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연재 기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주 Jul 24. 2019

이탈리아 기행(02)

오르비에토 / 피렌체


2019 己亥年은 아내의 회갑기념으로 인문학 여행을 계획하며 이탈리아 문화유적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석식이 호텔식으로 짜여있는 일정이 많기에 1급 호텔로 정했는데, 출발정원 미달로 어쩔 수 없이 2급 호텔로 가는 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하지만 5월말 헝가리 다뉴브 강 유람선 사고로 여행취소가 발생되면서 다른 여행사와 연합으로 추진하다보니 여행코스 방문지 2곳이 바뀌게 됐다. 또다시 여행일정을 뒤로 미루며, 여행사와 묘한 신경전 끝에 당초 코스대로 진행하게 됐다.



여행 전문작가라며 강하게 항변했던 까닭인지 별도의 추가비용 없이 1급 호텔에 묵게 됐고, 계획에 없던 밀라노까지 덤으로 방문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짜준 여행사 진행자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나온 청소년 시절에 흑백영상으로 보았거나 간혹 70mm 천연색 영상으로 볼 수 있었던 할리우드 영화 중에는 1950년대 흑백필름인 [로마의 휴일] 비롯한 [쿼바디스] 등 이탈리아 로마와 관련된 영화들이 많았다.



1960년대 개봉됐던 [폼페이 최후의 날], [벤허], [클레오파트라] 등 아련한 기억을 떠올려보며, 16세기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베니스의 상인] 배경지와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예술 작품들을 살펴본다는 설렘을 안고 이탈리아로 향한다.  


이탈리아는 한반도(22만㎢)의 약 1.4배 면적(30만㎢)으로 현재 6천여만 명 인구에  2017년 통계청 기준 GDP는 대한민국보다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전 세계 문화유산의 60%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다.


출발 전 인터넷에 올라온 현지 6월 기후는 16℃~ 26℃이며 거의 비가 오지 않는다 했는데, 여행하는 동안 날씨는 남북을 가리지 않고 35℃를 오르내린다. 첫날에는 빗줄기까지 뿌리더니 강렬한 햇빛이 내려쬐는 오후에는 생수 없이는 다닐 수가 없었다.



특히 여행하는 내내 대부분유적지는 그늘진 곳이 없기에 편치 않은 여행이었다. 언제부터인지구 온난화로 봄가을 기간이 짧아지며 여름이 길어지는 현상은 더 이상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닌 듯 느껴진다.


12시간쯤 날아 로마에서 첫 밤을 지내고 서둘러 아침 7시, 긴 장화를 닮았다는 이탈리아 반도의 수도 [로마]를 출발해 1시간 을 달려 북서쪽으로 약 120㎞ 거리에 있는 [오르비에토]를 찾았다.


오르비에토(Orvieto)



[로마]와 [피렌체]의 중간지점에 있어 잠깐 들려가는 도시인 오르비에토는 중세시대 요새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옛 도시이다. 이곳은 옴브리아(Umbria) 주(州)의 해발 195m 바위산 위에 위치한 중세도시로 고대 로마의 12개 도시 중 하나였다.



바위산 위에 우뚝 세워진 요새도시는 레일 위에 올라 곤돌라로 이동하는데, 오르비에토(Orvieto)는 Slow City라고 불리는 도시답게 중세기의 감성을 한껏 느껴볼 수 있는 여행지이다. 14세기 중엽 페스트(흑사병)를 피하기 위해 지대가 높은 이곳으로 이주했다 한다.



높은 산위에 도시를 형성해 살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서로마제국 멸망이후 도시국가 형태로 뭉쳐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형태를 보였는데, 당시 도시국가간 전쟁이 빈번해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절벽 위를 선택해 성곽과 함께 도시들이 형성됐다고 한다.



화산재가 응고된 바위로 형성된 평평한 지형의 산위에 있는 [오르비에토] 공원입구는 마치 성문을 연상시킨다. 공원주변에는 로마제국 이전부터 이 지역을 지배했던 이탈리아 북부 에트루리아(Etruria) 인들의 유적이 남아있다.  



석회암으로 성벽을 쌓은 알보르노즈(Albornoz) 요새는 주변을 조망하는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로마]에서 [피렌체]를 거쳐, 서쪽으로는 [밀라노]와 동쪽으로는 [베니스]로 향하는 길목이었기에 도시방어를 위해 언덕위에 정착 할 수밖에 없었다. 



요새 성벽위에서 보는 전망이 좋기에, 현재 그 오래된 역사는 숨겨진 채 관광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르비에토] 전통마을은 좁은 골목으로 이어지는데, 이 골목길은 미로처럼 복잡하게 이어져 있고 길가에는 작은 공예품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좁은 골목을 벗어나면 바위산 중세도시 오르비에토의 랜드마크인 [오르비에토 대성당]이 나타난다. 바위산 요새도시 [오르비에토]에는 뜻밖에 화려한 색상의 모자이크와 조각이 매우 인상적인 두오모(Duomo)가 세워져 있다.



▮ 오르비에토 대성당(Orvieto Cathedral)


[오르비에토] 두오모(대성당)는 성체성혈의 기적이 일어난 “볼세나(Bolsena)의 기적”을 기념하기 위해 1290년부터 300년 동안 건립된 주교좌(主敎座) 성당이다. 하늘 궁전처럼 화려한 고딕양식을 갖추고 있어 이탈리아의 아름답고 위대한 성당 중 하나라고 한다.



섬세함이 살아있는 두오모는 조용하고 소박해 보이는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화려해 보이는 건축물이다. 작은 첨탑(尖塔)에도 불구하고 전면(全面)을 장식한 화려한 모자이크에 회화적 구성은 이탈리아의 전통적 미(美)를 엿볼 수 있게 한다. 



[피렌체]의 두오모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오르비에토 대성당 [청동문]은 성모와 아기예수와 관련된 내용을 부조로 장식했다. 주 제단 좌측의 [산 브리치오 예배당]은 성체의 기적을 모신 것으로 더 유명하다. 



성당내부를 비춰주는 스테인드글라스는 놀랍게도 유리가 아니고 대리석을 얇게 깎아 빛을 투과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밖에서 보면 유리창은 없고 회색 대리석으로 보이는 것이 매우 독특하다.



벽돌을 쌓듯이 층층이 줄무늬로 장식한 성당은 고딕양식으로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다시 재현된다. 대성당 모습을 사진에 담은 후 아담한 골목길 입구에 자그마한 카페를 찾아 이탈리안 정통 커피인 에스프레소의 깊은 맛을 음미해 보기도 한다. 



르네상스의 꽃 피렌체(Firenze)


이어 2시간쯤 달려 이탈리아 문학과 예술이 숨 쉬는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로 이동한다. 꽃이라는 의미가 담긴 피렌체는 [토스카나] 지방의 중심지로 도시전체가 아름다운 작품과 같아, 1982년 [피렌체 역사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피렌체는 15세기 메디치(Medici) 가문의 후원에 힘입어 문화와 예술을 꽃피웠던 르네상스의 발상지이다. 이탈리아는 세계문화예술 유산의 많은 부분을 간직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피렌체로마와 함께 많은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이탈리아에서 고대 그리스/로마의 고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서 인문주의를 전파했던 단테보카치오를 배출한 [피렌체]를 제외하고는 결코 르네상스를 논할 수 없을 것이다. 



피렌체는 아르노(Arno) 강을 끼고 있어 토지가 비옥하고 날씨도 좋아, 문예부흥의 원동력이 되었던 곳이다. 지금도 시청사로 사용되고 있는 700년 된 [베키오(Palazzo) 궁전]과 피렌체 만남의 장소인 [시뇨리아(Signoria) 광장]은 생동감 넘치는 도시임에 틀림없었다. 



고대 에트루리아 인들의 거주지였던 [피렌체]에는 11~16세기 만들어진 르네상스 시대의 많은 예술작품과 건축물들이 남아있어 하나의 박물관과도 같다. [시뇨리아 광장]을 중심으로 ①성모마리아 성당 ②산 지오반니 세례 ③조토의 종탑이 있다.


[피렌체 대성당]은 두오모 성당(Santa Maria del Fiore)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두오모(Duomo)는 이탈리아어로 “큰”이라는 뜻으로 건축양식이 뛰어난 대성당을 지칭한다. [피렌체]에는 단테의 생가가 있어서인지 이곳이 더욱 인기 있는 관광지로 보여 진다.



피렌체에 도착해 이탈리아 특유의 골목식당가(Ristorante Fantasia)로 들어가 쇼트 파스타(Short pasta)와 돼지조림(Braised pork) 현지식을 맛본다. 13세기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는 원(元) 황제 ”쿠빌라이 칸”이 궁에서 먹던 국수를 유럽에 전했는데 이것이 파스타의 원조라고 한다.


Ristorante  Fantasia


▮ 단테의 생가(Casa di Dante)


[피렌체]에 도착해 제일먼저 거쳐 가는 곳은 산타크로체(Santa Croce) 성당이다. 이 성당 앞에는 단테 조각상이 세워져 있는데, 현재 외관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별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성당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에 초라한 [단테의 생가]가 있다. 그는 14세기 이탈리아 중세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예언자 또는 신앙인으로서,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전 인류에게 영원불멸의 거작 신곡(神曲)을 남겼다.



신곡은 평생 단 두 번밖에 만나보지 못하며, 신분의 차이로 결혼도 할 수 없었던 귀족의 딸 베아트리체(Beatrice)를 그리워하며 쓴 것이다. 신곡(神曲)은 영적인 나들이인 동시에 우주를 관통하는 여행이다. 


그 여행은 지옥에서 시작해 연옥을 지나 잠시 지상의 낙원을 거쳐 마침내 천국에서 하나님을 마주함으로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떠다니는 상태에 이른다. 단테는 중세 문예부흥의 선구자가 되어 인류문화가 지향해야할 정신적 목표를 제시하였다.



[단테의 생가]는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거리에 있다. 내부에는 작은 박물관이 있으며, 당시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이곳이 단테가 태어난 집이였다는 증거는 벽에 붙어있는 단테의 토르소(Torso; 흉상조각)가 전부이다. 



그가 이탈리아에 남긴 유산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현재는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사용되고 있다. 르네상스의 선구자인 단테는 황제와 교황에 맞서다 [피렌체]에서 쫓겨나 이태리 전역을 떠돌다가 객사했다고 전한다.


▮ 성모 마리아 대성당(Santa Maria del Fiore)


[피렌체 거리] 중심에는 거대한 건물이 있다. 140년 동안 엄청난 세월을 거쳐 "가능한 한 장엄하게, 더욱더 화려하게" 만들어진 [성모 마리아 성당]은 거대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꽃처럼 화려하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l Fiore)은 별칭으로 두오모(Duomo)라 불린다. 이 성당은 고대 로마 [판테온]의 건축기술을 원용한 곳으로 1296년에 착공해 1436년 완공됐으며,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성당이다.  


[피렌체] 어느 곳에서 보아도 꽃 봉우리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돔은 1461년에 추가 완공했고, 세계에서 벽돌로 지은 교회 중 가장 큰 성당 중 하나가 되었다. 따라서 “가장 크다”라는 의미로 두오모라 불렸다고 한다.



두오모 성당은 107m 높이로 정상까지 463개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을 오르면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넘치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있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대리석 모자이크 장식의 벽체는 장관을 연출하며, 천장은 고딕 아치형 기둥으로 받쳐져 있다. 성모마리아 대성당은 설계자의 이름(Giotto)을 딴 조토의 종탑과 성당 건너편에 산 지오바니 세례당을 한 묶음으로 하여 [두오모]로 불린다.



산 지오바니 세례당(Battistero di San Giovanni)은 8각형 구조로 돼있는데, 이것은 천지를 창조한 6일과 하루의 안식일 그리고 세례를 통해 거듭 태어나는 재창조의 하루를 더해 8각형의 구조라고 한다.



조토의 종탑(Campanile di Giotto)


피렌체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조토의 종탑]은 높이 84m이며 단테의 “신곡”에도 등장한 명소로, 14세기 건축가 조토(Giotto)가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의 지원에 힘입어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후 조토가 사망하고 그의 제자 피사노(Pisano)와 탈렌티(Talenti)가 14세기말 탑을 완성했다. 외관은 장미색, 흰색, 녹색의 3색 대리석을 사용해 만들었다. 올라보지는 못했지만 탑에 오르면 [피렌체 시가지]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좁고 가파른 414개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성모마리아 대성당은 높다란 조토의 종탑과 함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 [오르비에토]에서 봤던 [두오모] 전경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Still Image

오르비에토  카페

Extra Shooting

오르비에토


매거진의 이전글 이탈리아 기행(0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