 진행형이다. 아마 그것을 만드는 과정이 완벽해지고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직장을 계속 다니기로 했었다면, 치유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할 마음의 병을 꽤 오랫동안 안고 살았을 것이다. 나는 정신건강을 위해 살려고 뛰쳐나왔다.




와.. 으아 손 아파..




뭐든 하기로 한 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였다. 다른 사람이 '그거 별로 도움 안 되, 효과 없어'라고 말해도, 왠지 그 이야기만 듣고 하려던 일을 그대로 접어버리기에는 삶이 너무 시시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것이 뭐가 됐든 해보는 과정 속에서 뭔가를 배우고 깨닫는 게 분명 있을 거라고 확신하니까.


100일 동안 목표 100번 적기.


새벽 기상을 시작한 지 29일 차, 기상 후 단조로운 루틴이 조금 익숙해졌다고 느껴지자 새로운 루틴 하나를 추가했다. 사실 이 루틴은 김승호 회장이 저자인 책 '생각의 비밀'에 나와있는 방법이다.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목표를 매일 글로 적음으로써 확실하고 강한 동기부여를 만들기 위한 스스로의 다짐을 위해 시작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계획과 목표들이 흐지부지하게 사라졌다 생겼다를 반복했었나'하는 자기반성과 함께.




월 수익 1000만 원을 얻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개의 목표 중에 어떤 목표를 적을 것인지부터 고민이 됐다. 사실 목표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고 매번 바뀌기도 하는 것이었기에, 제대로 적기에 앞서 최대한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다. 


이 열 글자 내외를 하루에 100번씩 적어보는데, 한 페이지에 절반 정도 쓰면서는 손이 아려왔다. 손목에도 힘이 들어갔고 어깨, 목까지 너무 긴장이 되었나 보다. 목표를 쓰기 시작한 초기라 더 간절한 마음이 들어가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 문장 하나를 적으면서 몇 개의 구체적인 방법들이 생각이 났다. 그 방법들이 옳은지, 그렇지 않은지 사실 모르겠다. 그런데 일단 해보기로 했다.


되든 안 되든 한번 해보기로 한 일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거나 다름없던 '새벽 시간'도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소중한 결과물이었으니까.


글을 쓰면서, 소리 내서 읽어보기도 했다. 정말 온몸으로 목표를 되뇌고 또 되뇌고 있었다. 구체적인 숫자가 담긴 목표를 적으면서 그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부단히도 상상했다. 








100일 동안 100번 목표 적기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90여 일이 지났고 100일이라는 목표에 달성하기까지 일주일 정도의 기간이 남았다. 매일 목표 100번을 적으면서 단 한 번도 수월하게 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꾹꾹 눌러쓰느라 자꾸만 손가락이 저렸고, 어깨 통증이 느껴졌던 초기에 비해 비교적 힘을 덜 주며 쓰려고 노력했다. 초반에 100번을 쓸 때의 설레던 마음과 굳건했던 의지는, 한두 달 지나고 나니 별 감흥 없이 일상의 루틴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80일 차 정도 지나자 목표 달성의 희망은 요원해졌고, 급기야 아침마다 써왔던 '목표 100번 적기'가 점점 오후로 미뤄지기도 했다.


100번을 적는 일은 의무감이 되어버린 듯했다. 마치 하기 직전까지는 귀차니즘이 발동하기도 하는데, 막상 하게 되면 어느 순간 집중하게 되는 '운동'과도 같은 행위랄까.







벌써 100일 차 되는 날이 되었다. 막상 그 날이 되고 보니 생각보다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날마다 빠짐없이 적고, 생각하고, 소리 내고, 시각화하는 작업을 했다. 목표를 적을 여건이 안 되면, 어떻게든 만들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바람을 쐬러 간 곳에서 돗자리를 펴고 노트를 꺼내어 목표를 되뇌며 100번을 적고 또 적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을 살아가는 데 강한 원동력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았다.

목표 100번 적기를 실천하면서 매일 블로그에 기록했다. 언젠가 블로그에 있는 이웃분들이 하나둘 내게 물어왔다.




그래서 목표를 달성하셨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사실 목표 100번을 적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열정은 조금씩 사라졌다. 경건한 마음으로 적기 시작했지만 어느샌가 밀린 숙제처럼 쓰게 되는 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적으면서 소리 내서 읽고 나면, 뭔가 내 안에서 비장함마저 느껴지기도 했다.


초반에는 집중해서 쓰다가도 100번을 다 채우기까지 중간에 다른 생각을 할 때도 있었고 쓰다가 다른 일을 하고 다시 돌아와 적을 때도 있었지만, 늦더라도 100번은 꼭 적으려고 했다.

100일 안에 달성 못할 것 같다는 강한 의심이 엄습하더라도, 도중에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100일 차가 된 현재 수치화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리 기분이 다운될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시작한 일에 있어서는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사람임은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한 가지 또 확실한 점은 목표를 100일 동안 쉬는 날 없이 적으면서, '진짜 내가 원하는 목표가 맞는구나'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목표에 대한 가치를 못 느꼈으면 도중에 쉽게 그만두었을 것이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졸꾸형 인간'이었다. 한번 하기로 한 건 끝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내가 하는 행동의 의미와 가치를 찾으면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구나.라는 '자기신뢰감'이 높아져 있었다. 게으르고, 가끔은 귀찮아하는 단점을 주로 떠올리던 나에게는 굉장히 희망적인 일이다.


누가 그랬던가, 

사람의 단점을 보는 것은 본능이고, 장점을 보는 것은 재능이라고.


사실 목표 100번 적기를 100일만 하고 끝낼 심산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더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100일은 짧았다. 그러나 습관으로 자리잡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계속 적고, 목표를 놓지 않으면 그것에 가까워지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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