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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Sep 28. 2016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02)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02)     


2016년 9월 23일 서민정책금융을 총괄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이 출범했다. 동 진흥원은 기존 4대 서민 정책금융상품 중 '미소금융', '햇살론' 등을 통합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설립되었다. 이곳은 대출상품과 취급기관 중 개인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며 채무조정이 필요할 시 신용회복위원회를 소개해 준다고  한다.      


서민금융진흥원 산하 미소금융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신나는조합은 내가 대출심사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서민들에게 흙수저의 사다리역할 한다는 미소금융을 구태여 서민금융 ⦋영리기업⦌으로 분류한다면, 신나는조합은 우리사회 극빈층과 결손가정의 자활을 돕기위해 물고기 잡는 법을 지도해 주고자 설립된 ⦋비영리기업⦌이라 할 수 있겠다.     


그곳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한지도 어느새 만 4년이 넘어섰는데, 그동안 60여건의 대출심사를 하며 그 중 창업을 지원했던 30여개 업체 영세상인의 경영멘토와 사후관리를 함께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재능기부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에 의미를 두고 시작했던 작은 일이지만 이제는 많은 극빈층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들에 꿈을 키워가도록 지원하는 희망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내가 관리하고 있는 영세사업자 중 “장재중”씨는 소액대출 지원으로 창업 후 새로운 삶을 통해 큰 희망을 키워가는 1968년생으로 올해 49세의 나이다. 그는 40대 초반 희귀난치성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불치병이 생겨난 뒤 망막의 중심시력이 상실되면서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 때문에 6~7년 전 건설사 자재부장 직을 그만두고 긴 시간을 방황하기도 했었다.     

 

당시 남편의 실의와 좌절에 마음 조리던 아내는 그 때문인지 유방암 초기판정을 받기도 했다. 오랜 방황 끝에 그는 그나마 시력이 남아있을 때 안마시술을 습득하기로 결심하고, 2013년 초 안마사자격증을 취득한 뒤, 2년간 동 업종에 종사하며 꾸준히 경력을 쌓았다. 이후 2014년 11월 안마시술소를 창업하고자 (사)신나는조합에 문을 두드리면서 내가 대출심사를 하게 돼 그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장대표가 운영하는 안마시술소 “쉼표”는 대청역에서 중동고를 지나 15분 거리 외져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 이들 부부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가게를 오픈했다. 당시 심사기준인 시장전망은 사업장중심으로 주변 1.5Km반경에 6업체 APT 4,710 입주해 있고, 사업장배후에 개인주택들이 산재해있어 고령층을 겨냥한 영업 기본환경은 갖춰져 있어 보였다.        


매출 및 수익성은 창업초기 3개월 평균매출 500만원에 고정비용 340만원을 감안해, 매출수익 160만원으로 32%에 수익률이 예상되었다. 창업1년 후 기대매출 1,000만원이 실현되면 41%의 경상수익이 발생해 적정수익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러저런 조건을 따져보기 전에 성실과 정직함이 돋보였던 창업주 자신이 커다란 인적담보로 보였다.     


당시 장대표는 시력이외 신체모두가 건강해 보였고 지역고객 확보를 위한 홍보를 위해 주변상가의 이웃들에게 무료쿠폰을 발행해 15분간 시술을 해주며, 주변 지인들에게 홍보를 부탁하고 있어 고객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창업 후 2년이 되가는 지금은 그의 꾸준한 성실함에 힘입어 날로 고객수가 늘어나고 있다. 올 9월 추석연휴에도 안마시술소를 찾는 고객들이 있어 추석당일만 쉬었다고 전한다.  


  

 성업(成業)이 이어지며 아내의 병도 많이 호전되었고 외아들도 고2로 성장했다. 향후 아들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부인과 함께 제주도로 내려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장대표는 아내건강을 위해 공기 좋은 곳에서 살면서 제주관광객을 대상으로 안마사업을 확충해 보겠다는 꿈과 희망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두 달에 한 번씩 그를 만날 때마다 2년 전 그를 지원했던 당시 나의 판단에 IBK기업은행 출신이라는 자긍심이 샘솟는다.    

  

9월 방문을 통해 조심스럽게 그의 시력상태를 물어보니, 2년 전보다 시력이 더욱 나빠져 지금은 내 모습이 형체만 희미하게 보인다고 한다. 문득 장대표가 완전히 시력을 잃기 전에 그와 함께 소중한 모습을 남겨두고자 사진촬영을 부탁했다. 망설이 없이 흔쾌히 응해주는 그에게 부인과도 다정한 모습을 취하도록 권유하며 부부의 해맑은 모습을 사진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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