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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숙 May 05. 2020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직장생활 처세술, 정답은 없다.


대기업에 근무할 당시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차장님이 한 분 계셨다. 상사였지만 일 외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던, 운동을 좋아하고 매일 활기가 넘치던 친근한 분이었다.


밝게만 보이던 그 차장님의 카톡 상태 메시지에는 늘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뭔가 심오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았던 그 상태 메시지의 의미가 늘 궁금했다. 하루는 퇴근 준비를 하면서 차장님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차장님, 가족분들과 저녁 먹으러 퇴근하셔야죠. 언제 하실 예정이세요.'라며 가볍게 바쁜지를 확인하고 카톡의 상태 메시지에 담긴 의미를 넌지시 물어보았다. 언제나 허허 웃으시던 차장님은 '아.. 그거?' 하면서 본인의 인생관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여러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특히나 기억해두어야 할 것은 들어도 못 들은 척,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게 직장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벙어리 3년 지나고, 귀머거리 1년 차라는 농담 섞인 말과 함께.


그 차장님의 처세법은 당분간 맞는 것도 같았다.


할 말이 있어도 없는 척, 허허실실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사시던 차장님은 그 이야기를 하고 약 1년이 지난 후 어쩐 일인지 다른 부서로 잠시 떠나게 되었다. 떠나게 된 그 부서는 사실 부서라기보다는 고립된 곳이었다. 누군가는 가야 하지만 모두가 가고 싶지 않아 했던 그곳을.



직장인에게는 꼭 필요하다는 그 처세법이 100% 맞다고는 할 수 없는 것 아닐까.








나조차도 그런 처세법을 사용했다가 억울한 일에 휘말려 본 적이 있다.

사내에서 어떤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잘 알지 못하는 다른 부서 여직원에 관련된 소문이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니면 그냥 떠도는 이야기뿐인 건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아, 그래?' 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

며칠 뒤 그 해당 직원으로 보이는 여직원이 우리 부서에 찾아왔다.




그 소문 퍼트린 사람이 여기 부서에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누군지 알아요?





그 한마디 물음과 함께 의문의 눈초리가 가득한 직원의 그 눈빛을 보고 일순간 어이가 없었다.


'뭐야? 얘..?'

곧이어 차분하게 대답했다.



- 모르겠는데요. 우리 부서엔 그런 사람 없어요.



사무실 복도에서 나와 그 직원이 대화하는 것을 지나가던 다른 직원들이 힐끔힐끔 쳐다봤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황당한 기색을 계속 내비쳤다.

계속 뭔가를 끈질기게 물어보던 직원은 끝내 죄송하다며, 그래도 잠깐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상한 마무리를 끝으로 돌아갔다. 소문이 무섭다는 건 알았으나, 당사자가 직접 찾아와서 애먼 사람을 의심하고 여기저기 찔러보고 다니는 것 또한 불쾌하기도 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직장 생활 백서에도 담겨있다는 보고도 못 본 척, 할 말이 있어도 없는 척은 누구에게나 다 해당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무조건 사람 좋은 모습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면 물론 똑같이 대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걸 역이용하는 사람도 있으니 누군가 의도적으로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낼 때는 소신껏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사람 열 명이 있으면 그중 일곱 명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두 명은 나를 싫어하며, 한 명만이 나를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이 글을 빌리자면, 나를 싫어하는 단 두 명의 사람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못 본 척, 못 들은 척할 필요가 있을까.

어쨌거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직장 생활이 쉽지는 않지만, 소신껏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직장에서 뿐 아니라 기나긴 인생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임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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