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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Mar 01. 2019

간략 삼국지(27)

천기누설(天機漏洩)


☐  좌자(左慈)와 위왕 조조             


한편 조조는 군사를 다섯으로 나눠 [유수]로 짓쳐들어 갔다. [동오]의 서성이 이전의 진을 향해 덮쳐들 때쯤, 거센 비바람이 불어 배가 뒤집혀 동습이 빠져죽고 말았다. 그때 강변으로 나간 손권이 조조 군에 갇히게 되자, 주태가 적진 속으로 뛰어들어 주군을 구한 후 다시 적진으로 달려가 서성을 구해 배에 올랐다. 


얼마 후 육손이 큰 배와 함께 10만의 군사를 이끌고 와 조조의 군사들을 무찌르자, 승세는 한순간에 뒤바뀌고 말았다. 손권은 목숨 걸고 세 번씩이나 자신을 구해준 주태의 상처를 손수 살펴보며 그의 공을 차하했다. 


오(吳) 장수 서성/ 동습/ 주태/ 장흠

손권은 [유수]에 머물며 조조와 겨룬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승패가 가려지지 않자, 조조에게 해마다 조공을 바치기로 화친을 청한 후, 장흠과 주태에게 [유수]를 맡기고 자신은 말릉(건업:建業)으로 돌아갔다. 


전쟁이 일단락되자 조조도 조인과 장요를 [합비]에 남겨두고 [허도]로 돌아갔다. [동오]로 하여금 조공을 바치도록 하고 [한중] 땅을 차지한 조조는 대부분의 백관들의 뜻에 따라 건안 21년(216년) 스스로 위왕의 자리에 오른 후, 이어 장남 조비를 왕세자로 삼았다. 



조조에게는 네 아들이 있었는데, 그중 셋째인 조식이 가장 총명했다. 어느 날 조비는 불안한 마음에 책사 가후를 찾아 계책을 물었다. 조비는 가후가 알려준 말에 따라, 조조가 싸움에 나갈 때면 효심 가득한 배웅으로 아비 조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해 10월이 되자 조조는 새로운 궁궐을 세워 각처에서 진귀한 꽃과 과일나무를 구해 오게 하면서, [동오]의 특산물인 밀감을 가져오게 했다. 손권은 위왕이 된 조조에게 환심을 사기위해 큰 귤 마흔 짐을 보내게 했다.


위왕(魏王) 조조

짐꾼들이 밀감을 운반하던 중 정체불명의 애꾸눈에 늙은이가 나타나 짐을 옮겨주었는데, 노인은 짐 하나마다 5 리씩 져다주었다. 그런데 짐짝을 메고 절뚝이며 걸어가는 그 노인이 진 짐은 마치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듯 가볍게 보여 모두가 갸웃거리며 놀라워했다. 


노인은 자신이 조조와 동향 사람인 좌자라며, 위왕에게 자신을 만났던 얘기를 전해 달라 당부하고 사라졌다. 밀감이 도착하자 조조는 기뻐하며 얼른 쟁반에서 큰 것 하나를 쪼개보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밀감 속이 텅 비어 있어, 다시 몇 개를 쪼개 보았으나 매한가지였다. 


한 관리가 밀감 짐을 날라주던 좌자에 대한 애기를 조조에게 전할 때쯤 좌자가 뵙기를 청해왔다. 조조의 앞에 선 좌자가 밀감을 쪼개보니, 그가 쪼갠 밀감에는 먹음직스런 과육이 들어 있었다. 놀란 조조가 밀감을 집어 들어 껍질을 벗겨보니 역시 텅 빈 상태였다. 


좌자(左慈)

이때 좌자조조에게 대왕의 지위에서 물러나 자신과 함께 도나 닦으라고 권하며, 한실 종친인 유비에게 대왕자리를 넘겨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조조의 목을 자를 것이라 하였다. 화를 억누르고 있던 조조좌자를 형틀에 묶어 매질을 했지만, 그는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었다. 


조조좌자의 목에 칼을 씌우고 온몸을 쇠사슬에 얽어 옥에 가두게 했으나 좌자는 그것을 풀고 태평히 누워 있었고, 물 한 방울 주지 않고 굶겨 봐도 혈색이 더 좋아졌다. 하루는 조조가 잔치를 열었는데 갑자기 좌자가 나타나자, 조조는 그에게 농을 던지며 용의 간으로 국을 끓여 먹고 싶다고 했다. 


좌자가 흰 벽에 용을 그려 도포자락으로 후려치자, 용의 배가 갈라지며 피가 뚝뚝 떨어지는 간이 나왔다. 이어 좌자는 이곳 잔치자리에 천하의 귀한음식이 다 있는데 [송강]의 농어만 없다고 하자, 조조는 [송강]이 여기서 매우 먼데 어찌 구하려하느냐 하니, 좌자는 커다란 구리 대야에 물을 채워 가져오게 한 후 그 대야에서 낚시 대로 [송강]의 농어를 잡아 올렸다. 



좌자 온갖 도술로 좌중을 놀라게 하더니 비녀를 뽑아 술이 가득 찬 잔을 가운데로 그어 반으로 나눈 뒤, 절반을 마시고 나머지는 반은 조조에게 권했다. 조조가 무례하다며 꾸짖자 좌자는 공중으로 술잔을 던졌고, 술잔은 비둘기로 변해 날아갔다. 


좌자가 오간데 없이 사라지자, 조조는 허저를 불러 좌자를 붙잡아오게 했다. 하지만 허저가 아무리 말을 달려도 절름거리는 좌자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조조가 절름발이에 애꾸눈 노인을 잡아들이라 명하자, 성 안팎에서 좌자와 꼭 닮은 수백 명이 끌려왔다. 


조조의 군사들이 그들의 목을 모조리 베자, 목이 잘릴 때마다 푸른 기운이 하늘로 오르다가 한곳으로 뭉쳐 좌자로 변했다. 학을 탄 좌자 조조를 꾸짖으며 건안 25년(220년) 정월 조조의 죽음을 예언하자, 조조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  천기 누설하는 관로(管輅)    

 

조조는 좌자 때문에 병이 깊이 들자 온갖 약을 다 써봤지만 효험이 없었다. 이에 태사승 허지조조를 찾아와 신복(神卜) 관로를 소개했다. 관로는 [평원] 사람으로 주역을 읽고 길흉을 점치는 일에 밝을 뿐 아니라 관상을 보는 술법에 능했으나, 언제부턴가 천기를 누설할까 두려워 점치는 일을 삼가하고 있었다. 


관로조조의 부름에 완강히 거절했으나, 서너 번 간청에 하는 수 없이 조조 앞에 이르러 절을 올렸다. 조조관로에게 자신이 병을 얻게 된 경위를 설명해주니 관로는 점을 쳐 보지도 않고, 좌자의 행위는 사람을 속이는 술법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조조는 관로의 말 한마디에 근심이 사라지며, 병석에서 일어나 천하에 일을 점쳐보게 했다. 관로는 점괘를 뽑더니 손발 같은 장수 한 사람을 잃을 것이며, 자손이 매우 높고 귀하게 되리라 했다. 관로조조의 아들 조비가 마침내 한의 천자가 된다는 걸 예언한 것이었다. 


조조의 점괘를 예언하는 관로(管輅)

조조가 자신의 관상을 물으니 관로는 웃기만 할뿐 끝내 입을 열지 않자, 이번에는 [동오]와 [서촉]에 대해 물었다. 관로는 점괘를 풀어 [동오]는 대장 한 사람을 잃게 되고, [서촉]은 군사를 움직여 경계를 침범해 올 것임을 말했다. 


이때 [동오]의 노숙에게 변고가 생겼다는 전갈이 오자, 조조는 관로의 점괘에 놀라워하며 [한중]으로 사람을 보내 그곳 사정을 알아보도록 했다. 며칠 후, 유비가 장비와 마초를 보내 [한중]을 공격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조조는 즉시 유비를 칠 기세였다. 


하지만 관로의 점괘에 명년 봄 [허도]에 큰 불이 날 것이라 나오자, 조조 자신은 업군(鄴郡)에 머물며 조홍에게 군사를 주어 [한중]의 경계를 더욱 단단히 지키도록 하고, 하후돈은 [허도]로 가서 불에 대한 대비를 하게했다. 또한 왕필에게는 [허도]의 어림군(御林軍)을 지휘하게 했다. 


왕필(王必)

관로의 예언에 따라 조조가 군사를 풀어 [허도]를 살피게 하자, 옛 한조(漢朝)의 신하들은 이를 심상치 않게 여겼다. 이러한 상황이 위왕이 된 조조가 황실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짐작한 경기는 건안 23년 정월 대보름에 거사를 일으켜 왕필을 죽인 후, 천자를 받들어 조조를 치기로 했다. 


대보름 밤 이경 무렵, [허도] 곳곳에 불이 타오르며 성 안에도 불길이 이는 가운데 반란군의 함성이 뒤덮일 쯤, [허창]을 살피기 위해 근처에 주둔하던 하후돈이 군마를 이끌고 반란군을 진압했다. 이때 왕필은 경기가 쏜 화살의 상처가 악화돼 죽고 말았다. 


경기(耿紀)

한조의 충신들이 죽자 조조는 반란을 빌미로 [허창]에 있던 많은 백관들을 죽여 다시는 자신을 거스르는 자가 없도록 하고, 조정의 벼슬자리에 새사람을 앉혔다. 조정 일을 매듭지은 조조는 관로의 점이 과연 신통했음에 크게 감탄하며 후한 상을 내렸지만, 관로는 끝내 받지 않았다.


☐  황충의 교병계(驕兵計) 

    

조홍은 [한중]에 이르러 하후연과 장합에게 중요한 길목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적을 맞으러 나갔다. 그때 장비는 뇌동과 함께 [파서] 땅을 지키고 있었고, 마초는 [하판]에 이르러 오란에게 적의 형세를 살피게 했다. 오란은 적을 살피러가다 군사를 이끌고 온 조홍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촉(蜀) 장수 오란(吳蘭) / 뇌동(雷同)

오란이 조홍에게 크게 꺾인 채 돌아오자 마초는 영채를 벗어나지 않았다. 용맹한 마초가 싸우려하지 않자, 조홍은 군사를 남정(한중)으로 물렸다. 이때 장합이 호기를 내세우며 장비를 사로잡겠다고 [파서]로 향하자 장비는 뇌동과 군사를 매복시키고, 낭중(파서)으로 나아가 장합을 맞아 30여 합을 겨뤘다. 


산 뒤쪽 촉병들의 함성에 놀란 장합은 달아나다 매복해 있던 군사들의 기습으로 크게 패하고 영채로 돌아갔다. 장비에게 혼쭐이 난 장합은 밖으로 나와 싸우려 들지 않으며 달포가 흘렀다. 이때 [성도]에 있던 유비가 장비 군사를 독려하기 위해 위연으로 하여금 술 오십 독을 딸려 보냈다. 



장비는 장합이 싸우러 나올 때 위연과 뇌동으로 하여금 장합의 영채를 치도록 한 후, 자신은 장합을 유인하고자 술을 늘어놓은 뒤 북을 치며 술잔치를 벌였다. 장합은 장비 자신을 우습게 여긴다고 생각하고, 그날 밤 기습을 감행했다. 


희미한 달빛을 받으며 장비의 영채에 숨어든 장합은 그때까지도 술을 마시고 있는 장비를 향해 한 창으로 찔러 넘어뜨렸다. 그런데 창에 맞아 쓰러진 장비는 짚으로 만들어 갑옷을 입힌 인형이었다. 


장비(張飛)

장합은 장비의 창을 막으며, 멀리 산 위에 불길이 이는 자신의 영채를 보고는 [와우관]으로 달아났다. 2만의 군사를 잃은 장합은 조홍에게 구원을 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남은 1만의 군사를 산속에 매복시킨 후 [와우관]으로 오는 뇌동의 길을 끊어 목을 베어버렸다. 


다음날이 되자, 장비는 뇌동의 원수를 갚고자 [와우관]으로 달려가 장합과 맞붙었다. 그러는 동안 위연은 장합의 군사들이 매복해있는 산골짜기에 불을 질러 마구 들이쳤다. 패잔병들을 수습한 장합은 [와우관]으로 들어가 원군이 오기를 기다리며 꿈쩍하지 않았다. 


위(魏) 장수 장합(張合)

견고한 [와우관]이 쉽게 무너지지 않자 장비위연에게 [와우관]의 정면을 치게 하고, 자신은 산의 샛길로 빠져나가 와우관 뒤를 공격했다. 결국 크게 패한 장합이 남은 10명의 군사만을 데리고 [남정]에 이르자, 조홍은 다시 5천의 군사를 내주며 [가맹관]을 공격하게 했다.


그 무렵 [가맹관]을 지키던 맹달과 곽준은 장합에게 패하며, 유비에게 원군을 요청했다. 이에 노장(老將) 황충이 백발을 곤두세우며 의기를 내세우자, 유비는 엄안을 부장으로 삼아 출전을 허락했다. 


촉(蜀) 장수 황충(黃忠) / 엄안(嚴顔)

황충을 가벼이 본 장합 늙은 장수에게 패하자, 조홍은 치솟는 화를 억누르며 하후상 한호로 하여금 장합을 돕게 하여 다시 기회를 주었다. 황충이 싸울 채비를 갖추고 나오자, 한호가 창을 꼬나들고 달려 나오며 하후상도 달려들었다. 


두 장수를 맞아 십여 합을 싸우던 황충이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자, 뒤쫓던 두 장수는 영채를 빼앗았다. 다음날에도 늙은 장수 황충이 달아나기만 하니, 하후상과 한호는 흡족해하며 뒤쳐져 오는 장합에게 영채를 지키게 했다. 장합이 황충의 속임수를 걱정하며 함부로 뒤쫓지 않도록 당부하자, 하후상은 화를 내며 장합을 나무랬다. 


위(魏) 장수 하후상(夏侯尚) / 한호(韓浩)

장합은 그간의 싸움에서 지기만 했던 게 죄가 되어 얼굴만 붉힌 채 물러났다. 다음날에도 황충은 두 장수를 맞아 아예 싸우지 않고 [가맹관]으로 달아났다. 하후상과 한호는 관에 이르러 영채를 세운 후, [가맹관]을 에워쌌다. 맹달은 늙은 장수 황충이 미덥지 않아 유비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유비가 공명을 불러 가맹관의 일을 걱정하니 공명은 황충이 적을 교만스럽게 만드는 교병계를 쓰고 있음을 알렸다. 하지만 유비는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양아들 유봉을 보내 황충을 돕게 했다. 황충은 유봉이 온 까닭을 듣자 껄껄 웃더니, 그날 밤 군사 5천을 이끌고 [가맹관]을 나섰다. 


한편 하후상과 한호는 황충이 싸우러 나오지 않으니 마음이 풀어져, 모든 진영이 곤한 잠에 빠져있었다. 이틈에 요란스런 함성이 일며 황충이 밀어닥치니 좌충우돌의 혼전이 빚어지는 가운데, 하후상과 한호는 황급히 목숨을 구해 달아나기에 급급했다.




▶ 이미지 출처: 코에이(Koei) 삼국지 (위 이미지는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전편 다시보기  https://brunch.co.kr/@jangkm2000#magaz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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