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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Sep 21. 2017

장가계 기행(04)

양가계/ 원가계


▷  양가계(楊家界) ; 오룡채/ 천파부


오후시간 천자산(天子山) 하룡공원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10여 분간 이동해 양가계의 오룡채(烏龍寨) 입구에 도착했다. 양가계 코스는 다른 풍경구에 비해 최근 관광루트로 개발된 듯 해 보인다. 양가계는 트레킹코스로 1시간 20분을 걷다보면 등산느낌도 있고, 스릴도 만점이며 풍광 또한 뒤떨어지지 않는다.


양가계 풍경구(風景區)는 천자산이나 원가계처럼 잘 다듬어져있지 않기에 더욱 정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양가계 입구에서 산길을 따라 10분간 들어가면 오룡채로 향하는절벽길이 보이는데, 산적들이 절벽을 타고 올라가바위틈 길을 막아버려 양씨 장군이 이곳을 지키느라 세월을 다보내고 말았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오룡채(烏龍寨) 입구

명나라 연간에 양가장연의(楊家將演義)라는 소설이 있었다. 양가장(楊家將)은 북송의 유명한 충신가문에 가솔들을 칭한다. 이 소설은 양업(杨业)과 그 후손들의 영웅담을 그린 이야기로 2013년 영화 “천하칠검 양가장”으로 국내 상영된바 있다. 양씨집안의 이야기는 4대에 걸쳐 펼쳐진다.



북송시대 연간 양업의 후손 중 한 장군(楊家將)이 향왕천자(向王天子)로 칭하는 산적두령을 토벌하기 위해 이곳 천자산에 진영을 구축했는데,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곳서 자손을 낳게 되고 그 후손이 번성하며 촌락을 이루어 양씨네 마을(楊家界)이라 불렀다 한다.


토가족(土家族) 후손들

이때 향대곤(向大坤)이 향왕천자로 칭하면서, 천자산이란 이름이 지어졌다고 전한다. 산적의 소굴과 토가족(土家族) 두목의 산채를 보기위해 오룡채(烏龍寨)라 쓰여진 입구를 지나 험한 산길을 오르니 산적이 드나들던 좁다란 바위 틈새 길이 나온다.



이런 곳에 산적이 진을 치고 있었으니 군사들이 산적들을 토벌하기 힘들었을 법해 보인다. 아랫배가 나온 여행자는 도저히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비좁은 절벽 틈새 길을 빠져나오며 어느덧  오룡채에 도착해 산채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그 옛날 이곳 산채에 살던 산적들은 싸움에 뛰어났다 한다. 기기묘묘한 협곡과 난공불락의 요새에 자리 잡은 토가족 산적들 이야말로 이 무릉원(武陵源)의 참주인 이었으리라. 중국의 역대황실은 이곳에 사는 토가족을 수시로 토벌하려 하였다.


토가족 두령이 머물던 산채(烏龍寨)

근세기 모택동 공산당도 혁명전쟁 중 이곳을 가장 늦게 점령했을 정도로 접근이 용이치 않았던 성채인 듯 보인다. 당시 항전했던 사람만도 천자산 일대에 25만 명이 거주했다하니 장가계 토가족들은 중국 내 또 다른 소수 자치민족 형태를 이루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어진다.



다시 이어지는 비좁은 바위틈을 빠져나와 가히 무릉원이라 불릴만한 최고의 전망대인 천파부(天波府)에 오른다. 천파부를 가기위해서는 절벽사이 출렁다리를 건너, 솟아오른 직벽을 오르는 철제 사다리를 조금 올라가야 하는데, 오르는 순간 아찔하기도 하다.


천파부를 오르기 위한 출렁다리와 직벽 사다리

이곳을 오르니 하늘도 출렁인다는 바위 봉우리 천파부(天波府)가 나타난다. 전해지는 설화에 의하면 양가장(楊家將)이 천자산에 머물던 진영(陣營)의 명칭에 따라 이곳을 천파부(天波府)라 부른다고 한다.



수억년 전 지각변동으로 바다에서 솟아오른 봉우리에 바다화석과 조개껍질과 같은 흔적이 남아있다는 기암괴석을 보기위해 천파부에 올라서니, 무수한 바위 봉들의 오묘한 풍경들이 거의 비슷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데, 양가계의 규모와 형상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천파부(天波府)에서 바라본 기암괴석

인간사에 하늘이 조화를 이룬 이리도 오묘한 산이 또다시 있을까? 소시적 무협지를 통해 상상했거나 수묵 담채를 보며 한번쯤 감탄해 보았을 무릉원 신선(神仙)의 산세가 바로 내 앞에 펼쳐져있는 것이다. 무릉도원을 찾고자했던 옛 선인들이 그토록 갈망했을 신선의 세계가 진정 이곳 천파부(天波府) 이었으리라...


▷  원가계(袁家界) ; 천하제일교/ 미혼대/ 후화원/ 아바타 배경지/ 백룡 엘리베이터


양가계의 감동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해 10여 분을 이동하면 원가계의 하이라이트인 영화 [아바타] 촬영지의 트레킹이 시작된다. 원가계는 첫날 보았던 천문산과는 다르게 삐죽삐죽 높이 솟은 돌산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천문산보다 풍광이 더 좋은 듯하다.



원가계의 유래는 당나라 말기 농민봉기인 황소(黃巢)의 난 실패로 그 부하 중 원(袁)씨 성을 가진 장수 도주해 인간세상과 멀리 떨어진 심산유곡(深山幽谷)에 은거하며 자신의 성을 따서 경계를 이뤘다고 한다.  


맨처음 둘러본 천하제일교(天下弟一橋)는 원가계 최고의 걸작 품인 절벽위에 천연석교이다. 이 석교는 1982년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400m 높이의 두 봉우리 사이를 대자연이 연결해 주었는데 그 연결 길이가 20m라고 한다.


천하제일교(天下弟一橋)

뻥 뚫려져있는 바위산인 천하제일교를 바라보노라니 단양팔경의 석문(石門)과 비슷해 보이지만, 그 규모로 보아 그 아래 천 길 낭떠러지가 끝없어 보인다. 이어 동남쪽으로 약250m 정도를 가니 광활하게 늘어선 협곡 미혼대(迷魂臺)가 나타난다.


원가계 미혼대(迷魂臺)

미혼대는 정신을 잃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하여 이름이 붙여진 곳으로 불규칙적으로 뾰족이 솟아있는 석봉들이 운무에 싸여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멀리 바라다보면 봉우리의 정상들이 모두 일직선을 이루는 것으로 보아, 지구유년기 초기지형에 모습으로 그대로 남아있는 느낌이 전해진다.



십리화랑 풍경이 밑에서 위를 바라보는 재미라면, 원가계 풍경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여행자들이 이곳을 관광하는 동안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기에, “와와관광”이라 부른다는 가이드의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장가계여행 내내 어릴 적 밤새 읽었던 무협지에 나오는 신선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심산유곡 높은 산꼭대기에 초가를 올려놓고 사는 신선의 공간들이 나오는데 이 모든 장면들이 중국인의 허풍과 과장이며 비현실적인 상상력이라 여겨왔다.



하지만 400~500m 높이의 송곳처럼 솟아있는 후화원(后花園)의 석봉들을 바라보면서, 중국인의 표현이 기묘한 자연을 갖고 있는 현실세계의 기반위에서 나왔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후화원(后花園) 전경

후화원은 수십 개의 기암봉우리가 웅장한 화원을 이루며 봄이 오면 다양한 꽃을 피워 아름다운 화원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한다. 원가계 풍광을 바라보며 억천만겁(億千萬劫)의 세월을 통해 바위와 나무가 기막힌 절경을 만들어냈으리란 생각이 든다.



특히 아바타에 나오는 할레루야 봉우리를 마주하며 영화 속에서 보았던 커다란 새 떼들이 봉우리 사이에서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환상에 빠져본다. 중국에는 사람이 태어나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백세가 돼도 어찌 늙었다 할 수가 있겠나?(人生不到張家界, 百歲豈能稱老翁)라는 말이 있다 한다.


할레루야 산봉우리(乾坤柱)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壯觀)을 미처 바라보기도 힘든데 손이 있다하여 어찌 붓을 들것이요, 혀가 있다하여 필설(筆舌)로 나타낼 수 있으랴!" 라는 말은 장가계가 얼마나 멋진 곳인지를 범부(凡夫)들에게 잘 전달해주는 표현인 듯싶다.


아바타 영화장면

영화 아바타에서 원가계의 배경이 등장하자 최근 장가계 관리소는 원가계의 건곤주(乾坤柱)를 할렐루야 산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이 소식을 전해들은 네티즌들은 중국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돈을 벌기위해 종교에 관련된 이름으로 바꿨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한다.



원가계는 조물주가 세상을 창조할 때 혼신을 다해 조각한 모습과 행적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신선이 노닐듯 한 천혜의 보고(寶庫)를 고스란히 기억 속에 담아두고 하산 길에 나서는데 절벽위에 세워진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내려간다.



백룡 엘리베이터이라 불리는 승강기는 총 326m를 수직으로 하산하는데, 위로부터 170m는 산에 철강구조를 설치하고 그 아래 156m는 수직으로 암굴(岩窟)을 뚫어 만들었다고 하니, 중국인들의 무지(無智)한 추진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여행은 단순한 Sightseeing을 목적으로 간편히 출발했지만, 이틀간 돌아봤던 장가계는 하늘이 베푼 자연의 은혜를 간직한 환상적인 풍경구임에 틀림없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무릉원(武陵源) 국립공원을 빠져나오니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으며 하루해가 저문다.


장가계 국립공원인 무릉원(武陵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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