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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an 14. 2018

강철비 後記


2017년은 북한의 15차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있었다. 이 때문에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 긴장이 고조되며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연이어 확대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전문가들은 군사옵션이 최후의 수단이지만 미국과 한국이 추구하는 목표는 아니라며 선을 긋기도 하였다.


북한의 비핵화는 주변국 모두가 희망하는 것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을 고립시키고 경제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해 대화의 장으로 끌고 나와야 한다고 한다. 나는 한국전쟁 실향민 2세로 생전에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셨던 선친(先親)으로부터 일제해방 후 6.25전쟁 발발 전 부모형제를 두고 월남(越南) 할 수밖에 없었던 뼈아픈 사연을 듣고 자랐다.



그로인해 나는 지금도 늘 북한관련 방송과 탈주민에 많은 관심을 지니며 작금(昨今)에 우리가 처해있는 경제상황과 남북통일의 당위성에 큰 관심을 갖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때마침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발판으로 협력외교가 본격화 되면서, 한반도의 위기관리와 한중관계 정상화가 주목을 받고 있는 시점에 영화 [강철비]가 상영되었다.


전년 말 마지막 근무영업점의 OB직원 모임에서 연말선물로 보내준 영화 관람권을 받아들며 영화 후기(後記)를 적어 올리라는 주문도 있기에 무술년 새해주말 아내와 함께 강철비를 관람하게 되었다. 2시간 10분 상영되는 영화는 시작부터 절반의 시간이 흐를 때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스크린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강철비]는 끊임없는 북한의 도발로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는 현 시점과 미래의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강렬한 화두를 던진 영화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더욱이 시나리오 작가인 양우석 감독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영화적 상상이 더해진 그의 예지력이 돋보이는 Blockbuster 영화였다.



영화 [변호인]을 감독했던 양우석은 영화감독 이전에 웹툰(Web & Cartoon) 작가로 2011년, 영화 강철비의 근간이 된 웹툰 [스틸레인]을 통해 북한 김정일의 사망을 예측해 큰 충격을 전한 바 있다. 이후 그는 10여 년에 걸친 꾸준한 자료조사와 축적된 정치적, 군사적 배경지식으로 한국영화 최초 핵전쟁을 다룬 [강철비]를 탄생시켰다.


그치지 않은 STEEL RAIN의 강력한 폭풍을 예고하던 2017년 겨울, 연속된 긴장의 남북한 대립상황을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늦은 밤 평양을 배경으로 어두운 밤 그림자 속에서 전직 북한 특수부대요원 엄철우는 북한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쿠데타 세력을 제거하라는 지령(指令)을 받고 그의 인생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공작임무를 부여받는다.


웹툰(Webtoon) 속  곽철우 & 엄철우

한편 대한민국은 대선직후 정권 교체시기를 맞아, 취임을 앞둔 새로운 대통령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정치인들을 쳐내고 좌우, 동서대립을 끝내고 남북대화 재개를 통해 대통합을 열어가자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에 취해 있다. 이때 청와대 외교안보 비서관인 곽철우는 북에서 거대한 무엇인가 꿈틀대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긴박한 상황에서 동아시아 각국의 치열한 첩보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전면전(全面戰)을 결정해야 하는 일촉즉발 상황이 도래되며 현대통령과 인수위 대통령 간에 의견대립을 벌이며 현대통령은 한미연합군에 평양폭파를 지시한다. 쑥대밭이 된 평양에서 엄철우는 반시체가 된 김정은을 차에 실고 병원으로 달리던 중 길이 막혀 자신에 의지와 달리 남쪽으로 내려오게 된다.



긴급한 지혈(止血) 후 가까스로 김정은은 목숨을 건지게 되지만, 북한에서는 신군부가 지하벙커에 머물며 북한정권을 장악코자 핵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선전포고에 이르게 된다. 다급해진 대통령은 미국에 2차 폭격을 제안하지만, 미 대통령은 거액의 전쟁비용을 부담하라며 추가폭격을 거부한다. 동맹보다는 이해관계가 앞서는 국제현실에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이었다.


신군부를 설득하기 위해 엄철우는 평양으로 다시 올라가게 된다. 급기야 두 철우의 선택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게 되면서 결국 김정은이 평양으로 후송(後送)되며 한반도 전쟁을 휴전상태로 되돌리게 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북한정권의 핵미사일을 한국정부와 나눠 갖으며 평화공존을 이루자”는 곽철우의 제안은 보수를 자처하며 이순(耳順) 중반에 이른 나 자신을 순간 한없이 부끄럽게 했다.



영화를 보며 한반도문제는 외세가 아닌 동족간에 신뢰로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이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양우석 감독은 전문가 못지않은 탁월한 군사지식과 철저한 분석력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두 눈을 사로잡는 영화 속 압도적인 폭격신은 실제상황을 방불케 하며, 특히 평양사투리를 거침없이 내뱉는 배우들의 연기에 관객들은 스크린으로 완전히 빨려드는 듯하다.  


그는 “남과 북이 처한 엄혹한 현실에 대한 상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세상이 된 것 같다며 한반도의 긴장에 대해 냉철한 상상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영화 [강철비]를 기획했는데, 대한민국 핵전쟁 위기를 다룬 작품인 만큼 군사관련 전문가들의 상세한 조언을 얻어 세밀한 부분까지 북한의 현재 상황을 많이 반영했다고 전한다.



[강철비]는 실제 미래에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북한도발에 대한 가정을 근거로 만든 영화이기에 웹툰의 만화적 상상력을 최대한 절하며 북의 도발이 발생했다는 가정 하에 영화들었다. 현실적인 남북 상황을 그려내기 위해 크리스마스를 앞둔 화려한 불빛조명의 서울과 반공 현수막이 날리는 북 풍경을 대조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김정일 사망으로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을 그린 2011년 웹툰 [스틸레인]에서 출발한 [강철비] 스토리는 “IF”라는 추측을 통해 우리가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를 따져보게 한다. 향후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핵전쟁은 불가피하며, 북한군부의 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핵전쟁으로 확산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을 금차 영화 속 상상력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지난날 1970년대 유신정권 하에 고통 받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영화 [1987]을 관람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우리네 현대사에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한 6.10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가 청와대의 큰 관심사다면, 안보(安保)를 다룬 [강철비]도 정부가 함께 관심을 기울이며 새해벽두 영화 속 지혜와 슬기를 모아 가기를 희망해 본다.  - 戊戌(2018) 정월 열사흗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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