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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ul 26. 2019

이탈리아 기행(03)

피렌체


피렌체 중심 시뇨리아 광장


중세이후 [피렌체]의 중심이었던 시뇨리아 광장은 오늘날까지도 정치, 행정, 시민생활의 터전이자, 르네상스 문화재로 전 세계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는 명소로 남아있다. 광장에는 중세 조각상을 비롯한 많은 예술작품들이 즐비하기에 중세문화를 사진에 담기에 안성맞춤이다.



[시뇨리아 광장]에 들어서며 좌측에 우뚝 서있는 고딕풍의 벽돌건물은 현재 [피렌체 시청사]로 사용하고 있는 베키오(Vecchio) 궁전이다. 이곳의 높은 [종탑]은 통치세력의 권위와 위엄을 중시했던 중세 이탈리아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베키오 궁전 / 시뇨리아 광장

시뇨리아 광장은 [베키오 궁전]과 [우피치 미술관] 사이에 조성된 광장으로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르네상스를 이끈 대표 작가들의 다양한 조각상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어, 로마/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양한 주인공들을 조각상으로 만나 볼 수 있다. 하지만 피렌체 조각상의 섬세한 느낌을 바삐 담다보니 정작 독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다. 


▮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


1982년 피렌체 역사지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궁전 [베키오]는 “오래된” 건물이란 뜻으로 궁전 앞이 바로 [시뇨리아 광장]이다. 13세기에 세워져 지금의 모습을 이룬 것은 16세기경이 된다고 한다. 



베키오 궁전은 고딕 건물로 2, 3층은 한 쌍의 세모꼴 아치로 구성된 창문이 있고, 오른쪽 귀퉁이에는 94m 높이의 고대 [종탑]이 세워져 있다. 궁전입구 좌우에는 미켈란젤로의 ①다비드(1504)와 ②헤라클레스와 카쿠스(1534)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① 다비드(David) 조각상     


다비드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거인 장수 골리앗을 돌팔매로 쓰러뜨린 소년영웅 『다윗』이다. 미켈란젤로가 완성한 다비드 상은 돌을 던지려고 하는 나체의 청년상이다. 몸 전체가 단단한 근육으로 긴장돼 있고, 노기 띤 얼굴은 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미켈란젤로 조각상은 당시 이전의 모든 [다비드 상]을 압도한다. 이전의 조각가들은 단지 승리를 거둔 소년영웅의 모습을 조각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는 전쟁에 나가기 전 긴장한 모습의 다비드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성인 남자로 묘사하였다.



남성적인 육체의 아름다움이 강조된 [다비드]의 눈빛에는 경계심이, 돌팔매 끈을 부여잡은 근육에서는 단호함이 느껴진다. 1504년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을 [시뇨리아 광장] 궁전 앞에 전시해달라고 했으나, 당시 피렌체 공화국 지도자들은 거대한 전라(全裸) 작품을 어디에 전시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비드 상]은 종교적 압제자인 사바나롤라(Savonarola)를 몰아낸 피렌체 시민에 승리의 상징으로 남아 시청사 입구에 세우게 되었다. 현재는 보존상의 이유로 모조품을 세웠고, 원작품은 시청 앞 피렌체 아카데미아(Accademia)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② 헤라클레스(Heracles)/ 카쿠스(Cacus) 조각상


중세 피렌체의 실세였던 메디치 가(家)는 시뇨리아 광장에 이 조각상을 전시했는데, 문득 메디치 가문에게 대항하는 자들은 헤라클레스의 소를 훔쳤던 카쿠스처럼 비참하게 죽을 것임을 경고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의 최고 영웅인 헤라클레스는 제우스(Jupiter) 아들로, 힘의 상징인 몽둥이와 사자 가죽을 걸친 모습으로 남성미를 대표한다. 헤라클레스는 바람기 많은 제우스를 시샘했던 본처 헤라(Hera)의 박해를 받으며 용맹과 지혜를 겸비한 영웅으로 성장해, 사망 후 신의 반열에 올랐다.



카쿠스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불을 뿜는 괴물로 팔라티노(Palatino) 언덕의 동굴에 살면서 사람들을 잡아먹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의 소를 훔치고 불을 내뿜으며 헤라클레스에게 대항하다 목이 꺾이어 죽고 말았다.


▮ 시뇨리아 광장 (Piazza della Signoria)


광장 중앙에는 [토스카나] 대공화국을 창건한 초대군주 ①[코시모 데 메디치 1세] 기마상이 광장의 상징처럼 당당하게 서있고, [베키오 궁전] 좌측에는 ②[넵투누스 분수]가 있다. 이 분수는 토스카나 해전의 승리를 기념해 1575년 만들었다 한다.



① 코시모 데 메디치(Cosimo di Giovanni de' Medici) 1 

    

15세기 [피렌체]를 강력한 도시국가로 부상시킨 메디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공화국의 은행가이자 정치가로서 문화예술의 후원자이기도 했다. 교황청 금고대행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 여러 분야의 예술가를 지원하며 피렌체 발전에 기여해 사후에 시민들로부터 국부(國父)라는 칭호를 받았다. 


이탈리아 선각자인 메디치 가(家)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막대한 지원으로 미켈란젤로, 다빈치, 라파엘로, 보티첼리와 같은 예술가들이 [피렌체]에서 르네상스의 꽃을 피우며 이름 없는 작은 도시를 세계적인 명소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15~16세기 미켈란젤로는 [성모마리아 대성]으로 부터 『다비드』 조각상을 의뢰받아 3년 만에 5.17m의 거대한 작품을 완성하였다. 동시대를 살았단 다빈치메디치 가문에 발탁돼 불후의 명작 『모나리자』를 그렸고, 비행기설계와 인간신체의 해부학적 구조를 연구하며 르네상스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② 넵투누스(Neptunus) 분수

   

로마 신화의 넵투누스는 원래는 강의 신이었지만, 그리스의 신 포세이돈과 동격화 되어 바다의 신이 되었다. [넵투누스 분수] 조각상은 물의 요정에 둘러싸인 바다의 신을 묘사하고 있다. 



넵투누스를 중심으로 아래에 있는 스킬라(Scylla) 요정은 허리 윗부분이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다리는 동물 모습이고, 하루에 3번 바닷물을 마신다는 여자괴물 카리브디스(Charybdis) 역시 해괴한 표정을 짓고 있어 그리스 신화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 로자 데이 란치(Loggia dei Lanzi) 회랑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의 [베키오 궁전] 우측에 있는 열린 회랑(回廊) 건물인 [로자 데이 란치]는 14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그리스 건축미술인 코린트(Corinth) 양식(▶올림피아 제우스 신전) 기둥들이 아치(Arch)를 받쳐 들고 있다.


아치 위에는 용기(Fortitude), 절제(Temperance), 정의(Justice), 신중(Prudence) 등의 덕목을 담은 4개의 세 잎 장식이 걸려있다. 야외 갤러리인 [회랑]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15개 조각상이 들어서 있다. 



대표적인 조각상으로 잠볼로냐(Giambologna)의 역동적인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 이는 로마 건국신화 이야기 중 일부분이다. 하지만 실제로 로마/그리스 신화는 [로마]가 문화적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스] 신화를 갖다가 베껴 로마 화(化)한 것이다.


여행시간에 쫒기기도 했지만 워낙 많은 르네상스 시대 조각상들을 모두 정리하기도 쉽지 않아, 회랑 앞줄에 있는 대표적 조각상인 ①사비니 여인들의 강탈(右) ②페르세우스(左) ③폴릭세나의 강탈(中) 세 가지를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① 사비니 여인들의 강탈(Rape of the Sabines 1583) 

 


전체적인 조각상은 납치를 당하는 여인, 납치하는 로마 병정(兵丁), 그리고 며느리를 뺏기지 않으려 달려드는 시아버지가 하나의 동작으로 결합된 형태이다. "나 어떡해요?"라고 소리치는 며느리와 "아가야!"라고 외치는 시아버지의 모습이 처연해 보인다. 



4m 대형 대리석 조각은 모든 방향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회전하며 위로 올라가는 듯한 동작을 표현하고 있다. 로마건국 시조인 로물루스(Romulus)는 여자들이 부족해 아이들이 늘어나지 않자, 사비니 부족에 사정해 여자를 보내줄 것을 간청했지만 거절을 당했다.



당시 [로물루스]는 인구를 늘리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죄를 짓고 도망 온 범법자를 일정기간 보호했다가, 로마시민으로 받아들였다. 어느 날 로물루스는 사비니 부족을 초대했는데 사내들이 술에 취하자 범법자인 로마인들이 사비니 여자들에게 달려들었다.



로물로스의 아내 헤르실리아(Hersilia)도 그 당시 잡혀온 사비니 여인으로, 로물로스와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다. 조각상은 로물로스(Romulus)의 두 팔에 들려진 여인의 표정이 구원을 간절히 외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질풍노도로 달려드는 근육질의 영웅에게 반해버린 여인의 두 다리는 건장한 남성의 몸을 휘감듯 감싸고 있었다.




어느덧 [사바니 인]이자 [로마 인]도 돼버린 여인들은 적으로 맞서 싸우는 아버지, 오빠,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싸움을 중단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절묘하게 표현한 잠볼로냐의 작품은 현장에 와 보지 않고는 결코 느껴볼 수 없는 감동적인 순간이다. 



② 페르세우스(Perseus 1548) 


회랑(Loggia) 좌측 끝에 있는 청동상은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있는 첼리니(Cellini)의 16세기 작품으로, 로마/그리스 신화 영웅인 페르세우스 모습이다. 받침대 4면 벽에는 제우스, 머큐리(Hermes), 미네르바(Athena), 페르세우스 모친인 다나에의 작은 청동상이 들어있다.

       


[페르세우스]는 눈이 마주치면 상대방을 돌로 만들어 버리는 괴물 메두사(Medusa)의 목을 벤 영웅이자, 아르고스 왕의 딸인 다나에(Danae)와 제우스(Jupiter)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다. 



아르고스 왕은 자신의 외손자가 자기를 죽일 것이라는 예언 때문에, 손자 페르세우스와 딸인 다나에를 궤짝에 넣어 바다에 던졌다. 궤짝은 그리스 에게 해(Aegean Sea) 세리포스(Serifos) 섬에 닿았고 페르세우스는 그곳에서 자랐다. 



세리포스 왕은 다나에를 아내로 맞고자 흉계를 꾸며 페르세우스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오라 명했다. 이에 [메두사]를 죽인 [페르세우스]메두사의 머리를 쳐들어 세리포스 왕을 돌로 만들었다. 



그는 메두사의 머리를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바다괴물의 먹이가 될 위기에 처해있는 에티오피아 공주 안드로메다(Andromeda)를 구한 뒤 그녀와 결혼했다. 어미와 함께 [아르고스]로 돌아간 페르세우스(Perseus)는 아르고스 왕을 처단하고, 그리스 미케네(Mycenae) 왕국의 시조가 되었다. 


[페르세우스]와 돌이 된 [세리포스 왕]

③ 폴릭세나의 강탈(The rape of polyxena 1865)  


이 조각상은 산 채로 제물에 바치기 위해 폴릭세나를 안아 올리는 네오프톨레무스(Neoptolemus)의 모습이다. 바닥에 누운 사람은 아킬레우스에게 화살을 쏘았던 파리스(Paris)이고, 매달려 딸을 놓아달라고 애원하는 여인은 [폴릭세나]의 어미인 헤카베(Hekabe)를 묘사한 것이다. 



조각상의 [네오프톨레무스]는 왼손에 [폴릭세나]를 안고 오른손에 든 검으로 [헤카베]를 베려하고 있다. 또한 붙잡힌 딸을 놓아 달라 안간힘을 쓰는 헤카베 폴릭세나 두 여인의 머릿결은 몸에 흘러내리는 옷자락의 잔주름과 함께 섬세하게 묘사돼 있다. 



폴릭세나는 [트로이] 마지막 왕(Priamos)의 딸이다. 폴릭세나는 큰 오라비 헥토르(Hector)가 아킬레우스(Achilles)에게 죽임을 당하자 목 놓아 울었다. 이를 본 아킬레우스는 사랑에 빠져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하며 구혼을 청했다.



폴릭세나아킬레우스의 청혼을 받아들이자, 두 사람의 결혼식장에 숨어있던 작은 오라비 파리스(Paris)가 쏜 화살에 아킬레우스는 유일한 약점인 발뒤꿈치를 맞아 죽고 말았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그리스 군이 물러날 때 아킬레우스 유령이 나타나, 그의 아들 [네오프톨레무스]에게 [폴릭세나]를 죽여 자신의 무덤에 합장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결국 폴릭세나네오프톨레무스 칼에 목을 찔려 아킬레우스 무덤 앞에 쓰러져 죽었다. 


폴릭세나와 아킬레우스 결혼식

회랑중앙에 있는 조각상은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파트로클로스] 시신을 부둥켜안은 메넬라우스”라는 로마시대 조각품을 복원한 것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를 주축으로 한 아카이아(Achaia) 연합군과 트로이 간에 전쟁이었다.



그리스 연합군이던 스파르타 왕 메넬라우스(Menelaus)는 트로이 왕자가 납치한 아내를 되찾기 위해 [트로이 전쟁]을 일으켰다. 이때 연합군 소속이었던 파트로클로스(Patroclus)는 트로이 최고의 용사인 헥토르(Hector) 창에 찔려 전사하였다.



회랑 우측 뒤 조각상은 "켄타우로스를 가격하는 헤라클레스"이다. 켄타우로스(Centaur)는 로마/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마(半人半馬) 종족으로, 상체는 인간이고 가슴아래는 말의 형체이다.



켄타우로스는 그리스 테살리아의 펠리온(Pelion)  산에서 날고기를 먹으며 살았고 성질이 난폭하고 호색적인 종족이다. 그밖에 회랑 뒤편에는 대리석으로 조각한 여러 개의 여성동상이 있다. 이곳은 모조품을 전시한 작은 회랑이지만 모두 큰 의미가 담긴 작품들이다. 



시뇨리아 광장은 신화와 역사의 현장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야외 박물관이었다. 수백 년 전의 예술 천재들이 오늘날까지 이탈리아를 먹여 살리고 있는 [피렌체]는 세계 7대 관광국답게 거리곳곳에 수많은 세계여행객이 오가며 관광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 옛날, 문화 창조를 위해 수많은 예술가들을 적극 후원했던 이탈리아의 선각자들은 지금껏 세계인이 함께 공감하는 르네상스 창작예술의 큰 가치를 앞서 예단(豫斷)했던 것은 아니었을지 부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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