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정숙 Apr 13. 2022

'우울'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내면을 들여다보라는 중요한 신호니까


작년 한 해 동안 이상하게 일이 풀리지 않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도통 나아지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수영 경기 신호가 울리고 한참을 헤엄치다 고개를 들어 앞을 봤는데, 여전히 시작점에 머물러 있는 듯 했다. 답답했고, 우울했다. 불안함에서 비롯된 우울한 감정은 오래 지속되었다. 나는 언제쯤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안정감'이란 단어 자체가 주는 생소함이란.


우울감을 애써 억누르고 숨기려 노력하는 일들이 지속되던 어느 날, 내게 무척이나 와닿았던 글 하나를 발견했다.


우울한 날도 소중하다.

행복하지 않은 날도 가치 있다.

행복하지 않은 날, 뜻밖의 중요한 발견을 할 수도 있고

우울한 날, 자신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우울한 날의 시선은 더 깊이 있고, 오묘하며, 또한 현학적이며,

그것은 예술가의 시선을 닮았다.

-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중에서









언젠가 우울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날, 문득 쓰고싶은 글감이 떠오르기도 했었고 평소보다 글이 더 잘 써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도 오랫동안 묵혀있던 내면의 우울 덩어리를 조금씩 덜어내려는 목적에서였다. 심리적인 안정을 찾기 위한 나만의 치유법으로.


결과적으로 보면 '우울'한 마음이 내가 글을 쓰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까.


우울한 나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려 그저 애쓰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 상태에 있는 나를 가만히 들여보자. 내 우울감이 어디서 왔는지, 그 우울감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 원인과 방법을 떠올리며 하나씩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저절로 치유되는 순간이 온다.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감당하기 버거웠던 아픔, 힘든 순간들도 나만의 방식으로 글로써 표현하다 보면 훗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마치 '별것' 아닌 일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울적한 마음이 들 때마다 내면의 필터링을 거칠 수 있는 자신만의 표현 수단을 꼭 찾을 수 있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삶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