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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an 04. 2019

간략 삼국지(02)

제후회맹(諸侯會盟)


☐  잃어버린 전국옥새(傳國玉璽) 


하진이 사방에 밀조를 보내자 이를 알아챈 십상시들은 계책을 꾸민 후 하진을 궁궐로 불러 그의 목을 쳤다. 궁 밖에서 대기하던 원소는 크게 격분해 아우 원술과 함께 궁 안으로 쳐들어가 환관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폭도들에 의해 궁궐이 짓밟히자 소제(少帝)와 진류왕(協)은 성 밖으로 피신해 사태가 수습되면서 환궁했다. 


하지만 하진의 격문을 보고 달려온 동탁의 등장으로 조정은 또다시 암투가 싹트고 그 난리 통에 그만 전국의 옥새가 사라지고 말았다. 황건적 토벌 때 아무런 전공이 없었던 동탁은 환관들에게 많은 뇌물을 바치고는 20만의 병력을 거느리는 서량(서북변방) 지사 벼슬에 올라있었다. 궁궐의 커다란 소동이 수습되길 기다리던 동탁낙양으로 환궁하는 행렬 앞에 나타나 어가를 호위하는 모양새를 갖추었다. 


동탁(董卓)

동탁은 군사를 낙양성 근처로 끌고 와 성문 밖에 주둔시킨 후 궁궐을 제 마음대로 출입하며 오만불손의 극치를 이뤘다. 이에 사도 왕윤을 비롯한 그 누구도 대군을 앞세운 동탁 앞에서 무기력 할 수밖에 없었다. 동탁은 십상시가 사라진 자리를 차지하며 진류왕을 황제로 옹립해 궁정을 자신의 수중에 넣으려했다.      


어느 날, 동탁이 잔치를 베푸는 자리에서 진류왕을 새 황제로 받들자며 제의를 하자, 형주자사 정원이 호통치며 반대했다. 정원여포를 양자로 두고 있었다. 동탁정원 뒤에 방천화극을 움켜쥐고 있는 위풍당당한 여포를 보고 한 발짝 물러섰다. 여포 창극과 도검 및 궁마에 뛰어났으며, 특히 방천극이란 창을 다루는 솜씨가 그를 따르는 자가 없을 정도의 무예를 지니고 있었다. 


여포(呂布)

일찍이 정원 휘하에 들어가 총애를 받아온 여포는 정원을 주인으로 섬기기보다 아버지로 받들었다. 정원동탁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군사를 이끌어 싸움을 걸었다. 이에 동탁은 직접 성 밖으로 나아가 진두에 나섰지만 여포의 무술과 용맹 앞에 크게 패해 30리 밖으로 쫓겨 달아났다. 


동탁은 중랑장 이숙의 계책에 따라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적토마와 금은보화를 내주며 여포를 꾀어냈다. 단순한 여포는 재물에 눈이 멀어 의를 저버리고 양부(養父) 정원을 한칼에 베어 죽였다. 이로써 여포를 얻게 된 동탁의 위세는 가히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누리게 되었다.

   


모사 이유가 황제의 폐립을 충동질하자 동탁은 궁중에 연회를 열고 여러 대신들을 초청해 새 황제추대를 논하였다. 이때 화가 난 원소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자 동탁은 두려움에 떠는 대신들을 칼로 제압하고는 황제를 폐하고 아홉 살 된 진류왕을 천자의 보위에 올린 후 스스로 상국(相國: 정승)에 올랐다. 


그가 후한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獻帝)였다. 찬역을 꾀한 동탁은 민심을 수습하기위해 원소를 발해군 태수로 제수하고, 뒤이어 폐위된 소제하태후를 사사했다. 동탁의 무도함이 극에 이르자 원소는 동탁을 제거하자는 밀서를 왕윤에게 보냈다. 이에 왕윤은 자신의 후당에 술자리를 마련해 전조(前朝)의 구관들을 초대하였다. 


자리에 모인 이들이 나라를 걱정하며 한탄스러워 할 때 맨 아랫자리에서 박장대소를 하는 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효기교위 조조였다. 이때 언성을 높여 꾸짖는 왕윤에게 조조왕윤의 칠보명검을 자신에게 내주면 동탁의 목을 낙양 성문에 내걸겠다며 호기 있게 청하였다.   


헌제(獻帝)

☐  여백사(呂伯奢)의 억울한 죽음 

    

칠보 검을 쥐게 된 조조는 다음날 승상부에 등청해 동탁을 배알(拜謁)하였다. 기회를 포착해 동탁의 뒤에서 목을 베려는 순간 여포가 들어오자, 놀란 조조는 엉겁결에 무릎을 꿇고 꺼내든 보검을 동탁에게 바치겠다며 위기의 순간을 모면했다. 승상부를 나온 조조는 말을 달려 동남쪽으로 달아났다. 조조의 행동을 수상히 여기던 동탁은 현상금을 걸어 전국에 수배령을 내렸다. 


결국 조조는 관문을 지키는 군사에게 붙잡혀 현령 진궁에게 끌려갔다. 가슴에 큰 뜻을 품고 있던 조조는 밤하늘 빛나는 별을 보며 탄식했다. 조조를 대하던 진궁은 그의 비범함을 깨닫고  조조가 사지를 벗어나도록 풀어준 뒤, 진궁 자신도 조조를 따르기 위해 함께 길을 떠났다. 밤낮으로 사흘을 달린 두 사람은 한 고을에 들어서 조조 선친의 고우(故友)인 여백사의 집을 찾았다. 


진궁(陳宮)

일행을 맞은 여백사는 조조를 반기며 그를 환대하기 위해 술을 마련코자 나귀를 타고 집을 나섰다. 초경이 될 무렵 길을 나선 여백사가 이내 돌아오지 않자, 의심 많은 조조여백사가 자신을 밀고해 해치려할지 모른다는 의혹을 품게 됐는데 때마침 밖에서 칼을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며시 뒤뜰 쪽으로 가 몸을 숨기고 귀를 기울였다. 


“죽이자면 묶는 편이 좋겠지요? 놓치지 않으려면 묶어야지!” 나지막이 오가는 소리에 두 사람은 칼을 빼들고 여백사의 가족과 하인들을 단숨에 베어죽이고 숨어있는 사람이 있는지 부엌을 들여다보니 손님접대를 하기위한 돼지 한 마리가 묶여있었다.        


조조의 경솔한 의심으로 선량한 지인들이 목숨을 잃는 순간 이를 지켜본 진궁은 기가 막혔다. 조조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당황한 두 사람은 서둘러 집을 빠져나와 말을 달리던 중, 나귀에 술 단지를 싣고 오는 여백사와 맞닥뜨렸다. 조조는 쫓기는 몸이라 오래 머물 수 없다는 핑계로 여백사와 작별인사를 하고는 등을 돌렸다. 


여백사(呂伯奢)

하지만 조조는 이내 말을 돌리더니 말발굽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던 여백사를 향해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내리쳤다. 그날 밤 주막에 머무는 동안 조조의 비정한 인물됨을 본 진궁은 목숨 걸고 조조의 동반자가 되려했던 것을 크게 후회하며 그의 곁을 떠났다. 


이후 조조는 고향인 하남의 진류 땅에 당도해 부친에게 가슴에 품은 뜻을 밝히고 후견인을 소개 받았다. 위홍으로부터 군자금 조달 승낙을 받아낸 조조가 거짓조칙을 만들어 의병을 모집하자, 조조가 조정의 밀명을 받았다는 소문이 퍼졌다. 


제일먼저 악진, 이전, 하후돈 등이 군사를 이끌고 모여들었고 뒤이어 서주자사 도겸, 서량태수 마등, 북평태수 공손찬, 장사태수 손견 등의 거물급 인물들도 각기 군사를 이끌고 달려왔다. 망설이던 기주 원소도 마침내 진(陣)에 합류하게 됨에 따라 그야말로 천하의 명장, 호걸들이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 이때 유비 의형제도 그동안 조련했던 군사를 이끌고 공손찬을 따라 조조의 의군에 합류하게 되었다.  


 

☐  18제후들의 회맹(會盟)     


조조가 각처에서 몰려든 제후를 맞으며 18개국의 진영을 배치하니 길게 이은 20만 병사의 대열이 3백리로 이어졌다. 동탁을 치기위해 모인 제후들은 원소를 대장군으로 추대한 후 강동의 호랑이 손견을 선봉장으로 하여 낙양성으로 진군하였다. 


권력을 움켜지고 날마다 잔치를 열어 술과 함께 세월을 엮고 있던 동탁은 모사 이유로부터 급보를 전해 듣고 대책을 강구했다. 동탁화웅에게 5만의 병력을 주어 사수관으로 출진케 했다. 이때 손견 군의 후진에는 포신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그는 공을 가로채고자 아우 포충을 불러 적진을 기습토록 명했다가 화웅군에 의해 몰살되었다. 



한편 이런 사실은 몰랐던 손견은 사수관을 정면 공격했으나 철옹성의 벽을 뚫지 못하고 지루한 대치상태가 지속되자, 원술에게 군량과 마초의 보급을 요청했다. 손견을 시기하던 원술은 핑계를 대며 양초(糧草)를 끝내 보내지 않았다. 끼니를 거르게 된 손견의 군사들은 사기가 저하돼 화웅의 역습에 대패하며 손견도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20리를 달아났다.


이에 후방의 본진에도 큰 동요가 일었다. 각국의 제후를 불러 모은 원소는 대책을 논의했으나 적군의 위세와 적장 화웅의 용맹에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답답해하던 원소가 문득 공손찬의 뒤에 범상치 않은 세 사람을 발견해 묻자, 공손찬은 여러 제후들 앞에 유비를 불러내 인사를 올리도록 했다. 

 

화웅(華雄)

이때 철기군을 거느린 화웅이 싸움을 걸어왔다. 원소 진영의 두 장수가 나서 화웅과 겨뤘으나 3합도 못 채우고 목숨을 잃었다. 꺼질듯 한 한탄과 함께 질타가 이어질 때 쯤 관우가 나섰다. 하지만 그의 미천한 신분을 들어 원술이 관운장을 크게 꾸짖자, 조조가 나서 관우의 출전을 부축이며 술을 한잔 가득 부어 들기를 권유했다. 하지만 관우는 그 술이 식기 전에 화웅의 목을 베고 와 마시겠다며 청룡언월도를 비껴들고 말위에 올랐다. 


화웅관우를 맞는 듯 마는 듯했으나, 어느새 화웅의 목이 관우의 한칼에 날아가 버렸다. 관우는 진영으로 되돌아와 조조가 따라 놓았던 식지 않은 술잔을 들이켰다. 이를 바라보며 조조를 못마땅해 하던 원술이 심술을 부리며 화를 내자 조조는 이내 원술을 다독이고는 밤이 되자 은밀히 유비에게 술과 고기를 보내 위로하였다.    



▶ 이미지 출처: 코에이(Koei) 삼국지 (위 이미지는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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