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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Sep 19. 2017

장가계 기행(02)

천문산(天門山)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9월 15일 장가계로 출발한다. 최소한의 준비물만 간편히 챙겨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래보며 오후 6시30분 공항카운터에서 일행과 합류하기 위해 집을 나서, 개별적으로 티켓팅과 화물적재를 마친 뒤 남는 시간 가볍게 샌드위치를 들며 일행을 기다린다.  

   

20시50분 아시아나에 올라 1,960km의 짧지 않은 거리를 3시간가량 날아가 24시(현지시간 23시) 장가계의 관문인 창사(長沙)로 들어서는데, 늦은 시간 때문인지 창사공항은 적막감에 가라앉아 있다. 버스에 올라 1시간가량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가이드안내가 시작된다.


후난성에 속해 있는 창사는 중국의 10대 경제도시로 65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거대도시라 안내를 하며, 많은 중국인이 평생 못해 보는 4가지는 바다를 보는 것, 중국전체를 여행하는 것, 중국의 모든 언어를 배우는 것, 중국의 모든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라며 소개한다. 숙소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나니 어느새 새벽 2시에 이른다.


▷  천문산(天門山)


천문산 케이블카($70)/ 유리잔도($10)/ 귀곡잔도/ 천문산사/ 리프트/ 통천대로/ 천문동/ 천문산 쇼($50)


여행첫날 8시, 고속도로를 달려 약 5시간 만에 장가계(張家界)에 도착한다. 예전에는 4시간이 소요됐으나 최근에는 도로 곳곳에 속도감지기가 설치돼 시속100Km를 초과해 달릴 수 없다고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도로주변에 띄엄띄엄 집들이 보이는데 대부분 집들이 3층으로 지어져있다. 1층은 홍수에 대비한 공간이고 3층은 더위를 식히는 공간이며 2층이 주요 생활터전이라 한다. 또한 아열대성 기후지역인 장가계의 나무들은 한겨울에도 푸른빛이 변하지 않는다 한다.


장가계 기행 첫코스로 천문산(天門山)에 오른다. 해발1,528m인 천문산은 장가계의 혼을 담고 있는 호남서쪽의 제일가는 신성한 산(聖地)으로 장가계의 여러 산 중 역사에 가장 먼저 기록된 명산이다.


천문산을 오르는 통천대로(通天大路)

산의 사방은 모두 절벽이며, 봉우리는 하늘에 닿을 듯이 높고 장대하다. 카르스트 석회암 지형으로, 높고 기이하면서도 험한 지세는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천문산에는 4가지의 볼거리가 있는데, 첫 번째는 세계최장 길이의 케이블카(7.45km, 경사37도) 두 번째는 천 길 낭떠러지에 있는 귀곡잔도(鬼谷棧道), 세 번째는 해발 200m~1,300m에 이르는 99굽이 통천대로(通天大路), 네 번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석회암 동굴 천문동(天門洞)이다.



장가계 시내에서 기네스북에 등재된 ①케이블카를 타고 약 35분을 올라 천문산(天門山) 최고봉에 이른다. 케이블카는 시내 주택 위를 지나가는데 한참을 올라가니 천문산의 천문동굴이 보이고, 버스를 타고 오르는 99개 고갯길과 멀리 폭포수도 보인다.      


정상에는 운무로 가득한데,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천문산의 정상부분은 비교적 평탄한데, 면적이 2㎢에 달한다고 한다. 천문산 케이블카를 내려 천문산사로 향하는 협곡의 난간을 걷기시작 하는데, 최근 관광수입을 위해 깎아지른 절벽초입에 유리잔도(琉璃棧道)를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해발1,400m 높이에 난간 다리 바닥을 유리로 만든 구간(60m)으로 10$을 지불하고 지나간다. 재밌는 것은 이곳을 지날 때 유리의 흠집을 방지하기 위해 신발 버선을 착용하고 걸어야 한다.


유리 아래로 보이는 아찔한 풍경을 바라보며 아득한 계곡 아래가 내 발밑에 있다고 생각하니 짜릿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한 아주머니는 고소공포증 때문인지 아예 유리를 밟지 못하고 절벽 쪽으로 붙어 다리 가장자리로 걸으며 힘들게 통과하기도 한다.



유리잔도를 벗어나니 ②귀곡잔도(鬼谷棧道)로 이어지는데 이곳은 귀신도 곡소리를 내며 지나갈 정도로 잔인하게 만들어진 길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한다. 때마침 비가내리며 붉은색으로 쓰여 진 귀곡잔도 표지석에 을씨년스러움이 더해진다.



천문산의 천길 절벽에 잔도를 만들면서 기계공구를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인력으로만 3년에 걸쳐 다리를 건설했는데, 당시 200여 명의 토가족(土家族) 원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1.6Km의 귀곡잔도(鬼谷棧道)


가파른 낭떠러지에 만들어진 귀곡잔도는 절벽 위 측에 달려있으며 그 길이가 1.6Km다. 길게 솟아있는 산봉우리들은 운무에 가려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데, 표고차가 800m로 절벽아래 끝이 보이질 않는다.

 

800m 절벽아래

거대한 절벽둘레를 걷는 귀곡잔도 코스를 보며, 없으면 만드는 게 길이고 불가능도 이루는 것이 중국이란 생각이 든다. 귀곡잔도를 지나는 동안 내내 빨간 리본이 끝없이 달려있는데, 중국인들은 건강과 복을 소원하는 마음으로 걸어 놓는다 한다.


운무(雲霧)에 가려진 풍광(風光)


귀곡잔도를 빠져나와 출렁다리를 지나, 웅장한 천문산사(天門山寺)를 잠시 둘러본 후, 천문동으로 가기위해 산사에서 2인용 리프트를 15분정도 타고 다시 천문산 정상으로 향한다.


천문산사(天門山寺)

아래를 내려다보니 고소공포가 느껴질 만큼 아찔해 눈을 감았다가 내릴 때까지 위만 쳐다보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는 아내는 무서운 기색도 없이 얄미울 정도로 리프트를 즐기고 있다.  


천길 절벽

중간 지점에 내려 천문동으로 향하는 ③통천대로(通天大路)는 굽이굽이 돌아가는 99개의 고갯길로 만들어져 있는데 40고개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그 이후부터 미니버스를 타게 된다. 버스앞좌석에 앉았는데 공무원이라는 기사가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카레이서 수준이다.


휘어진 고개 길을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거칠고 능숙하게 핸들을 돌려대는 기사를 보며 고갯길 운전 실력이 마치 생활의 달인처럼 느껴진다. 버스에서 내려 눈앞에 펼쳐진 천문동을 올려다보니 아득해 보인다. 하늘과 통하는 문으로 불리는 ④천문동(天門洞)은 해발 1300m에 위치하며 높이 131m, 폭 57m이다.


삼국시대 오나라 영안(永安)6년(263년, 3대황제 손휴) 고량산에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면서 홀연히 절벽에 동굴이 뚫렸는데 그 모양이 마치 문과 같아서 세계적으로 기이한 경관이 형성되었다고 하는데 그 이름을 얻어 이곳의 산도 천문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수많은 삼천대봉 名山의 개념을 깨뜨린 채, 이 산, 저 봉우리로 부르지 않고 마치 거대한 산맥의 뿌리를 부르는 것 같은 천문산의 웅장한 자태에 잠시 숙연해지며 절세의 경치에 귀부신공(鬼斧神工)이 느껴진다.


하늘과 통하는 천문동(天門洞)

장가계 지형을 눈여겨 살피니 평평한 고원에 수많은 돌기둥과 봉우리가 솟아 마치 나무판화에 그림을 양각해 놓은 듯 되어있다. 암석기둥을 바라보며, 이토록 몽환적이고도 수려한 풍경이 머물도록 도끼로 바위를 찍고 칼로 베어버린 조물주의 신공(神工)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천문동을 밟기 위해서는 20분에 걸쳐 999개의 계단을 올라야하는데,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정상에 올라 "天國의 門"에서 천국에 가기를 기원하면서 추억을 한 컷 담아본다. 계단의 폭이 좁고 경사가 심해 위험하지만 계단 길 옆으로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가파른 계단을 안전하게 내려오는데 도움이 돼주었다.



내려오면서 계단을 세어보니 실제 916개였는데 중국인들은 일부로 999숫자에 맞춘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하는 동안 대협곡 계단이 999개, 황룡동굴의 계단도 999개라고 하니 중국인들은 9라는 숫자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하산 후, 저녁 8시30분 천문산 쇼를 보았다. 천문호선(天門狐仙)은 토가족(土家族) 전설을 배경으로 천년 된 여우가 나무꾼을 사랑해 사람이 되고자하는 아름다운 사랑을 뮤지컬로 그렸다. 야외세트장을  만들어 실제 뒤에 천문산을 배경으로 공연한다. 멋진 자연을 배경으로 공연을 하는 발상이 가히 혁신적인 듯 보인다.


호선녀(狐仙女)와 나무꾼 재회장면

400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1시간 30분 공연은 화려한 조명과 음향이 어울려 웅장함이 느껴진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인간으로 돌아온 여인과 그녀를 그리워하던 나무꾼이 바위에 올라 극적인 재회를 이루는데, 5천석을 가득채운 천문산 공연은 언어소통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무대시설의 규모와 연출력이 돋보이는 공연이다.



특히 마지막에 천문산을 배경으로 산 전체에 조명이 들어오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황홀하고 경이롭다. 사진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담을 수가 없어 아쉬울 뿐이다. 이곳 조명을 설치를 하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160억이 들었다고 하니 환상 그 자체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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