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재소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주 Jan 23. 2019

간략 삼국지(10)

몸을 일으키는 영웅들


☐  일곱 사람의 충의지사 


조조 유비에 대한 걱정보다 오히려 태위 양표가 그의 친척인 원술과 내통해 [허도]를 넘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양표를 잡아들여 문초하던 조조는 [북해]태수 공융이 찾아와 진언을 하자, 할 수 없이 양표의 벼슬을 빼앗고 시골로 내쫓아 버리는 선에서 마무리 했다. 


어느 날, 모사 정욱이 찾아와 새로운 패업을 도모하자 아뢰니 조조는 굳이 이를 부정하지 않았지만 때가 이르다며 경솔한 행동을 주의시켰다. 조조는 이참에 천자에게 사냥을 청해 백관들의 동정을 살피며 그들의 태도를 엿보고자했다. 


조조천자와 함께 10만 병사를 이끌고 사냥에 나섰다. 조조는 심복장수들을 측근에 두고 천자 옆에서 나란히 말을 몰며 자신의 위세를 과시했다. 사냥에 나선 천자가 사슴을 겨눴으나 계속 빗나가자, 천자의 활을 건네받은 조조가 사슴을 고꾸라뜨렸다. 



사슴 등에 금비전이 꽂힌 것을 본 백관들이 황제폐하 만세를 부르자 조조가 나와 두 손을 치켜들고 화답을 했다. 돌연 만세 소리가 그치더니 관우가 조조를 노려보며 칼집을 움켜잡았다. 순간 놀란 유비는 눈짓으로 관우의 노여움을 달랬다. 


조조천자의 활과 금비전을 끝내 돌려주지 않고 자신의 허리에 꿰찬 채 잔치를 벌였다. 그날 밤 유비는 조용히 관우를 불러 쥐를 잡기위해 독을 깨서는 안 되니 성급함을 버리고 때를 기다리자며 탄식하는 관우를 달랬다. 대궐로 돌아온 헌제조조의 무례함에 분함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동탁 이후 이각곽사로 인해 고초를 겪어왔던 헌제의 주변에는 온통 조조의 눈과 귀가 도사리고 있었기에 헌제는 늘 가시방석에 앉은 듯 했다. 어느 날 헌제는 밀조를 넣은 옥대를 장인인 동승에게 전하고자 은밀히 궁궐로 불렀다. 


동승(董承)

천자는 동승과 함께 어원(御苑)을 거닐며, 그동안 낙양에서 장안과 [허창]으로 천도한 지난날을 회상하며 태묘에 올라 절을 올렸다. 좌우를 살피던 천자는 자신이 입고 있던 도포와 옥대를 벗어 동승에게 하사하며 집으로 돌아가 금포 옥대를 자세히 살피도록 귀엣말로 조용히 전했다. 


전각을 물러나온 동승은 궁문에서 조조와 마주치자 허리를 굽혀 예를 올렸다. 매서운 눈길로 동승을 살피던 조조는 어의와 옥대를 건네받아 꼼꼼히 살피더니 자기에게 선사하라 일렀다. 가슴이 뜨끔해진 동승이 태연히 승낙하니 조조는 의심을 풀고 어의와 옥대를 돌려주었다. 


손가락을 깨물어 피로 쓴 황제의 밀조를 읽은 동승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다 깜빡 잠이 들었다. 때마침 친구인 시랑 왕자복이 찾아오자 서로의 마음을 터놓은 후 황제의 충성을 다짐하고는 의맹의 피로 서명했다. 이후 동승의 집을 찾아온 교위 충집, 의랑 오석, 장군 오자란, [서량]태수 마등이 의장(儀章)에 이름을 올리고 뜻을 함께하기로 결의하였다.

     

서량태수 마등(馬騰)

☐  몸을 일으키는 영웅들   

  

마등이 또 한사람의 유비를 천거하자 동승은 유비를 찾아가 황제의 조서를 내밀어 보였다. 유비가 의장 일곱 번째에 “좌장군 유비”라 쓰자, 동승은 의장에 열사람이 오르면 대사를 도모하자 제안했다. 유비는 격앙된 동승을 진정시킨 후 집으로 돌아와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이후 외출을 삼가고 뒤뜰에 채소밭을 만들어 밭일에만 전념했다. 


어느 날 볼멘소리로 투덜대는 장비와 함께 관우가 유비의 속뜻을 물었지만 유비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며칠 후 관우장비가 외출을 나간사이 조조가 유비를 불러들였다. 저으기 놀란 유비는 살얼음을 밟는 심정으로 승상부로 향했다. 조조유비를 안채 뜰로 이끌더니 마치 유비의 행동거지를 꿰뚫고 있는 듯 농사일을 물어왔다. 


술상을 마주한 채 몇 순배 술이 돌아가자 조조는 입을 열어 당세의 영웅이 누구인지 유비에게 물었다. 곤란해진 유비는 딴청을 피우며 조조의 끈질긴 질문을 피해갔다. 하지만 조조가 천하영웅이 자신과 유비라 단정 짓자 순간 유비는 놀라며 들고 있던 젓가락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때마침 소나기와 함께 뇌성이 일었다.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친 것 같아 가슴 조이던 유비는 뇌성을 핑계 대며 짐짓 자신이 겁쟁이였음을 털어놓자, 다행히 조조유비의 나약함에 안도해하며 의심을 풀었다. 그때 관우장비가 승상부로 달려와 유비의 안전을 살폈다. 


술자리를 파하고 돌아오는 길에 유비는 두 아우에게 자신이 그간 채소를 가꾼 것은 조조에게 큰 뜻이 없음을 보이기 위함이었음을 알렸다. 다음날도 유비조조의 초대를 받아 술을 나누고 있는데 원소의 동정을 살피던 만총이 돌아와 하북의 정세를 아뢰며 공손찬의 죽음을 전했다. 


유비는 벗이자 은인이었던 공손찬의 죽음소식에 길게 탄식했다. [북평]태수 공손찬 원소가 세력을 키우는 동안 자만에 빠져 그의 큰 영토를 원소에게 잠식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손찬은 원소와 싸우는 대신 자신의 성을 더 높이 쌓아 원소의 기세를 꺾으려 했다. 


북평태수 공손찬(公孫瓚)

주변성이 패해 구원을 청해 와도 군사들이 목숨 걸고 싸우지 않았다며 핀잔만 주니 군사들은 사기가 떨어져 도망병이 늘어갔다. 원소는 꾀를 내어 성안으로 땅굴을 파게한 후 기습을 가했다. 결국 공손찬은 처자를 죽이고 자신도 목을 베어 죽고 말았다. 


한편 천자의 행세를 해오던 [회남]의 원술은 민심이 돌아서자, 형 원소게 옥새를 바치고 하북(기주, 유주, 병주)으로 근거를 옮기려 했다. 만총은 두 세력이 합해질 경우를 대비한 대책을 세우도록 간했다. 이때 공손찬의 휘하에 있던 조자룡의 생사를 궁금해 하던 유비조조에게 계책을 내놓았다.      


원술이 [하북]으로 가려면 [서주]를 지나야만 하는데, 자신이 중도에서 길을 끊으면 원술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단언하는 유비에게 조조는 5만의 정병을 주며 장수 주령을 동행케 했다. 가까스로 조조의 그늘을 벗어난 유비는 군사를 재촉해 서주로 향했다. 


조조 장수 만총(滿寵) / 주령(朱靈)

뒤늦게 소식을 전해들은 정욱과 곽가 조조에게 달려와 유비의 속임수를 진언하조조는 급히 허저를 불러 유비를 뒤쫓게 했다. 행군을 멈춘 유비는 자신이 허도를 떠나기 전 곽가정욱이 뇌물을 요구하기에 대꾸도 않고 떠나왔는데 그들이 자신을 음해한 듯 보인다며 허저를 돌려보냈다. 


조조는 어처구니없이 속았지만 더 이상 유비를 뒤쫓게 하지 않았다. 한편 유비가 [허도]를 떠나자 의맹을 맺었던 사람들은 그 일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하고 마등도 군사를 이끌고 서량(량주)으로 돌아갔다.  

    

조조 모사 정욱(程昱)

☐  원술의 죽음

     

때는 건안(建安) 4년 6월, 유비가 [서주]에 도착하니, 조조의 명을 받고 온 것으로 여긴 [서주]자사 차주유비를 맞았다. 이때 서주에 남아 유비의 가솔을 돌보던 미축손건이 찾아왔다. 유비는 먼저 차주에게 부탁해 원소의 동정을 파악한 후 원술이 지나갈만한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하비]를 통해 [청주]로 향하던 원술의 선봉 기령이 당도하자, 장비 장팔사모를 휘두르며 기령의 목을 베어 적진 속으로 던지니 혼비백산한 군사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원술이 몸소 군사를 이끌고 뛰쳐나오자 유비는 군사를 세 갈래로 나눠 학의 진을 만든 후 원술을 유인했다. 


원술(袁術)

원술이 기세 좋게 돌진하자, 유비군이 세 곳에서 공격을 해오니 저물어가는 들녘에는 원술군의 즐비한 시체만 보일 뿐이었다. 원술은 [하북]행을 단념하고 다시 [수춘성]으로 향했으나, 도중 또다시 도적떼의 기습을 받아 무더위에 양식마저 떨어졌다. 


한때는 황제를 칭했던 몸이었으나, 군사를 모두 잃은 채 처참한 행색이 돼버린 원술은 조카인 원윤을 데리고 겨우 농가에 들어 꿀물을 청하다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며 죽어버렸다. 이때 건달인 서구라는 자가 달아나는 원윤을 죽인 뒤 옥새를 빼앗아 [허도]로 달려가 조조에게 바쳤다.         



한편 유비는 [서주]와 그 일대를 지킨다는 구실로 조조군사 5만을 돌려보내지 않고 주령만을 [허도]로 돌려보냈다. 이에 조조가 크게 노하자 순욱이 나서 차주로 하여금 유비를 치도록 청했다. 조조의 밀서를 받은 차주진등을 불러 묘책을 강구했지만, 밤이 되자 진등관우장비에게 달려가 사실을 알렸다. 


관우는 조조군으로 위장한 후 직접 [서주성]으로 들어가 차주의 목을 벤 후 돌아와 유비에게 알렸다. 깜짝 놀란 유비조조에 대한 두려움으로 걱정하자 진등이 계책을 내놨다. 진등의 말에 따라 유비는 한때 자신의 스승이자 원소와 친분이 두터운 정현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였다. 


서주자사 차주(車胄)

정현원소에게 아우 원술죽음에 대한 사사로운 원한을 잊어버리고 유비를 중용해 역적 조조를 칠 것을 간곡히 청하는 글을 써주자, 손건은 서찰을 받아 원소를 찾았다. 마음이 흔들리던 원소허유 등 여러 모사들의 의견을 듣고는 출정을 결심한 후, 유비에게 접응할 채비를 빈틈없이 하도록 손건에게 일렀다. 


원소는 진림으로 하여금 조조를 치기위한 격문을 쓰게 하고는 30만 대군을 일으켜 출진토록 했다. 그 무렵 조조는 두풍(頭風)을 앓고 있었는데 격문을 보고 식은땀을 흘리자 오히려 두풍이 씻은 듯이 나았다. 조조는 격문을 쓴 자가 누구인지 물어본 후 껄껄 웃으며 원소와 싸울 일을 의논하기 위해 모사들을 불러들였다.


손건(孫乾) / 진림(陳琳)

☐  허장성세(虛張聲勢)와 부전불화(不戰不和)  

   

그 무렵 [북해]태수 공융은 장군에 임명되어 [허도]에 머물며 조조원소와 싸울 의논을 함께 하고 있었다. 공융은 원소군과의 싸움을 반대했지만 조조순욱의 말에 따라 원소와 대결할 것을 결심했다. 새벽이 되자 는 황제에게 아뢴 후 유대왕충에게 군사 5만을 주어 [서주]의 유비를 치도록 했다. 


하지만 조조는 꾀를 내어 자신의 승상기를 내주며 자신이 출전한 것처럼 꾸미고 시간만 끌도록 했다. 자신이 원소군을 깨트리고 [서주]로 갈 동안 허장성세로 유비를 속이자는 계책이었다. 유대가 떠나자 조조자신은 20만 대군을 이끌고 [여양]을 향해 진군했다. 


조조 장수 유대(劉岱) / 왕충(王忠)

조조와 원소의 대군은 80리의 거리를 두고 진을 쳤지만 2달이 지나도록 싸우지 않고 노려만 보고 있었다. 그 무렵 원소 진영에서는 대장 봉기가 병들다보니 장수들 간에 자중지란이 일며, 우유부단한 원소마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었다. 


이를 간파한 조조는 장수들에게 지휘권을 주고 일단 [허도]로 돌아와 서주에 대해 물었다. 유비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다는 보고를 받은 조조 유대 왕충에게 진격 명을 내렸다. 유비는 적군이 몰려오자 진등을 불러 대책을 강구했다. 


원소 대장 봉기(逢紀)

진등이 조조군의 승상기가 조조의 계략임을 의심하자, 유비는 먼저 관우에게 일러 적의 동정을 살피도록 했다. 눈발 속을 헤치며 3천의 군사 이끌고 나온 관우 왕충과 몇 합을 부딪치다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관우는 산기슭까지 쫓아오는 왕충의 갑옷을 움켜잡아 옆구리에 끼고 [서주]로 끌고 왔다. 


관우에게 사로잡히는 왕충

적의 진영에 조조가 없음을 확인한 유비는 왕충을 감금한 후 장비로 하여금 유대를 사로잡도록 했다. 유비는 성급하고 경솔한 장비가 미덥지 않아 단단히 다짐을 받고서 출진토록 했다. 유대가 싸울 뜻이 없음을 알려오자 장비는 야습을 감행키로 하고, 아침부터 술동이를 들이키더니 군사들의 사소한 트집을 잡아 매질을 하였다. 


저녁이 되자 매 맞은 군사들이 유대 진영으로 달아나 장비의 야습계획을 고하자 유대는 역공격을 세웠다. 이경 쯤 장비는 군사를 셋으로 나눠 적진에 화살을 쏘며 공격해 들어갔다. 유대의 군사가 일제히 덤벼들자 정면에서 싸우던 장비와 군사들이 흩어져 달아났다. 

 

장비에게 잡혀 유비앞에 끌려온 유대

유대가 군사를 이끌고 영채 밖으로 달려 나오자 배후와 측면에 매복했던 장비 군사들이 영채를 급습했다. 순간 장비가 유대를 사로잡자 적군들은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 왔다. 유비는 유대의 포박을 풀어주며 왕충과 함께 극진히 대접한 후 이튿날,  조조에게로 돌려보냈다. 


유비는 조조의 공격에 대비해 손건과 미축으로 하여금 [서주]를 지키게 하고 관우에게는 가솔과 함께 [하비성]을 지키게 한 후 자신은 장비와 함께 [소패]에 주둔하였다. 


본 페이지에 나오는 지명 위치


▶ 이미지 출처: 코에이(Koei) 삼국지 (위 이미지는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편 다시보기  https://brunch.co.kr/@jangkm2000#magazines
매거진의 이전글 간략 삼국지(0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