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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숙 Jul 14. 2020

스마트폰보다 재미있는 것

조급함을 키우는 작디작은 그 물건과 이별하는 방법


[긴급재난문자]
00명 추가 확진. 상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됩니다.




끊이지 않는 재난문자.

불안감을 조장하는 수준을 넘어 불쾌감까지 드는 상황 속에 계속되는 재난문자를 마주한다는 것은 끊으래야 끊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다.


마음 같아서는 이제 그만 좀 보고 싶은데, 어느새 습관처럼 저절로 보게 되는 그것.


우리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 또한 마찬가지다. 한 번의 터치로 거의 모든 게 해결되는 스마트한 세상에서 그것이 생활 전반에 편리함을 주는 건 확실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작은 화면 안에 얽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플이 점점 더 늘어날수록, 속도가 빨라질수록 스마트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편리한 점도 많지만 불편한 점은 그에 못지않다.



- 눈이 건조해지고, 약간의 거북목 증상은 쉬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 고작 핸드폰 알림음 하나에, 집중하며 하던 일의 흐름이 끊겨버리게 되는 것.

- 자꾸만 타인의 넘쳐나는 영상과 글들을 보며 정작 내가 생각하는 시간은 부족하다는 것.

- 비정상적으로 훌륭한 콘텐츠들을 보며 나만의 콘텐츠를 얼른 생산해내야 한다는 조급함, 불안감을 느끼는 것.



작디작은 스마트폰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은 썩 좋은 기분이 들진 않았다. 새로운 정보를 끊임없이 얻은 후에는 많은 신경이 곤두서 있던 탓에 피로함이 몰려왔다.


가장 큰 문제는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나면서 기존에는 없던 무언가가 인터넷상으로 세상에 등장했다. 그때마다 배워야 되겠다는 욕구는 커져만 가는데 스스로 그럴 시간도, 능력도 없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그럴 때 저절로 한숨이 새어 나오게 되더라.








큐레이션이 필요한 세상 즉, 수많은 정보들을 걸러들어야 하는 세상이다. 예전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면 이제는 흙 속의 진주알을 골라내듯 정보의 홍수 속을 파헤쳐야 할 능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걸러내고 말고의 노력을 하기 전에 일단은 스마트폰과 조금씩 작별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해서, 그래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생각도 안 나게 되는 그런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대부분의 일상을 기록하면서 느낀 점 하나는, 내가 지금 부족한 부분이 뭔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곰곰이 고민한 끝에 스마트폰보다 재미있는 것을 찾아냈다. 흥미있고도 유익한 그것. 



1. 단단한 몸을 만드는 것



코로나로 인해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게 되면서, 몸은 더 무거워져만 가고 답답하다고 느꼈다. 집에만 있으니 우울감과 무력감은 덤으로 얻은 기분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안 되겠어서 일단 움직여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분전환에 좋다는 아침 산책부터 시작해 물구나무서기, 팔굽혀펴기에 이어 현재는 매일 4km 이상 달리기를 하는 초보 러너의 삶도 살게 되었다. 

 

그동안은 운동은 젬병이었고, 겨우 목표로 세웠던 운동량을 매일 달성하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별로인 컨디션, 귀차니즘이 온몸에 휘감고 있던 과거에서 조금씩 벗어나자 자그마한 욕심도 생겼다. 오랜 버킷리스트였던 바디 프로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동안 비키니 한번 입어보지 못한 내게 조금씩 몸에 자신감이 생기게 될 줄은 몰랐다. 그간 가지고 있던 우울감, 무력감은 많이 덜어냈고, 집중력에 의지력도 오래가는 듯했다. 그렇게 서서히 마음과 몸의 변화가 생겼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던 게 이제와서야 이해가 되었다.

일도 그렇고 인간관계도 그렇고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 없지만, 몸만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2. 책을 읽는 것



독서를 하기로 정한 시간 동안은 스마트폰에 다소 무심해지는 것 같다. 책을 읽는 시간을 정해두고 읽으면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읽고 싶은 책 리스트부터 먼저 만들었다.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이 된다면 소설책이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든 관심사가 담겨 있는 책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그도 아니면 본인이 닮고 싶은 사람, 혹은 좋아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책이 바로 나의 읽고 싶은 책이 될 것이다.


단, 책을 읽을 때 목적을 명확히 두면 더 효과적인 독서가 된다. '나는 나중에 써먹을 문구를 찾겠어' 라던지, '서평을 써 보겠어' 라던지, '내 삶에 무엇을 적용시킬지를 고민해보겠어'라는 생각들이 독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더라.



3. 글을 쓰는 것



나로서는 습관적으로 만지작거리던 핸드폰뿐 아니라 다른 생각이 일절 나지 않는 최대의 집중력을 갖게 만드는 행동이기도 하다. 글을 쓸 때만큼은 그 시간에 흠뻑 몰입하게 된다. 그게 어떤 주제가 되었든.


잡념이 떠오를 때마다 그것을 털어내기 위해 핸드폰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것은 특별히 좋은 결과를 가져오진 않았다. 대신 어떤 생각에 사로잡힐 때마다 그것에 마주하고 글을 썼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솔직한 속마음을 글로 털어내는 행위는 내면에 쌓아온 부정적인 생각들을 덜어주기도 했고, 걱정거리에 대한 자가 치유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생각을 기록하는 것은 큰 힘이 된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은 때로는 아이디어가 되기도 하고, 영감을 주기도 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나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나에 대해 적어보는 것이다. 그것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에세이가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줄이고 보니 잊고 있었던 중요한 것들을 다시 상기시킬 수 있음에 감사하기도 했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모두의 인생은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 삶의 의미를 찾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뭐래도 각자의 삶의 주인은 각자가 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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