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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an 09. 2019

간략 삼국지(04)

경국지색  초선


☐  손견(孫堅)의 죽음         


양양성에서는 망연자실한 유표에게 괴량이 나서 원소에게 구원병을 요청토록 제안했다. 이에 장수 여공이 기병 5백을 이끌고 원소에게 밀서를 전하겠노라 청한 후 성을 나서자 괴량은 계책을 일러주었다. 


포위망을 뚫고 현산(峴山)으로 가다보면 손견이 뒤를 쫓을 터이니 1백의 군사를 산위에 풀어 큰 돌을 모아두게 하고, 다른 군사 1백은 활을 들고 매복시킨 후 숲속으로 유인해 돌과 화살을 퍼붓도록 하되, 일이 성공해 연주포를 쏘아 올리면 군사를 내보내 싸울 것이고, 실패한다면 즉시 원소에게로 달려가라는 계교였다. 


여공은 동문을 열어 손견의 초병 대여섯 명을 처치하고 질풍처럼 달려 손견의 진중을 뚫었다. 보고를 받은 손견은 문뜩 원술의 밀서를 떠올리며 급히 여공을 쫓았다. 군사배치를 끝낸 여공손견이 현산 기슭에 이르자, 남은 군사를 거느리고 손견과 몇 합을 겨루는 체하다 말머리를 돌려 산 위쪽으로 달렸다. 


손견(孫堅)

어느새 어둠이 짙게 깔리고 있었지만 과격한 손견은 군사를 이끌고 주저 없이 산비탈로 말을 몰아갔다. 이때 홀연히 산위에서 요란한 징소리와 함께 커다란 바위가 굴러 떨어지며 순식간에 손견의 군마들을 덮쳐버렸다. 때 맞춰 쉴새없이 화살이 날아드는 순간, 성미 급한 강동의 호랑이 손견유표가 파견한 황조 군사가 쏜 화살을 맞고, 지축을 흔들며 떨어진 바위에 깔려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게 되었다.      


헌제 3년, 37세의 나이에 손견이 죽자 형주의 장수들은 성 밖을 나와 닥치는 대로 손견 군을 찌르고 베니 강동의 군사들은 도망가기에 바빴다. 이때 여공은 도망치던 손견 수하 장수를 맞아 싸우다 창에 찔려 말 아래로 굴러 떨어지며 어이없는 죽음을 맞고 말았다. 


격렬했던 전투는 날이 밝아오며 유표의 군사가 양양성으로 돌아가자 강동의 군사도 한수(漢水) 방면으로 철수하며 손책은 아비의 머리가 장대 끝에 매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손책은 사신을 보내 손견의 유해와 포로가 된 적장을 맞바꾼 뒤 뱃머리에 조기를 달고 강동으로 돌아갔다. 



이 소문을 들은 장안동탁은 근심거리 하나를 덜게 된 까닭에 그 교만과 횡포가 날로 심해져 갔다. 동탁은 의장을 천자와 똑같이 갖춰 입고 장안에서 250리쯤 떨어진 곳에 수십만 명을 동원해 미오성을 쌓게 했다. 동탁은 날이 갈수록 잔인무도해지며 백관들을 협박했다. 


어느 날 동탁의 악행에 통분해하던 왕윤이 집에 머물며 휘영청 밝은 달을 우러르며 깊은 시름에 잠겨있을 때, 정자 안에 가기(家妓) 초선이 흐느끼고 있었다. 서역 태생인 그녀는 어릴 적 낙양에 노예로 끌려온 것을 왕윤이 데려와 기예를 가르치고 친딸처럼 키웠는데, 어느덧 초선은 빼어난 천하절색이 되어있었다.     

 

왕윤이 입을 열어 연유를 묻자 초선은 고개 숙여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자신은 왕윤의 은혜를 입고 자랐으나 근자에 수심이 가득해 보이는 왕윤을 보며 속이 상해 울고 있었다했다. 왕윤은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화각(畵閣)으로 자리를 옮긴 후 그녀 앞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왕윤(王允)

“백성은 도탄에 빠져 허덕이는데 역적 동탁여포를 양자로 삼아 천하를 망치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구나! 동탁과 여포는 술을 탐하고 색을 좋아하니 네가 나서 두 역적사이를 반목토록 만들어 천하를 구해다오.” 자신의 몸을 바쳐 양부(養父)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노라 다짐하는 초선의 눈에는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얼마 후 은 가보인 황금관을 꺼내 남몰래 여포에게 보냈다. 용맹하지만 단순한 여포는 한걸음에 달려와 고마움을 전했다. 때를 노린 왕윤은 후당에 음식과 술을 장만해 대접하며 몇 순배 술을 돌려 여포의 취기가 보이자 곱게 단장한 초선을 자리에 들였다. 여포초선의 눈부신 자태를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초선 (貂蟬)

왕윤은 초선으로 하여금 여포의 잔에 술을 가득 부어 마시도록 권했다. 취기에 몽롱해진 여포에게 좋은날을 택해 초선을 첩으로 보내겠노라 왕윤이 운을 떼니, 여포는 자리에서 일어나 넙죽 절을 올리며 머리를 조아린 후 아쉬운 발걸음으로 돌아갔다.


☐  경국지색(傾國之色초선   

                

그로부터 며칠 후 왕윤은 조정에 출사해 여포가 보이지 않는 틈을 타 동탁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집으로 초대하니 동탁은 흐뭇해하며 다음날을 잡았다. 왕윤은 산해진미를 장만해 황제라도 모시는 듯한 잔치자리를 만들었다. 호화로운 동탁의 행렬이 도착하자 조복을 갖춰 입은 왕윤은 정중히 동탁을 맞아 풍악을 울리며 술잔을 권했다. 


어느새 날이 저물고 술이 거나해지자 호젓한 후당으로 청해 머리를 조아리는 왕윤을 보며 동탁은 왕윤이 천자를 거스르고 자신에게 돌아선 것으로 믿으며 술잔을 맘껏 들이켰다. 이때 경국지색 초선이 나타나 춤을 추며 애잔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동탁은 홀린 듯 넋을 잃고 있다 초선의 노래솜씨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였다. 



기다린 듯 왕윤이 초선을 받아 달라 요청하니 동탁의 입이 함박만큼 벌어졌다. 왕윤은 즉시 가마를 준비시켜 초선을 먼저 승상부로 태워 보냈다. 동탁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여포가 달려와 왕윤의 옷깃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 


노발대발하는 여포를 달래 집으로 들어온 왕윤은 정색하며 말을 어어 갔다. “태사께서 자신의 아들 여포에게 초선이란 딸을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직접 만나보고 싶다하시어 인사를 시켰더니 당장 초선을 데려가 여포와 짝을 채워주겠다며 데리고 가시니 차마 거역할 수 없었다.”라며 해명을 했다. 


이에 씨근덕거리던 여포는 머리를 조아려 백배사죄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 뜬눈으로 밤을 지 샌 여포는 날이 밝자 승상부로 등청한 후 동탁의 침전으로 향해 초조한 마음으로 하회(下回)를 기다렸다. 



자신의 아내가 될 여인이 동탁의 침소에 든 것을 알게 된 여포는 눈알이 뒤집히는 듯했다. 한낮이 되어 창문이 열리자 초선을 발견한 여포는 마음이 산란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 이후 동탁초선의 미색에 빠져 달포 남짓 방에 머문 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초선을 가슴에 품고 탐하였다. 


초선여포와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애처로운 눈빛으로 여포를 바라보았다. 이를 눈치 챈 동탁은 여포를 중당에 들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렸다. 하지만 동탁이유의 간청을 받아들여 여포를 용서하고 황금과 비단을 하사했다. 


어느 날, 여포가 타오르는 초선의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후당으로 들어가 초선을 찾자 놀란 초선은 인적이 드믄 후원 정자로 여포를 은밀히 불러 만났다. 초선이 여포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껏 교태를 부리니 우매한 여포동탁에 대한 원망이 치솟았다.      



이때 초선을 찾아 나선 동탁이 후원에 들어서다 여포와 초선의 부둥켜안고 있는 것을 보게 되자, 동탁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살기어린 동탁에 움찔 놀란 여포는 황급히 달아났다. 이때 여포를 쫓던 동탁을 만난 이유는 초선을 여포에게 주자며 또다시 설득했다. 


그러나 초선을 쉽게 단념할 수도 없는 동탁이었다. 동탁이 눈을 부라리며 초선을 꾸짖자, 그녀는 여포가 자신을 위협해 연못에 몸을 던지려는데 자신을 강제로 껴안았다며 흐느꼈다. 동탁이 초선에게 여포의 아내로 가겠냐고 은근히 떠보니 소스라친 초선은 동탁의 가슴을 파고들며 목을 놓아 울었다. 



마침내 동탁은 울부짖는 초선을 무릎 위로 안아 올려 가슴에 품었다. 다음날 이유가 동탁을 찾아가 하루 빨리 초선을 여포에게 보내기를 건의하자, 마음이 변한 동탁은 앞으로 초선에 대해 일체 거론치 말라며 노기등등해 소리쳤다. 하는 수 없이 승상부를 빠져나온 이유는 하늘을 우러르며 탄식하였다.


☐  동탁(董卓)의 최후       


동탁이 수레에 올라 미오성으로 향할 때쯤 여포는 전날 이유가 말 한대로 동탁이 초선을 자신에게 보내줄 것이라 기대하며 집에 머물다 거리로 나와 동탁의 행렬을 훔쳐보게 되었다. 여포와 눈이 마주친 초선은 동탁과 함께 가기 싫다는 표정으로 우는 시늉을 했다. 


여포가 초선에 대한 연민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고 있을 때 문득 뒤에 왕윤이 나타나 자초지종을 물었다. 왕윤은 그간에 동탁이 초선을 여포에게 보낸 줄만 알고 있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며, 늙은 도둑이 초선을 가로채 갔으니 짐승 같은 소행이라며 여포를 더욱 자극하였다.


동탁(董卓)

 왕윤여포와 함께 집으로 동행해 주안상을 마주했다. 여포가 그간의 일을 자세히 이야기 하니 왕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포를 또다시 충동질했다. 취중의 여포는 동탁을 제거하기로 마음을 굳히며 칼을 뽑아 팔뚝을 찔러 피를 흘리며 맹세했다. 그 모습을 본 왕윤은 여포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이 계책을 마련키로 약조했다. 


왕윤은 미오성에 머무는 동탁을 장안의 황제가 부르는 것처럼 유인한 후 궐 안에서 주살토록 계책을 마련했다. 여포는 왕윤의 집으로 이숙을 불러들여 칙사의 역할을 당부했다. 다음 날 이숙은 수십 명의 기병을 거느리고 미오성으로 들어가 황제의 조서를 동탁에게 전달했다. 

   

이숙(李肅)

조서내용은 그간에 환후가 잦던 황제가 금차 동탁에게 선위하고자 문무백관을 들게 한다는 것이었다. 동탁이 제위에 오르기 위해 행렬을 갖춰 미오성을 떠나 장안으로 가는 길에 여러 번의 불길한 조짐이 있었으나 이숙은 능란한 말솜씨로 동탁을 안심시켰다. 


동탁장안성 앞에 이르자 문무백관이 그를 맞았는데 그날따라 공교롭게도 이유만 병이 나서 마중을 나오지 못했으니 동탁으로서는 실로 커다란 불운이 아닐 수 없었다. 동탁은 군사를 대궐문 앞에 대령케 하고 의심  없이 홀로 궁궐 내정으로 들었다. 



대궐문을 지나 전문(殿門)을 바라보던 동탁이 본능적으로 섬뜩함을 느끼며 주위를 살필 쯤 1백여 명의 무사들이 쏟아져 나와 수레를 뒤엎어 버리자 동탁이 굴러 떨어졌다. 비대한 몸으로 땅바닥을 구르며 절규하던 동탁은 여포를 찾았다. 


그러자 뒤편에서 여포가 달려 나와 방천화극으로 동탁의 목을 꿰뚫었다. 동시에 옆에 있던 이숙이 칼을 휘두르니 그의 몸에서 목이 굴러 떨어졌다. 이때 동탁의 나이 54세였다. 동탁의 모사 이유가 백성들 앞에서 참수되자 여포 이숙과 함께 군사를 몰아 미오성으로 달려가 초선을 안고 장안으로 돌아왔다. 


동탁의 일족은 수족이 잘려 장터에 버려졌고 목이 잘린 동탁의 시신은 배꼽에 심지를 박아 불을 켜 등(燈)을 밝히는 등 철저히 유린되었다.

 



▶ 이미지 출처: 코에이(Koei) 삼국지 (위 이미지는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편 다시보기  https://brunch.co.kr/@jangkm2000#magaz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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