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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Feb 04. 2019

간략 삼국지(15)

약마단계(躍馬檀溪)


☐  원가(袁家형제의 패망               


그처럼 강대했던 하북(河北)의 원가일가가 형제들끼리 싸우며 산산조각이 나버리자, 조조원소의 사당(祠堂)을 찾아 지난날을 회상했다. 젊은 날 원소와 함께 의병을 일으켜 천하를 다투며 10여 년을 싸워온 조조원소에 대한 미움 못지않게 각별한 정이 가슴에 남아있었다. 


조조원소의 세 아들과 조카인 고간을 의식해 [허도]로 돌아가지 않고 [기주]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허저는 성안으로 들어가던 중 거들먹거리는 허유를 만났다. 허유가 [기주]를 얻게 된 것이 오직 자신의 공인 양 고개를 빳빳이 쳐들며 방자하게 굴자, 허저는 화를 참지 못하고 칼을 빼들어 허유의 목을 친 후 조조에게 달려가 아뢨다. 


허유(許攸)

조조허유의 장례를 후하게 치러주고 허저를 근신토록 한 후 더 이상 죄를 묻지 않았다. 조조가 [기주]의 민심을 안정시키는 동안 원담의 소식이 전해졌다. 군사를 거느리고 떠돌던 원담은 약탈을 일삼으며 병력을 모아 [중산]에 머물던 원상을 공격했다.  


원상이 둘째형 원희가 있는 [유주]로 달아나자, 원담원상의 군사를 거두어 [중산]에 머물며 [기주]를 되찾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중산]으로 향하자, 원담은 [남피성]으로 퇴각한 후 총공세를 감행했으나 조홍의 칼에 목이 떨어지고 말았다. 


원희(袁熙)

조조는 친히 [유주]의 원상 형제를 칠 채비를 하고, [병주]에는 원상 휘하에서 투항한 두 장수를 보내 고간을 치도록 했다. 조조가 [유주]를 공격하자 원상 형제는 황급히 [요서]로 달아났다. 이에 조조는 [병주]로 달려가 두 장수에게 고간을 무너뜨릴 계교를 전해주었다. 


두 장수가 옛 친구인 고간을 찾아가 힘을 합쳐 조조에게 맞서겠다며 천연덕스럽게 계책까지 내놓자, 고간은 의심을 풀고 기습을 감행키로 했다. 그날 밤 고간이 군사 1만을 거느리고 두 장수를 선봉에 세워 조조 진영에 이르자, 사방에서 조조의 복병들이 달려들었다. 


고간(高幹)

고간이 말머리를 돌려 [병주성]에 이르자, 성은 이미 조조군에게 점령당해 버렸다. 고간은 변방의 흉노족을 찾았다가 쫓겨나 [형주]로 향하던 중 왕염에게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조조는 곽가의 의견에 따라 원상 형제가 머물고 있는 [오환]을 치기로 하고 군사를 이끌었다. 


왕염(王琰)

[요서]로 가는 낯선 땅은 끝없이 이어진 사막으로 매일 황사가 불어 닥쳐 인마가 제대로 나가질 못했다. 사막의 기후에 적응치 못해 병이 나 있던 곽가는 조조가 회군을 고민하자, 길을 잘 아는 자를 물색한 후 가볍게 무장한 군사를 뽑아 진격할 것을 간했다. 


조조가 장요를 선봉으로 백량산에 이르자 원상 형제는 흉노의 우두머리 선우를 설복하여, 군사를 이끌고 마주쳐 왔다. 조조는 말을 몰아 높은 산 위에 올라 적의 형세를 살피니 수만 기의 흉노군사는 질서가 없고 진세도 어지러웠다. 


선우(單于)

이에 조조는 장요에게 적의 허실을 알려주며 그들을 치게 했다. 몇 합을 부딪기도 전에 장요가 내리친 한칼에 선우는 목이 떨어져 나가자, 어지럽던 졸개들은 뿔뿔이 흩어지기에 바빴다. 당황한 원상 형제는 수천의 군사를 거느리고 [요동]으로 달아났다. 


초겨울 가까스로 [역주]에 이른 조조는 먼저 곽가를 찾았으나, 그는 조조를 보자 안도한 듯 그대로 눈을 감고 말았다. 곽가의 장례가 끝날 때쯤 한 군사가 곽가가 남긴 서찰 한통을 전했는데, 조조는 서찰을 읽어 내리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곽가(郭嘉)

며칠이 지나자 하후돈이 찾아와 원상 형제가 [요동]태수 공손강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즉시 쳐 들어가기를 청했다. 하지만 조조는 전혀 서두르는 기색 없이 공손강이 그들의 목을 보내올 것이라며 태평스럽게 말했다. 한편 공손강은 원상 형제가 찾아오자 역관에 머물게 하며 즉각 조조의 동정을 살피도록 했다. 


[역주]에 군사를 주둔시킨 조조가 [요동]을 칠 뜻이 없어 보인다는 세작의 보고를 받자, 공손강은 원상 형제의 목을 베어 나무상자에 담아 조조에게 보냈다. 두 개의 목이 당도하자, 조조는 곽가의 예견이 적중한 사실에 또다시 감탄하며 전군을 거느리고 [기주]로 회군했다. 


공손강(公孫康)

조조가 3년에 걸친 대업(大業)을 다지는 동안 크게 불어난 군세는 원씨의 군사를 합쳐 60만이 되었다. [허도]로 돌아온 조조는 군사들에게 농사를 짓게 하는 한편 조련하는 기회를 갖게 하여 앞날을 대비케 했다.       


☐  못 속의 용(     


그 무렵 유비는 [형주] 땅에 머물고 있었다. 그의 3천 군사와 가솔은 거대한 식객이었지만, 유표는 종친인 유비를 귀한 손님으로 여기며 극진히 대접해주고 있었다. 그때 북방의 조조는 하북(河北) 평정과 [오환] 정벌의 위업을 이루고 있었고, 강남의 패자(覇者) 손권 (吳)의 기업(基業)을 다지고 있었다. 


본 페이지에 나오는 지명 위치

그로 인해 북방과 오(吳)의 완충지대로서 장강(長江) 지역인 [형주]일대는 평화가 계속되었다. 돌이켜 보면 유비가 [형주]로 나온 지 3년이 지난 셈이었다. 어느 날 강하(江夏) 땅에 난이 일어나자, 유비유표의 은공에 보답코자 3만의 군사를 이끌고 반란군을 격퇴시켰다. 


이때 조자룡은 적장인 장무의 목을 베고 그가 타고 있던 적로마를 빼앗아 유비에게 바쳤다. 유표는 개선한 유비를 맞아 잔치를 베풀며 술이 몇 순배 돌자 [형주]의 경계(境界)를 걱정했다. 유비관우장비, 조자룡으로 하여금 수비를 맡기도록 하자, 유표는 기뻐하며 [형주]의 장수인 채모에게 알렸으나 그는 별로 반기지 않았다.


유표(劉表)

채모가 유표의 처인 누이를 찾아가 유비가 세력화되는 것을 걱정하자, 채 부인은 유표에게 유비를 경계토록 충동질했다. 유표는 유비를 좋게 여겼지만, 채 부인의 말에 조금씩 의심을 품게 되어 유비를 [신야성]으로 보냈다. 이때 [형주]에는 유표의 식객으로 머물던 이적이란 사람이 평소 유비의 인물됨을 우러러 흠모하고 있었다. 


[신야]는 작고 평화로운 고을이었다. 유비가 [신야]에 머무는 동안 정실인 감부인은 아들 유선을 낳았다. 이 무렵은 조조가 [요서] 원정에 나서고 있을 때였다. [허도]가 비어있음을 안 유비는 [형주]로 유표를 찾아가 이때에 [허도]를 점령하고 헌제를 옹립할 것을 청했으나, 유표는 자기 경계만 지키려할 뿐 거병을 하려들지 않았다. 



어느 날 유표는 [신야]에 있는 유비를 불러 술상을 마련한 후 자신의 두 아들에 대한 후사문제를 털어놓았다. 유비가 큰아들을 후사로 삼을 것을 권할 때쯤 채부인이 병풍 뒤에서 얘기를 엿듣고 있었다. 그녀는 유비가 자신의 친자인 둘째를 후사로 삼는 것을 반대하자 이후 원한을 품게 되었다. 채부인의 말을 들은 채모 유비를 죽이기로 하고 밤이 깊기를 기다렸다. 


유비가 잠자리에 들 때쯤 이적이 밀서를 보내와 채모의 계획을 알렸다. 유비가 역관뒷문으로 빠져나간 것을 알게 된 채모는 역관의 벽에다 “용이 어찌 못 속의 물건이랴. 우레를 타고 하늘로 오르려 하네!”라는 시를 써놓고 유표를 찾아가 유비가 벽에다 시 한편을 써 놓고 갔다며 그를 잡아오겠다고 했다. 


이적(伊籍)

하지만 유표는 채모를 의심하며 성안으로 돌아갔다. 채모가 궁리 끝에 문무관을 위로하는 사냥행차에 유비를 초청하자, 유비는 조자룡과 3백의 군사를 이끌고 참석했다. 채모는 성안에 군사를 매복시키고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여러 주의 문무백관이 연회장에 모여들며 유비도 주빈의 자리에 앉자 조운(조자룡)은 장검을 찬 채 유비 곁에 시립해 있었다. 채모가 바깥 대청에 따로 무장을 대접하는 자리를 마련하고는 조운을 불러내자, 유비는 참석토록 권했다. 조운이 자리를 떠나자 3백 명의 수하들도 역관으로 들어가 있도록 했다. 


잔치의 분위기기 무르익자 이적이 유비에게 술잔을 권하며 위험을 알렸다. 유비가 슬며시 후원으로 나오자 이적이 뒤따라 나와 동남북 방향에 군사가 매복돼있으니 서문으로 피하도록 알렸다. 유비가 적로마를 달려 성을 빠져나가자 채모도 군사를 이끌고 유비를 뒤쫓았다.


채모(蔡瑁)

숨 가쁘게 몇 리를 달리자, 길은 간데없고 나지막한 벼랑이 나타나면서 그 아래는 폭이 수십 길인 단계(檀溪)의 물줄기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물줄기가 계곡에 치솟은 바위를 때리며 소용돌이치고 있어 건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유비는 추격병과의 거리가 좁혀지자 물속으로 말을 몰았다. 


말이 거센 물살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다급해진 유비는 말의 목덜미를 두드리며 “적로야!”를 외쳤다. 그 순간 적로는 크게 한 번 울더니 몸을 솟구쳐 세 길이나 뛰어 올라 저편 언덕위에 내렸다. 채모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사라져가는 유비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채모가 성으로 돌아갈 때쯤 조운이 달려와 [단계]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유비의 종적을 알 수 없었다. 조운은 불안과 근심을 안은 채, 군사를 이끌고 [신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유비 약마단계(躍馬檀溪)

☐  서서(徐庶)를 얻은 유비   


적로마가 [남장]으로 향할 때쯤, 서산에 기우는 노을빛을 받으며 들판을 가로지르던 유비는 마흔일곱 살이 되도록 남에게 얹혀 지내는 자신에 한탄이 일었다. 이때 불현듯 소에 올라타 피리를 부는 동자가 나타나 유비를 알아보고는 자신의 스승인 수경선생(사마휘)에게 안내했다. 


유비가 청아한 풍모에 범상치 않은 기품을 지닌 수경선생 앞으로 나아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자, 유비를 초당으로 맞아들인 수경선생유비의 휘하에 장수들이 용병(用兵)할 인재가 없음을 지적하고, 주변인물로는 왕패의 대업을 이루기 어려움을 일깨웠다. 



유비가 간곡한 어조로 훌륭한 인재를 알려 달라 청하니, 수경선생복룡봉추를 얻으면 천하를 얻을 수 있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릴 뿐 그 두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 이튿날 유비는 무릎을 꿇고 다시 간청했으나 수경선생은 시원스러운 말을 해주지 않는데 문득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조운이 군사를 이끌고 수소문 끝에 찾아옴에 따라 유비는 뒷날을 기약하며 수경선생과 작별을 고한 후 발길을 돌렸다. [신야]의 [현성]으로 돌아온 유비는 휘하 장수들을 불러놓고 [양양]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주고는, 손건을 유표에게 보내 그간 채모의 계략으로 빠져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사연을 전하게 하였다.  

    

수경선생(司馬徽)

유표는 [양양]에서 베푼 잔치가 채모의 음모에 이용된 것임을 알고 크게 노해 채모의 목을 치려했지만, 채 부인이 달려와 살려 달라 애걸했다. 유표는 화를 가라앉히고 맏아들 유기를 보내 유비에게 용서를 빌게 했다. 


유비유기를 맞아 환대한 후 성 밖까지 나가 전송하고 오는 길에, 베옷과 검은 신을 신고 노래하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그의 행색이 특별해 노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심상치 않은 내용이었다. 기우는 한실(漢室)을 암시한 후 밝은 주인이 자기를 몰라보고 있음을 한탄하는 노래였다. 


유비는 문득 수경선생이 말한 복룡이나 봉추를 떠올리며 그를 불러 [현성]으로 데려와 귀빈의 예를 갖춰 술상을 차렸다. 그는 자신이 선복(서서; 徐庶)이라 밝히며 엉뚱한 이야기로 유비의 인물됨을 떠보더니, 자세를 가다듬으며 그날로 유비의 휘하에 들었다. 


선복(徐庶)

선복이 군사(軍師)로 발탁되자, 유비군은 소수이지만 점차 정병으로 변모해 갔다. 이 무렵, 조조는 동생인 조인에게 군사를 주어 [형주]를 살피도록 번성(양양 인근)으로 보냈다. 조인 휘하의 여광과 여상이 싸움을 자청해 5천의 군사를 이끌고 [신야성]으로 쳐들어갔다. 


선복의 계책에 따라 관우가 왼편에서 길을 막아서자, 예상대로 적군은 가운데 길로 쳐들어왔다. 오른편에 매복해 있던 장비가 적의 뒤를 치며 조운이 앞길을 막아 여광과 여상의 군사를 몰살시켰다. 이러한 유비의 승리는 이전처럼 용맹과 힘만으로 싸워 이긴 승리가 아니라, 계책에 따른 값진 용병(用兵)의 첫 승리였다.


여광(呂曠) / 여상(呂翔)


▶ 이미지 출처: 코에이(Koei) 삼국지 (위 이미지는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편 다시보기  https://brunch.co.kr/@jangkm2000#magaz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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