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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an 10. 2017

뉴욕(New York)

잿빛 추억 컬러링 (08)


■  미 동부 뉴욕(New York) 기행


7월 마지막 날, 미국 도시의 상징인 뉴욕으로 향했다. New York은 1790년 이후 수도지위를 상실했지만 여전히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로서 미국의 경제수도라 불러지는 곳이다. 또한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지위가 강화되면서 런던을 대신하는 세계금융 중심지가 되었다.



뉴욕에는 시(市) 중심부인 맨해튼이 있고 남단에는 금융의 중심지 월가(街)가 있으며, 월가 북동쪽에는 뮤지컬 본고장인 브로드웨이가 있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서둘러 IBK 뉴욕지점 동료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날 저녁나절 만나보기로 했다.



이어 Marriot Hotel에 여장을 푼 뒤, 미국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위해 페리호를 탔다. 이곳에는 스태튼 섬(Staten Island)을 오가는 통근용 페리(Ferry)가 있는데, 이 배를 이용하면 무료로 탈수 있다고 한다.

  

스태튼 섬 페리 선착장

시간이 넉넉지 않아 배터리 파크(Battery Park)인근 선착장에서 유료 페리호를 타고 리버티 섬(Liberty Island)으로 향했다. 이 섬은 미 동부 뉴욕항 입구에 있는 작은 섬으로 [맨해튼 선착장]에서 남쪽바다로 2㎞쯤 거리에 있다. 



뉴욕 항으로 들어오는 허드슨 강 입구 [리버티 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과 뉴욕의 상징으로 프랑스에서 제작된 조각상이다. 1886년 미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미불양국 우호증진을 위해 1885년 배를 통해 미국으로 수송해 선물로 준 것이다. 



[여신상]은 콘크리트 조립식 구조물이며 프랑스가 조각상을 선물할 당시에는 조립이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미국으로 보내진 뒤 조립해 완성했다. 여행객들의 눈앞에 우뚝 솟아 횃불을 치켜든 거대한 여인상은 바라보는 이들에게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자리하며 자유와 평화를 전해주는 듯했다.


□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


이어 미동부 명문사립대이자 아이비리그(Ivy League)에 속한다는 [컬럼비아 대학]을 들러보았다. 이 대학은 뉴욕 주에서 최초로 세워진 대학이며, 미국독립 이전에 영국왕실의 공식인준을 받은 오래된 학교라고 한다. 


Columbia University

캠퍼스에는 로우메모리얼 도서관(Low Memorial Library)을 비롯한 기숙사 등 건물들이 모여 있고, 도서관 앞에는 컬럼비아 대학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알마 마떼르(Alma Mater)  동상이 있는데 그리스신화 지혜의 여신 아테나(Athena)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로우메모리얼 도서관

히브리어 “Alma”는 이사야의 예언(이사 7, 14)에 따른 임마누엘의 어머니란 뜻으로, [성모 마리아]와 [교회]를 지칭한다고 한다. 14세기 후반 들어 “학문의 젖줄인 어머니”란 뜻으로 대학을 Alma Mater라고 불렀다 한다.


알마 마떼르 동상

따라서 [Alma Mater]는 일반적으로 [모교]라는 의미로 쓰인다.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도서관 앞에도 [아테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 동상 밑에는 Alma Mater라는 문구대신 母校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경희대 아테나 동상  

발길을 돌려 뉴욕시가지를 향해 가는데 차창 밖으로 할렘가(街)가 보인다. 당시 [Harlem]은 뉴욕 흑인거주지로 경제적으로 힘든 흑인들이 살고 있는 빈민가로 위험한 지역이라 느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흑인문화를 접할 수 있는 문화지구로 변모하고 있다 한다.


Harlem 125th St

워싱턴 스퀘어로 내려와 프랑스와 로마의 [개선문]을 본 딴 Washington Square Arch를 들러봤는데 좌우에는 간단히 전쟁에서의 워싱턴 장군(1914~16)과 평화에서의 워싱턴 대통령(1917~18)을 기념하는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조각상이 새겨져 있다.   


Washington Square Arch

□  UN본부(United Nations Headquarters)


이어 맨해튼 남쪽 이스트 강변에 위치한 UN본부를 둘러보았다. 뉴욕여행 중 또 하나의 재미는 초등교 교과서에서 배웠던 곳을 방문할 수 있다는 설렘이었다. 이곳 [United Nations] 명칭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고안했으며 2차 세계대전 중 26개국 대표가 모여 연합국 선언을 하면서 처음 사용하게 됐다한다. 



전 세계 건축가들이 모여 1953년에 완공한 이후 각국 정부 대표단이 들어서있는 UN본부는 ①유엔총회(General Assembly) 빌딩, ②컨퍼런스(Conference) 빌딩, ③사무국 빌딩, ④ UN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엔총회 빌딩

흥미로운 것은 [UN본부] 내부가 미국의 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세계 각 나라 대사관 안은 다른 나라 땅에 있어도 독립적으로 관리되듯이, UN 내부의 치안유지는 UN에게 헌정된 지역이라 한다. 


컨퍼런스 빌딩

건물 앞에는 회원국들 국기가 게양돼있고, 건물입구에 세워진 평화를 상징한다는 총구가 휘어진 권총 [동상]이 인상적이다. 건물내부는 150회원국이 기증한 예술작품들이 있고 1층 로비에는 샤갈(Chagall)의 무한의 시간이란 작품으로 이뤄진 [스테인드 글라스]가 걸려있다.



또한 세계각지에 전쟁을 상기시키는 추모패가 진열돼 있는데 그 중앙하단에 한국전쟁 추모패가 걸려있어, 지난날 참혹했던 기억을 되살려주고 있었다. 늦은 오후 호텔로 돌아와 로비에서 기다리던 친구를 만나 그의 뉴저지 州 집으로 초대돼 저녁시간을 보냈다. 


샤갈 스테인드 글라스

90년대 초만 해도 일반인이 여행 비자를 받는 것이 녹녹치 않던 시절이었기에 이국멀리서 절친(切親)을 만나보니 감격스러웠다. 함께 젊은 날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자정이 가깝도록 즐거운 담소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1992년 7월도 시간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  록펠러 센터(Rockefeller Center)


8월 첫날 찾은 [록펠러 센터]는 미국 부(富)의 상징인 건축물로 1931년부터 록펠러 재단에서 10여년에 걸쳐 뉴욕중심가에 14개의 빌딩을 세웠다. 대공항 당시 수십만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세계최초 [도시 속 도시]인 복합형 건축물을 건설했다 한다. 



당시에는 옥상 전망대가 있는 고층건물들이 세워졌으나, 록펠러 센터는 과거에 무원칙적인 자본주의 고층만을 추구했던 뉴욕 시의 건축형태를 벗어나 건축 군(群)을 종합적으로 계획함으로써 고층 시가지의 환경개선을 지향했던 획기적인 건축물로 손꼽히고 있다.


GE(RCA) 빌딩을 중심으로 21개의 빌딩이 밀집해 65,000명이 일하고 있으며 식당, 은행, 쇼핑센터, 영화관 등 도시의 대부분 기능이 갖춰져 있어 [록펠러 센터]에 한번 들어가면 밖으로 나올 필요 없이 모든 것이 다 이뤄진다하여 이곳의 명성이 더해졌다 한다.


Rockefeller Center

하지만 미 자본주의에 상징이었던 [록펠러 센터]도 1980년대 미국경제가 어려워지면서, 89년 미쓰비시 그룹에 팔렸다가 96년 골드만삭스를 중심으로 한 기업 연합단에 또다시 매입되기도 했다.


□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


이어 자유 시간을 얻어 뉴욕 [맨해튼]의 상징이라고 하는 Empire State Building을 들러보았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Fifth Ave 33번가 코너에 위치해 있는데 밑에서 올려다보면 꼭대기의 탑이 보이질 않는다.

 


이 빌딩은 1931년 세워진 102층(381m) 빌딩으로 1971년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생길 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며, 1993년 맥 라이언이 출연했던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2005년 상영된 "킹콩"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Empire State Building

이후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영화 속에서 킹콩이 타고 올라가는 빌딩으로 더욱 유명해져 지금도 뉴욕 시의 명소로 되어있다. 86층의 콘크리트 건물위로 16층의 철탑이 있는데 이 철탑은 현재 전망대와 방송용 안테나로 쓰여 지고 있다. 



86층 전망대에는 테라스가 있어 102층 전망대보다 인기가 좋다고 한다. 2001년 9.11 테러로 [무역센터] 건물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자, 다시 뉴욕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기도 했다.



초교시절이던 1960년대 세계 최고층 건물이라 배웠지만 한국도 1985년 63빌딩이 세워졌기 때문인지 특이해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정점으로 하는 마천루 군(群)은 뉴욕이 20세기 비즈니스를 상징하는 도시였음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남는 시간 빈티지한 나체시계를 구입코자 뉴욕 시가를 기웃대며 시계매장을 찾았다. 요즘은 스켈레톤(skeleton)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시계앞면 판이 투명해 다이얼 뒷면 태엽동작을 볼 수 있도록 한 시계였다. 당시 무척 싸다는 느낌으로 25$에 구입하기도 했다.

 

Skeleton  Watch

뉴욕에 머물던 이튿날은 저녁 무렵 뉴욕지점 동료와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일 초대했던 친구가 호텔로 연락해 와, 내일이면 아쉬운 작별이니 자기 집에서 뉴욕지점 동료와 함께 식사를 하자 고집하며 정겨운 압박을 해왔다.


결국 뉴욕동료를 설득해 친구 집에서 함께 식사를 마친 뒤 저마다의 미국생활 무용담을 듣다보니 밤이 이슥한 줄도 몰랐다. 자정 무렵 일어나자고 옆구리를 찌르는 동료 성화에 못 이겨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친구 집을 빠져나와 어디론가 한참을 달려 나갔다.



택시에서 내린 곳은 [뉴저지]에 있는 동료직원 단골술집 이었는데 놀랍게도 마담부터 손님들 모두가 한국인이었다. 당시 뉴욕에도 가라오케 반주기가 있어 노래를 부르며 늦은 새벽까지 여흥을 즐겼는데, 마치 서울시내 한복판 주점에 앉아있는 착각을 지울 수 없었다.



8월 2일, 이틀간에 뉴욕일정을 끝으로 [케네디공항]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귀국했다. 보름간의 여정을 통해 바라본 미국은 짧은 역사로 문화유산은 부족해 보였지만 웅장한 자연경관과 드넓은 대지가 펼쳐져 있는 큰 나라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멀리 지구반대편에서 여행을 하며, 마지막 여행지였던 맨해튼거리의 화려한 간판과 낯선 거리, 어색한 사람들 속에 섞여있는 동안 얻게 된 작은 깨달음은 혹 간의 일탈이 지친 삶을 위로해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희망과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외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뒤 생각지 못한 인사부 발령을 받았다. 권위적이고 경직된 부서근무가 싫어 퇴사까지 생각했지만 부친의 만류로 묵묵히 직무를 수행해야 했다. 당시 연중 4차례 인사작업으로 새벽까지 야근해가며 모진고생을 했는데, 은행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인사부 근무와 생애 첫 해외 나들이를 맞바꾼 셈이었다. - 甲午年 시월 아흐렛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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