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정숙 Apr 30. 2020

또라이에겐 맞또라이 작전으로

결국 정신건강에 좋은 것은 '퇴사'였다.


퇴사를 통보한 며칠 뒤, 그동안 나를 수차례 괴롭혔던 그 상사마저 섭섭하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다. 전혀 내키지 않았지만 이제 그들과 말 섞을 일은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솔직하게 말했다.



저, 창업하려고요.




가벼운 회식자리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그 문제의 상사는 잠시 시큰둥한 표정으로 잠자코 있더니 질문을 이어나갔다.



- 지금 하는 건 시기상조 같은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툭- 내던져진 그 한마디를 듣고 왠지 모르게 '아, 나 지금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며 미룰 때가 시작하기 좋은 타이밍 아닌가?

모두가 다 창업에 뛰어들 때 나도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을 겪게 되는 것보다야 훨씬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사실 퇴사를 하고 바로 창업전선에 뛰어들 생각은 없었다.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닌 만큼 더 신중하게 준비기간을 잡아두고 있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나의 창업계획은 그들에게 좋은 안줏감이 되었고, 심지어 자본금은 어느 정도까지 모아두었냐는.. 간섭계의 끝판왕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선뜻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해준답시고 한참 동안이나 그들의 설교를 들어야 했다. 조언은 듣는 사람이 먼저 도움을 원할 때 조언이지, 그렇지 않으면 한낱 쓸모없는 간섭이자 잔소리가 된다는 것을 왜 알지 못하는 것일까.










다년간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것들 몇 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1. 사적인 이야기를 웬만하면 얘기하지 않을 것.

2. 특히나 남 얘기 좋아하는 사람을 최대한 멀리할 것.

3. 누군가는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는 것을 인정할 것.

4.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은 어느 회사에서나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할 것.



특히 4번에 관해서는 냉담하게 무반응으로 일관해버리거나 대꾸를 안 해버리고 무시하면 될 거라 생각하는데, 경험상 그럴수록 더 치근덕거리고 심한 농담을 하는 경우가 있다. 마치 '이래도 그냥 넘어갈래?' 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사람들이 이 지구 상에 존재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그런 상황을 겪을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는 자기 분노로 인해 더 화병이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맞또라이작전'이었다.



- 장주임 추워. 안아줘.

- OO님 딸도 나중에 그런 얘기 들을까 내가 다 무섭네. ㅎㅎ



점점 수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나 또한 점차 반말과 존대를 섞어가며 비웃는 듯한 태도를 한결같이 보여주었다. 그 후 한동안 잠잠하던 그 상사는 직원들 모두가 모인 식사자리에서 나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말했다.




쟤, 또라이야.





예전에 다소 내향적이었던 나는 누군가 듣기에 불편한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일단 나를 돌아보았다.




- 내가 고쳐야 될 점이 있나?

- 내가 뭘 잘못해서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부정적인 시선이 나에게 향해 있었다. 그런 좋지 못한 습관들은 더욱 위축되게 만들 뿐이었다. 사실 나한테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틀린 게 아니고 그저 그런 걸 당연시 여기는 사람들이 하는 생각 자체가 나와는 완전 다른 것이었다. 그 사람 스스로가 만든 부정적인 말투이자 못된 습관일 뿐이지, 충분히 멋진 자신을 괜히 돌아볼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

이런 마인드가 정신건강에 좋다.









그 당시 실제 녹음기를 구입해야 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진지하고 고민을 한 적이 있었고, 나보다 직장생활을 오래 한 분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예전에 잠깐 알고 지냈던 프로이직러 팀장님이 한 분 계셨었다. 그분은 첫 면접 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임금협상 등을 할 때, 본인에게 도가 지나친 성적 언어를 듣게 될 때 등을 대비해 녹음기를 항상 가방 속에 넣어 다닌다고 하셨다. 언제 어떻게 그들의 말이 바뀔지 모르고, 어디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 줄 모른다며 '녹음기는 필수야.'라고 거듭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녹음기를 가지고 다닌다고 해도 불쾌한 언행에 관련해서 근본적으로 불합리한 상황에 바로 대응할 수 없다면, 오랜 기간 스트레스로 남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 하나가 있다.

"생각이 너무 깊으면 인생을 사랑할 수 없다."


부정의 바이러스를 전염시키고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충분히 보호받아야 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잊지 말자. 맞또라이 작전!




    

매거진의 이전글 무표정의 단답형 직장인이 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