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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ul 31. 2016

운명과 고집


運命과 固執


어느날 문득 지난온 시절을 한번쯤 되돌아보다 보면, 누구나 자신의 살아온 삶에 특징과 자신만의 고집을 발견할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때로는 인생의 성공으로 때론 좌절로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회자되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누구나 다 같이 길지 않은 이승에서의 잠시 스쳐가는 바람 같은 것일게다.


나는 고교시절 선친으로부터 어깨너머로 사주(四柱)를 익힌 적이 있다. 모친 별세 이후 기독교에 의지하게 돼 이후에는 역학(易學)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긴 했지만, 한때는 사주와 작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시절이 있었다. 음양오행에 대한 관심 때문에 대학입학 후에도 한의학을 배워보고 싶은 충동이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지난날 나 자신을 돌아봐도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다른 삶을 추구하는 것 같다. 이공계 졸업 후 선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7급 공무원 총무처 임용을 내던지고 금융계를 고집하며 선택했던 일도 지나보니 운명이었던 같다.


특히 자녀 진로문제에 대해서도 항상 남다른 생각을 고집해 왔다. 큰 아들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미술특기를 적극 지원했던 일과 생명공학 전공한 작은 아들을 간호학과에  보내려 했던 발상은 나만에 특이한 고집인 듯 싶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지원해주었지만 조기유학은 절대 반대했다. 대학원 진학이 아닌 조기유학은 가족 간에 깊은 정을 나눌 기회를 스스로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자식은 어릴적 부터 야단맞고 혼나면서 부모와 정의 깊이가 익어간다고 고집스레 생각한다.


나는 일찍이 서울로 진학해 부모와 떨어져 성장했기에 지금도 선친과의 애틋한 추억이 별반 없다. 반면 어려서부터 부모와 떨어져 있었기에 자립심 만큼은 남달랐던 것 같다. 이러한 삶에 대한 남다른 고집에는 나의 사주 또한 그 근간을 이루었던 것 같다.


내가 모친을 통해 익힌 역학은 깊이와 체계를 갖춘 배움은 아니었지만 나는 타고난 내 사주에 순응하며 살아왔고 아이들이 태어날 때도 사주에 맞춰 출산을 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내가 뜻한 대로 생시(生時)를 맞출 수는 없었지만, 연월일은 원하는 날짜를 맞추었다.


그로인해 일 부족한 운세를 성명에 불어 넣고자 아이 이름을 직접 지어주었다. 이후 기독교에 순응하면서 지금은 남의 운명을 정해주는 일은 절대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무더운 여름 날, 잊혀져가는 기억을 되살려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몇자 풀어 본다.


사주를 논하기에 앞서 음양과 오행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설명을 해보자면 우주만상은 음과 양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하늘(天)은 양(陽)이요, 땅(地)은 음(陰)이고, 남(男)녀(女)가 음양으로 분리되는 것은 누구나 알고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향방으로 보면 좌(左)가 양(陽)이고 우(右)가 음(陰)인 사실에는 많은 사람들의 상식과 달리하고 있다. 남과 여가 함께 있으면 항상 남좌여우(男左女右)의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이는 남녀가 팔짱을 끼더라도 남자가 왼쪽에 있어야 陰陽의 자연스러운 이치(理致)인  것이다.



또한 남녀가 잠자리에 들때도 이 理致에 의해 여자가 남자의 오른팔을 베야 자연스런 사랑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은 죽어서도 음양의 원리에 따라 봉분를 올릴 때 바라보는 쪽에서 남자는 좌측에 여자는 우측에 관을 묻는 것이다.


묘비에 조상의 약력을 적어넣을 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수상(手相)을 볼때도 남자는 왼손을, 여자는 오른손을 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음양과 오행은 주로 작명을 할때 활용하며, 사주(四柱)를 볼 때는 십이지간(十二支干)을 활용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 년월일시의 네 간지(干支)를 갖고 태어나며, 이에 근거해 사람의 길흉화복이 형성되는 것이 사주이며, 간지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뜻한다. 성명학의 음양(陰陽)은 홀수와 짝수의 조화를 의미하며, 오행(五行)은 수(水)금(金)토(土)화(火)목(木)의 조화를 의미한다.  


오행은 서로 생(生)하여 살리고 도와주는 경우와, 극(剋)하여 해를 끼치며  상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이라 한다. 예를 들자면 金生水, 水生木, 木生火, 火生土, 土生金을 오행상생이라 이르고  金剋木, 木剋土,  土剋水, 水剋火, 火剋金을 오행상극이라 한다.


그밖에도 오행상비(五行相比)가 존재하고 있다. 성명학은 음양과 오행 외에도, 수리(數理)와 음령(音靈), 사주(四柱)의 조화를 이뤄  만들어지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다. 쉬운 예로 사람의 이름에 들어가는 한자에는 흔하지 않은 글자가 많은데 그 이유는 이름에 들어가는 한자의 뜻보다는 음양과 오행, 수리의 길(吉)한 획수를 꿰맞추기 위함으로 보면 된다.



또한 사주(四柱)는 十二支干에 따라 子天貴, 丑天厄, 寅天權, 卯天波, 辰天姦, 巳天文, 午天福, 未天驛, 申天孤, 酉天刀, 戌天才, 亥天壽로 분류하며 생년과 月,日,時에 따라 네 간지(干支)를 찾아내 평생운을 따져본다. 우리네 생활중 역마살(驛馬煞)과 도화살(桃花煞, 刀化煞)에 의미도 사주에서 기인하는 말이다.


좀 더 쉽게 이해하자면 인생전체의 삶의 비중에서 생년은 5%, 생월은 15%, 생일은 30%, 생시는 50%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태어난 시간대가 제일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이는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신학자였던 라이프니츠가 주장한 예정조화설(豫定調和說)과도 유사함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운명론적인 예정조화설로 볼 때  사람이 태어난 운명은 生時의 조화를 가장 비중있게 다루는 것이다. 사주에는 특히 두 가지 나쁜 괘(卦)가 있는데 이는 재앙 액(厄)과 물결 파(波)이다. 천액(天厄)을 타고난 사람은 명랑치 못하며, 천파(天波)를 지닌 사람은 인생의 고비가 많아 편한 날이 적다.


하지만 나쁜 괘(卦)가 짝수를 이루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고, 홀수를  이루면 전복위화(轉福爲禍)가 된다. 따라서 천복(天福)이나  천권(天權)을 짝수로 지니게 되면 그 복으로 인해 해가 될 수 있기에 늘상 경거망동을 삼가해야하는 것이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내 사주를 보며 자랐다. 또한 어릴 때  내 사주가 실명(失明)될 운을 지니고 있어, 밝을 명(明)을 넣어 개명했다고 한다. 그때문인지 나는 지금도 눈으로 인해 다소 불편함을 안고 살고있다.


이를 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나쁘다는 것은 피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어, 손자들이 태어나면 직접 작명을 해 줄 생각이다. 지난세월 나는 많은 사람들의 사주를 봐주며 나름대로 사주풀이에 대한 오류를 수정해 왔다.



그러한 동안 사람들의 나쁜 괘(卦)는 절대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속성상  좋은 일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나쁜 일은 평생 잊지 않기 때문이다. 내 자신 사주(전기)를 보면 생년은 미천역(未天驛), 생월은 자천귀(子天貴), 생일은 사천문(巳天文) 생시는 유천도(酉天刀)이고,  후기 사주는 생년 미천역(未天驛), 생월 미천역(未天驛), 생일 자천귀(子天貴), 생시 진천간(辰天姦)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초년운은 역마살로 중고교시절을 부모와 떨어져 타향살이를 했고, 천귀(天貴)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으며 천문(天文)으로 영리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천권(天權)이란 관운이 따르지 않아 원하는 학문을 이룰 수 없는 형세였다.


또한 생시에 천도(天刀)가 있기에 몸에 큰 흉터를 입거나 또는 자기고집이 지나친 운세였다. 청소년시절 동네 불량배에게 대들다 십여바늘 넘게 머리를 꾀 맸고, 군시절에도 머리를 8바늘 꾀 매기기도 했다. 젊은 시절, 천도(天刀)에 대한 액(厄)땜을 다 하고 넘어간 셈이다.


장년운을 보면 생년과 생월에 천역(天驛)이 겹쳐 역마살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기도 했다. 결혼 이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8번에 이사를 했는데. 집을 늘려 갈때마다 매입비용이 추가되지 않았으니 이는 역마살에 의한 전화위복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후반운세에도 천권(天權)이 없던 까닭인지 직장에서의 큰 출세에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또한 생일과 생시에 천귀(天貴)와 천간(天姦)이 조화를 이뤄, 천간(天姦)에 따라 글을 쓰거나 사람 앞에서 언변을 행할 운세이니, 지금처럼 시니어 대상 강의를 하거나 사회 빈곤 멘토를 통해 그들의 자활을 도우며  덕을 베푸는 것이 천귀(天貴)에 따른 나의 천운(天運)인 듯싶기도 하다.


아쉽게도 후반운세에 천복(天福)이 없으니 부자되기를 갈망하지 말것이며, 천재(天才) 또한 따르지 않으니 작은 재능이 있더라도 전문프로의 문턱를 탐내지 말고 소박한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운명론을 겸허히 받아들여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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