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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Feb 01. 2018

BLUE  MOON


2018년 01월 31일 저녁, 서울하늘 보름달이 부분월식에서 개기월식을 거쳐 붉게 물들고 있었다. 8시40분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개기(皆旣)월식으로 보름달 왼쪽아래가 어두워지며 월식(月蝕)이 시작되더니 저녁 10시경부터 점차 달 전체가 검붉은 색으로 변해가며 11시경까지 어두운 붉을 빛을 띠웠는데, 모처럼 맑은 날씨 덕분에 전 과정을 자세히 관측할 수 있었다.     


금차 개기월식은 3가지 의미가 겹치는 35년 만의 진귀한 현상으로 달이 가장 크게 보이는 슈퍼문(super moon)과 한 달에 두 번 뜨는 보름달인 블루문(blue moon) 그리고 개기월식 때 달이 핏빛으로 물들어 보이는 블러드문(blood moon)까지 겹치는 평생한번 보기 힘든 우주 쇼였다.



[슈퍼문]은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는 근지점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학계에서는 작고 어두운 마이크로문과 크고 밝은 슈퍼문으로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슈퍼문은 다른 보름달보다 더 크고 밝게 보이는데, 슈퍼문이 떠오르면 자연히 달의 인력이 강해지고 지구의 조석(潮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부 연안지역에서는 침수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동양에서 둥글게 꽉 찬 보름달은 곧 곡식과 열매가 가득한 풍년을 의미한다. 우리네 조상들은 음력 정월 보름날에 둥근달이 환하게 보이면 한 해가 풍년이라고 여기고, 보름달이 흐리면  그 해는 농사가 잘 안될 것이라 예측하였다. 또한 정월보름달이 뜨면 높은 곳에 올라 소원을 빌고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많은 세시(歲時)풍속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호두, 밤, 잣, 땅콩 등 견과류의 부럼을 깨무는 것은 재앙과 질병을 물리치기 위한 풍습으로 남아있다. 동양의 보름달은 건강한 생명과 넉넉함의 상징인 반면 서양에서는 밀물과 썰물로 인해 보름달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 이는 보름달이 뜨면 지진과 해일 같은 재앙이 올 것이라는 속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달이 지구의 바닷물을 밀고 당기면서 간조(干潮)와 만조(滿潮) 차이가 가장 클 때가 지구, 달, 태양이 일직선 위에 놓이는 시기인 보름과 그믐이다. 중세유럽 해안가 사람들에게는 보름달이 뜨는 날에 물살이 세지며 빠른 속도로 물이 빠지고 들어와 사고가 잦다보니 보름달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보름달에 대한 중세 북유럽의 설화 중 “밝은 달빛을 쐬면 정신이 혼미해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미치광이(lunatic)를 뜻하며 “lunatic”은 로마그리스 신화인 달의 여신 “luna”에서 기원된 것이라 한다. 보름달에 대한 재앙과 부정적 인식은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와 같은 악마가 보름달이 뜨면 나타난다고 믿는 서양속설에 기인하고 있다. 


보름달이 뜨고 난 후부터 어두운 저녁시간에 사자 등 포식동물의 공격이 잦아지는 경향이 있어, 보름달이 재앙의 전조로 인식됐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에 따르면 미네소타 주립대 연구진은 포식동물들이 음력 보름 후 5일 동안이 가장 공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달의 주기로 보면 보름달은 한 달에 한번 떠오르지만 달의 공전주기(29.5일)인 음력과 양력 체계(30.5일)가 미세한 차이가 나면서 매우 드물게 [블루문] 현상이 찾아온다. 보름달을 풍요의 상징으로 보는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는 보름달을 불길한 것으로 인식하다보니 한 달에 두 번이나 뜨는 보름달을 더욱 불길하게 여기며 블루문이라고 칭하게 되었다 한다. 


따라서 블루문이 파란색을 띄는 것은 아니지만, 화산폭발이나 대형 산불로 인해 대기 중에 먼지농도가 짙어질 때 실제 파란 빛을 내는 달이 나타난다고 한다. 붉은 빛 파장보다 약간 넓은 입자들은 미 산란(Mie scattering)에 의해 달로부터 도달하는 붉은 계열 빛은 강하게 산란시키고, 다른 색의 빛은 통과시키면서 푸른색을 띤다고 한다.     



개기월식은 지구의 본그림자가 달의 전부를 가리면서 밤하늘에 달이 잠시 사라지는 풍경을 연출한다. 이때 지구대기를 통과한 7가지 빛 가운데 파장이 가장 긴 붉은 색이 주로 보름달에 도달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바라보는 달이 마치 붉은 빛을 띠고 하늘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며 극적인 [블러드문]이 연출되는 것이다. 


유럽, 인도,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는 일식과 월식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전설들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옛날 사람들은 붉은 달이 신이 계시(啓示)하는 흉조라 하여 몹시 두려워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 "헤카테"는 세 명의 여자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붉은 달이 뜨는 날 헤카테는 저승의 개를 이끌고 나타나 저주의 마법을 펼쳤다고 한다.



우주 전문매체인 스페이스닷컴(Space.com)은 달에서 3가지 천문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평생 한번 보기 힘든 현상이라고 밝혔다. 늦은 저녁 천문학적 우주 쇼를 보기위해 카메라를 꺼내들고 밖으로 나와 사진촬영을 하는데, 망원렌즈의 한계로 멋진 느낌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차가운 밤공기에 싸여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무술년 한해 무병강건의 소원을 빌어본다.   < 음력  섣달 보름날>


서울대공원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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