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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Oct 03. 2015

조선왕릉 탐방

(02) 정릉, 연산군 묘 Storytelling


추석연휴 전에 서둘러 서울 변두리 능인 연산군 묘와 태조비 정릉을 둘러보고자 집을 나섰습니다. 강북으로 가자면 서울 시내는 11시경 도로가 한가 할 것 같아 동북 간선로를 타고 방학동으로 향했습 니다.

     

연산군 묘에는 연산군과 부인 거창 신씨가 쌍묘를 이루고 있고 바로 밑에는 의정궁주 조씨의 묘가 있더군요. 또 그 아래에는 연산군 사위 구문경 묘와 연산군 딸의 묘가 함께 잠들어 있습니다. 왕릉이 아니라 무료입장이고 연산군 입구 왼편에는  된 은행고목이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연산군과 부인 거창 신씨의 쌍묘

또한 600년 전부터 파평 윤씨 일가가 모여 살던 원당마을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했던 ‘원당샘’ 이라는 우물이 있는데, 이 우물은 가뭄에도 마른 적이 없고 혹한에도 얼지 않는다고 하네요.  800년 넘는 세월에도 고목이 건강한 것은 우물의 수맥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합니다.       


고목(古木)은 나라에 큰 변고가 있을 때마다 불이 난다는 전설이 있는데, 가장 최근에는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1년 전인 1978년 불탔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 나무에 영험한 힘이 있다고 믿어 연초마다 나무 앞에서 제사를 지내 왔다고 하는군요.


연산군 묘지 입구에 흉물스럽게 들어서 있는 연립주택과 공장 전경

방학동 연산군 묘에 들어서는 골목 모퉁이엔 택시 회사가 자리잡고 있고 묘지입구에는 연립주택과 공장 등이 버티고 있어, 능을 갖추지 못한 폭군에 대한 역사의 준엄하고 냉담한 처우에 소름이 돋습 니다.     

 

이어 수유동을 거쳐 미아 사거리를 지나 정릉동을 향해 태조비 정릉에 도착해 보니 주택가 언덕으로 올라가는 골목이 꽤나 복잡합니다. 정릉도 핍박을 받았던 능인지라 보잘것없는 곳에 위치해 있습 니다.


정릉만 유독 홍살문서 정자각으로 이어지는 參道가 "ㄱ" 자로 꺾여 있다

살아서는 이방원과 영원한 정적으로 자웅을 겨루다가 죽어선 자신의 친자식들을 칼바람에 여의고 태종한테 혹독하게 냉대 받았던 조선의 최초 영부인인 신덕왕후의 단출한 능지를 돌아 보면서 능에 담겨있는 숫한 사연들과 권력의 무상을 떠올리며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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