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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재 기행

조선왕릉 탐방

(03) 헌인릉 Storytelling

by 한주


11월 말까지 40여개의 능을 돌아보고자 계획하다 보니 마음이 급해집니다. 추워지기 전, 모든 답사 를 마치려면 능들의 소재지를 모두 파악해 비슷한 위치에 있는 능들을 묶어 서둘러 방문해야 금년 내 마무리가 될 듯합니다. 왕릉을 답사하며 능의 사연 을 찾아 원고를 쓰기 바쁘지만 즐거운 시간입니다.

동구릉과 연산묘 정릉을 돌아보고 오늘은 서둘러 헌인릉을 방문했습니다. 1975년 교내 써클 야유 회 때 가보았던 기억을 더듬어 헌인릉에 도착해 보니 당시 기억보다 능역이 매우 작아 보입니다. 김대중정부 시절에 석관동과 남산에 있던 안기부를 당시 안전기획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있던 엄삼탁이 헌인릉 능역 중 십여 만평을 선정해 이곳에 안기부를 이전했다 하는군요.

ROTC 출신 엄삼탁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권 때마다 변신을 꾀하며 야당정치인으로 부터 공작 정치의 주범이라고 눈총을 받았던 인물이지요. 나라 땅을 국가가 활용하니 할 말은 없지만 민초의 휴식공원으로 활용되는 왕릉이 훼손된 점에 대해 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현 안기부 자리에는 원래 세종의 영릉이 있던 곳이라 하니, 더욱 더 큰 안타까움이 더해집니다.


生前 부부관계가 몹시 안 좋았던 태종과 원경왕후가 쌍릉을 이루어 잠들어 있다

헌릉에는 두 개의 신도비가 있는데, 임진왜란 때 손상된 신도비와 숙종 때 증설해 세운 비가 있습 니다. 왕릉의 神道碑는 태조부터 세종까지 왕릉에 세웠으나 문종 이후에는 폐지했는데, 현재의 신도 비는 건원릉과 헌릉에만 볼 수 있고, 세종 신도비는 청량리 홍릉 세종대왕 기념사업회에 있습니다.

태종 헌릉에는 유일하게 석호, 석양이 각 4쌍 (16개) 문인석, 무인석, 석마가) 각 2쌍(12개 총 24개가 배치돼 다른 왕릉에 두 배의 석물이 능을 지키고 있습니다. 가히 조선의 최고 권력을 휘둘렀 던 걸출한 태종 이방원의 왕릉답습니다.


인릉을 출입하는 홍살문과 정자각 너머로 멀리 순조가 잡들어 있는 능이 보인다

헌릉(쌍릉)의 좌측 안기부 우측에 23대 순조의 인릉(합장릉)이 있습니다. 순조릉은 원래 파주 장릉(인조)에 있었으나 철종 때 이곳 헌릉으로 천장했습니다. 인릉은 조선후기에 조영된 석물 이라 그런지 문인석과 무인석이 사실적 기법으로 형상화돼 있어 섬세하고 깨끗해 보입니다. 하지만 인릉의 능지를 풍수학에서는 헌릉과는 달리 물이 차오르는 대모산줄기에 속해있는 능이라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